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는 모르는 '아이들'

[ 교계 ] 좋은교사운동, 가정방문 통해 교육현장 되살려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4월 12일(화) 00:00
"가정방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새엄마와 살고, 새아빠와 살고. 주민등록등본에도 환경조사서에도 전혀 찾아볼 수 없던 내용이었습니다.신림동, 봉천동 등을 돌면서 체력단련을 잘 하고 있습니다. 이 산 꼭대기에서 저 산꼭대기로 걸어 다니면서 숨이 턱에 닿도록 운동을 많이 합니다. 같이 고개 하나를 넘고 나면 아이와 훨씬 친해진 느낌이 듭니다."

좋은교사 운동(www.goodteacher.org)에서 전개하고 있는 가정방문 캠페인에 참가했던 김진우교사(서울공고)의 글이다. 김 교사처럼 가정방문 캠페인에 참가했던 다른 교사들 또한 각각의 사연과 감동을 안고 가정방문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정병오교사(물레중학교)도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가정 방문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30여 명의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온 정 교사는 "10년 가까이 가정 방문을 해오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가슴 뭉클한 기억들이 더 많다"고 전한다.

"생활기록부 상에는 양부모가 생존해 있는데 직접 찾아가보니 한부모 가정"이었던 적도 있고 "학교에서는 쾌할한 성격의 인기도 많은 아이가 가정안에서도 나름대로 어려운 현실에 부딪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는 정 교사의 경험들은 줄줄이 이어진다.

일진회 촌지수수 부정입학….

올해 들어 교육계를 얼룩지게 만든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 '백년지대계'의 존엄한 뜻을 밝히고 가르침의 최전선에서 몸부림치는 교사들의 헌신들이 소리없이 그 무게를 더해가고 있었다.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 한 반에 수십명에 달하는 아이들, 매일 같이 교실에서 보기는 하지만 어떤 가정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틀을 벗어나 아이들의 생각과 삶 속으로 한발자국 더 가까이 들어가보니 그동안 교실에서는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좋은교사 운동은 오는 30일까지 '고통 받는 아이를 돕기 위한 가정방문 캠페인'을 실시한다. 운동본부측은 소속된 1백30개 모임 5천여 명의 교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와 가정방문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경험들을 나누며 가정방문의 참 뜻을 알리고 있다.

물론 가정방문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일부 교사, 학부모사이에 만연했던 촌지수수 관행에 대한 인식 등 학부모들의 편견과 선생님이 찾아오는 게 부담스러워 갖가지 핑계로 약속을 미루는 학생을 대할 때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막상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색함과 부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제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을 체험했다"고 털어놓는다. 교실과 가정의 간격은 교사들의 노력과 격의없는 헌신으로 조금씩 좁혀지고 있는 것.

좋은교사운동 김성천 정책실장은 "서류로만 보는 아이들은 그만큼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책방 공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의 종류를 통해 아이들의 관심도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의 상황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정방문에 참여하는 교사들 또한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이에 참여한다. 가정방문을 위해 조퇴나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하루 많게는 3~4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집을 방문한다고 할 때 한달 가까이 가정방문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 3 담임의 경우 주말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사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 더하지만 가르침의 제역할을 다하고 학생들의 보다 나은 교육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는 토양을 일구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교사들은 강조한다.

한편 김성천 정책실장은 "가정방문이 단지 학생들의 생활환경이 어떠한 지 파악하고 사제간 소통의 원활함만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가정방문 후 알게된 학생들의 생활환경사항들을 토대로 교회나 사회 관련기관과의 결연을 통해 학비 보조 등 학업을 원활히 진행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캠페인의 '최종 목적.'

이에 좋은교사 운동 관계자들은 현장에 서있는 교사들의 노력이 교회와 사회적 관심에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참여의 확대를 희망하면서 "평범해 보이거나 문제아로 보였던 아이가 다르게 이해되는 순간, 학교 담장보다 더높았던 마음의 장벽들이 점차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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