빛으로생명으로(93)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 빛으로 생명으로 ] 이정우 목사의 십자가 정병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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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03일(화) 00:00
우리 대부분은 '훈련소 교회'하면 영광스러운 곳,선택받은 목사가 가는 곳에만 익숙해 있을 것이다. 지난 호 게재된 인사말처럼 "이 목사,훈련소 바쁘기만 하지 그 곳 별 영양가 없는 곳이야. 1년 잘하고 빠져나올 수 있으면 빨리 나와!"란 말이 상당히 비신앙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고,이해 안되는 말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훈련소 사역은 너무도 싸울 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빨리 사역하고 나오고 싶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언뜻 보기에 훈련소 사역은 화려해 보인다. 매주 1만3천명의 젊은이들에게 말씀 선포,매달 5천~6천명씩 세례… 영적으로 대단히 귀해보이고 부러움을 살만한 사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양가 없는 일들(?)이 엄청나게 부담을 주고 있는 곳이다. 타종교 성직자들과 종종 얼굴 붉힐 일들,과열 경쟁(선교/포교)에 따른 대응방안 도출,또한 종교문제로 인한 오해로 인터넷에 비방의 글이 하나라도 올라온다면 선교에 대한 막대한 지장이 초래할 뿐 아니라 그 수습은 훈련소 목사가 고스란히 담당해야 한다.

또한 '영양가 없는 곳'이라는 표현의 배경은 군에서 요구하는 것이 '선교 활동'이 아니라,'사고 예방'이라는 점에서다. 적어도 군에서 볼 때 군종 장교들의 효용가치는 선교가 아니다. 선교를 많이 해서 자기네 교세를 확장하라고 영입한 것이 아니라,신앙을 통해서 장병 사생관 확립과 사고 예방 활동을 통해서 병력손실 방지를 위해 영입한 것이다. 그러니 선교를 열심히 하여 독주 한다는 것은 타종교와 충돌이 얼마든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적당히 다른 종교와 잘 지내고 너무 티나지 않게 그러면서도 병사들 사고 예방을 위해 힘써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사고 예방 활동,참모 활동을 잘하는 군종참모를 원한다. 훈련소처럼 예배ㆍ선교 등 종교활동의 비중이 큰 이 곳은 지휘부에서 말을 안해서 그렇지 항상 골치 아프게 생각을 하고 예의 주시하는 곳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곳 훈련소 목사는 예배와 세례의 일만 관심갖기도 바쁘기 때문에 다른 일들은 거의 할 수 없다. 이러한 일들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지휘부에서는 군에 필요한 일을 하는 참모 수행보다는 목사로 밖에 비쳐짐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목회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타종교 지휘관들은 곱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군목들에게 목회활동과 군종활동은 일의 두 축이다. 일의 비중을 어디에다 더 두느냐에 관한 것은 상황에 맞게 설정해야 되겠지만 보통 50대 50으로 비중을 두면서 하면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 곳은 1백 퍼센트 훈련병들의 예배와 선교,세례에 비중두는 것도 부족한데 군종참모 활동도 해야 되는 곳이다. 그러니까 군종장교들 간에 훈련소 사역의 일은 엄청나게 많아 고생하면서도 군에서 별로 알아주지 않는 곳,'영양가 없는 곳'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곳이다. 정말 이름도 없이 빛도없이 주님만 바라보며 고독하게 기도하며 영적 화살을 한 몸에 받고 사역하는 현장인 것이다.

훈련소 군목은 새벽 5시에 집을 나선다. 5시 30분의 새벽예배,약 2-30여명이 참석하여 기도한다. 매주 5부 예배로 약 1만 3천여명을 인도한다. 매월 진중세례 6천여 명씩 세례를 베풀어 내보낸다. 이것만도 버거운 일인데,군목은 매일 회의 참석을 해야한다. 매 주 들어오는 훈련병들을 위해 생명 존엄성에 대해 교육을 한다. 자살 우려 훈련병들과의 상담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중에 하나다. 다른 부대라면 목회와 함께 얼마든지 참모활동도 조절 가능하지만 이 곳은 어느 것 하나 놓치면 금방 삐그덕 거리는 일이 발생하는 곳이다.

훈련소에는 교회만 존재하지 않는다. 성당도 있고 법당도 있다. 그 어느 곳 보다도 영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곳이다. 훈련소 목사는 참모이기 때문에 조정역할을 해야 한다. 훈련소가 과거 5-6년 전 까지만해도 세례사역에 있어서만큼은 '노 마크' 지역이었다. 그야말로 던지면 잡을 수 있는 '가두리 양식장'이었으나 지금은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불교는 불교대로 포교의 요람지가 되어 전략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 되었다.

그들은 말한다. '왜 민간 사회에서는 불교 신자율이 타종교와 비교도 안되게 월등한데,군에서만 유독 기독교보다 크게 차이가 날까?' 그것도 그럴 것이 군에서는 기독교가 약 57퍼센트이고 불교는 약 25퍼센트이기 때문이다. 민간사회의 신자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이곳 훈련소를 전략적으로 관심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천주교 역시 대단하다. 몇 년전에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군종 교구를 허락받아 대대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다. 이 곳 훈련소도 수녀 3명이 파송되어 성당을 돕고 있다. 이정우 <연무대 훈련소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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