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콘클라베

[ 연재 ]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4월 08일(금) 00:00
지난 3일 새벽 서거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을 새 교황 선출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대 교황인 베드로 이후 265대가 되는 새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황태자로 불리는 추기경단의 비밀 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에서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열쇠를 잠근다'는 뜻의 라틴어로 회의가 시작되면 모든 문과 창문을 봉인하던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콘클라베는 바티칸시티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규정돼 있다.

통상 시스티나 성당에서 비밀회의가 이뤄진다. 참가 자격이 있는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은 도무스 상테이 마르테이라는 곳에서만 유숙해야 한다. 시스티나 성당과 도무스상테이 마르테이를 오가는 동안 타인의 접근은 일체 차단된다. 추기경들은 선거인단이 아닌,누구와도 만나거나 대화해서는 안된다. 외부인들과의 모든 통신, 전화, 편지 등이 불허되는 것은 물론 신문 잡지 등의 반입, 라디오 청취, TV 시청도 금지된다. 우리나라 수능시험 출제위원들의 연금상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철통같다.

의사와 요리사 각 1명과 몇 명의 수녀가 지원업무를 맡게 되는데 이들 보조인들은 절대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파문 조치된다. 추기경들도 교황선출 방식을 담은 1996년 사도헌장의 준수와 함께 비밀 엄수를 서약하게 된다. 투표용지를 받은 추기경들은 이름을 적은 다음 반으로 접은 뒤 이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들고 제단 앞으로 나가 접시 위에 표를 놓고 접시를 들어 투표함에 표를 넣은 다음 제단에 절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표를 세어서 정해진 숫자를 초과하면 바로 무효가 선언된다.

선거가 시작되는 첫째 날 오후에는 투표를 한 차례만 실시한다. 여기서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그 다음 날부터는 오전 오후 각 두 차례씩 투표하게 되는데 총투표의 3분의 2 이상 득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는 계속된다. 투표가 집계될 때마다 모든 투표용지는 화학약품으로 불태워지게 되는데 이때 외부인들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색깔로 교황 선출 여부를 알게 된다.

기독교의 각 교단들도 1년에 한번 또는 4년에 한 번 각 수장들을 선출한다. 총회장이나 감독회장이 교황처럼 교회의 절대 권력자로서 등극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의 대표자(Moderator) 선출이라는 점에서 보다 엄정하고 철저한 선거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교회 문을 걸어 잠그기 보다는 표를 사고 파는 선거꾼들의 불량한 의식을 걸어잠그는 콘클라베가 최우선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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