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듬뿍 먹고 꿈 펼쳐요'

[ 교계 ] 장안중학교 장애인특별활동반 아이들 이야기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4월 12일(화) 00:00
"자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두번."

경쾌한 음악과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빙그르르 돌고 손과 발도 리듬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고.

선생님처럼 예쁘고 날렵한 몸동작도 아니고, 손 발 모두 제자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이지만 따라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박자 놓칠세라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이다. 스포츠 댄스를 배우고 있는 이들은 몸은 힘들지만 잘한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마음은 벌써 프로 댄서가 된 듯 비장한 표정으로 임하는 모습이 자뭇 진지하다.

한달에 한번 실시하는 장안중학교(교장 이정웅 교감: 박현숙)의 장애인 CA(특별활동)반 시간에 모처럼만에 30여 명 남짓한 특수학급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장안중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이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마침 CA반을 찾은 이정웅교장은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안무 동작을 지도해주기도 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틈타 아이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교장 선생님……헤헤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저요, 저 어제 피아노 배웠어요."

교실을 찾은 교장, 교감선생님을 대하는 아이들은 격의없이 인사를 나누며,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부끄러워 마냥 웃기만 하는 아이부터 어제 있었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 아이까지 제각각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심과 그에 눈높이를 맞추며 얘기를 들어주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더없이 친근해보였다.

현재 장안중학교에는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들은 모두 정신지체를 지니고 있다. 주중에는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받거나 특수학급에서의 개별적인 교육을 받지만 한달에 한번은 특별활동 수업을 통해 다양한 교과목에 대한 접근들을 시도한다.

장안중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박헌정교사는 "주중의 특별학급과 한달에 한번 있는 특별활동 시간에는 스포츠댄스 문화체험 농작물 기르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준다"고 말하면서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해 학교차원에서도 특수학급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귀띔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학교의 분위기는 비장애 학생과 장애인 학생간 보이지 않는 선입견의 벽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고, 원거리에 거주하는 학부모가 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를 통학시킬 정도로 장애학생 교육의 선례가 되어왔다. 이날 친구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참여한 이호진학생은 "장애를 가진 친구를 보면서 처음에는 낯설고 한편 무섭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같이 어울리다보니 단지 나보다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박현숙교감은 "학교 자체적으로 장애학생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와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자라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분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교회와 인근 대학교 등과 연계된 다양한 자원봉사 시스템이 학생들이 지닌 각각의 달란트를 키워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장안중학교는 장애 학생들을 위해 특수학급 과정에 음악치료, 요리실습, 컴퓨터 교육, 수영 등의 교과목을 마련하고 지역내 자원봉사자나 대학생, 교회 인력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들의 도움을 적극 이끌어내고 있다.

박헌정교사는 "지난해에는 특히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요리실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셨다"고 밝히고 "이러한 계기가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있어서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더불어 장애 학생들도 세심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배추를 재배해 김장을 했다"고 말하는 박 교사는 "지역 내 임대아파트에 김장김치를 나눠주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는 일화를 설명했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고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좋아한다는 주희. 주희는 어른이 되면 아름다운 시로 힘든 이웃들을 돕고 싶단다.
소망이는 지금은 힘들지만 아픈 사람들을 보살펴줄 수 있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던 욱진이는 친구가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장안중학교 CA반에서 만난 아이들은 아직은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지만 그 마음 안에는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선생님과 보이지 않는 헌신의 손길들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빛나는 꿈들을 하나 둘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그 꿈들을 영글게 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그 무엇보다 값진 사랑의 표현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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