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심의 교회, 기본을 지키는 목회

[ 교단 ] '나눔과 섬김'통해 신앙적 성숙과 풍성한 은혜 체험하는 '여수은파교회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04월 11일(월) 00:00

   
개척 10년이 되지 못한 성장과 함께 나눔을 통해 모범적인 교회상을 실천하고 있는 여수은파교회
'3백명 합동 세례 거행, 금년 들어 3개월 만에 새신자 등록 1백80명, 그리고 1백 50명 임직식 거행'

지난 수개월 간 이 교회와 관련된 소식들을 들어보고 교회의 역사나 교세가 어떻할까 성급하게 짐작해 본다면 이 교회가 창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교회라는 설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 시무)는 젊고 활기찬 교회이다. 동 교회가 속한 여수노회(노회장:장광윤)만 해도 오랜 선교의 역사를 가진 교회도 많고 교회 수만도 1백50여 개에 달하는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노회를 대표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러한 교회의 발전은 지역 선교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교회와 사회를 구별없이 펼쳐 온 한 나눔사역을 통해 아름다운 향기로 이어지고 있다.

여수시는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본영이 위치해 있고, 충무공 이순신과 관련된 수많은 유적들을 간직한 곳이다. 특히 교회가 위치한 시전동 주변에는 당시 거북선 제작소가 있었던 '선소(船所)'와 왜적의 침입을 경계하며 군사들을 훈련했던 망마산(望馬山)등 임진왜란 당시 역사적 사건들에 유래한 이름들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세워진 동 교회는 너무 상투적이다 싶을 만큼 오로지 기본만을 강조하고 또 그에 충실한 교회라고 할 수 있다. 목회 내용을 살펴보아도 어느 교회나 하나 둘 쯤을 있게 마련인 훈련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는 바로 동 교회를 개척해 한결같이 교회를 섬겨 온 담임 고만호 목사의 소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담임 고만호목사
"신학교에서 목회자의 길을 준비할 때에나 목회 현장에서 사역할 때 거듭 거듭 확인하게 된 것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제대로 쓰임받기 위해서는 제 실력과 노력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과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일찍부터 '기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 목사가 신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기도 생활은 재학중에는 물론이고, 목회 현장에 나가서도 언제나 가장 중심적이고 우선적인 사역이 되었다.

전임지였던 교회를 10년 넘게 사역하며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놓은 뒤에도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간구하게 된 것도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속에 생겨난 마음의 부담이었고, 그 대답 또한 기도를 통해서 찾았다.

하나님께 내몰리다시피 개척을 한 뒤에도 응답은 마음 속의 확신이나 자신감이 아니라 교인들의 표정과 그들의 변화 속에서 먼저 나타났다. "자랑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개척 이후 지금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새로운 믿음의 식구들이 교회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소개한 고 목사의 이야기처럼, 동 교회의 오늘날의 성장은 조용히 하지만 쉬임없는 전도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전도에 대한 특별한 훈련이나 교육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말씀을 통해 은혜를 받고 가정과 개인의 삶이 회복되는 경험을 한 교우들이 나가 교회에 대해, 목회자에 대해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자랑과 감사들이 무엇보다 강한 전도의 메시지가 된 것이다.

   
은파교회 내부 광경
이런 경험으로 인해 처음에 고 목사는 교회 내에서 이른바 좋다는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려던 생각까지 이제는 접어버렸다. 예배를 통해 교육도 친교도 훈련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 기도로 무장한 목회자가 오로지 예배에 마음과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니 성도들은 예배를 통해 그 어떤 프로그램에나 행사보다 큰 은혜를 받고 이는 자연스럽게 봉사와 전도, 그리고 친교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 동안에 이룩한 성장을 보며 교회는 감사와 함께 늘 빚진 마음이 되었다. 동역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중에 많은 오해도 풀어졌지만 그래도 은파교회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감사한만큼 '나눔'을 강조한다. 멀리가서 돕기보다는 주변에 있는 동역자들을 돌아보고, 이웃교회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자립교회 교역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은 물론이고, 목회자들을 위한 성지순례 등도 이렇게 이뤄졌다. 날을 정해 지역의 신학대학교를 찾아 장래의 목회자들과 이들을 보살피는 교직원들을 정성껏 섬기는 것도 오히려 교인들에게 생기를 넘치게 해주는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거친 물결 속에서 침략하는 외적을 물리치고 민족을 지켜냈던 선조들의 자랑스런 얼이 서린 이곳 여수. 말씀과 기도만을 중심으로 파도같이 넘치는 은혜의 물결로 죄악된 세상을 덮어 구원의 역사를 실천하고 있는 동 교회의 사역은 열매가 없다고 좌절해 있거나, 유행을 따라 이리 저리 휩쓸리는 오늘 우리 교회에 '첫 사랑을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들려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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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부의 각 공간에는 저마다 독특한 의미를 가진 성경적 이름들이 부여돼 있다.
취재 후기
/ 언덕 위에 세워진 여수은파교회는 마치 항구의 등대와 같이 먼곳에서부터 높은 언덕 위에 높다란 십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교회에 들어서니 사무실과 마주한 문에 '밧모섬'이라는 명패가 있고 아래에 작은 글씨로 '담임목사 고만호'라고 적혀 있다. 맞은편 세 명의 부목사들이 사용하는 방에는 '교역자실'이라는 건조한 이름대신 '섬김의 집'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교회 내 모든 공간들마다 마리아모자실, 다니엘청년실, 마가다락방, 안디옥세미나실, 가나 잔치집까지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 성경의 의미를 담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두고 있다.

동 교회 박준형부목사는 이러한 '젊은 교회'의 특징을 "단순하고 명확한 목표에 집중하는 교회"라고 강조한다. 예배와 기도 말씀을 위한 사역은 새로울 것이 없어 오히려 새로워 보였다. 3부로 드리는 낮예배에 1천1백여 명이 출석하는 데 저녁예배에는 7백 명 이상이 참석하고, 특별새벽기도 때는 이와 비슷한 숫자가 모여들어 비록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교회지만 주일 하루만 반짝하는 신앙생활이 아니라는 것.

   
젊고 활력있는 교회를 함께 섬기고 있는 동역자들
이제 10년을 앞두고 교회가 특별한 세례잔치도 준비하고 있다. 첫 해 1백 여 명을 시작으로 지난 해 3백 명이 참여했던 합동세례식은 앞으로도 동 교회가 '전도'를 통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주력할 것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지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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