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업목사의 해병대 일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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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4월 06일(수) 00:00
박동업 목사(해군중앙교회 군목)

2003년 7월 10일, 가장 선교적 열정을 느끼고 발휘할 수 있는 해군신병훈련소의 훈련병들을 뒤로 하고 서울 해군중앙교회를 섬기기 위하여 또 다시 이삿짐을 쌌다. 이번이 벌써 군 생활 16년 만에 10번째 이사하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해군중앙교회는 서울에 근무하는 해군ㆍ해병 간부(장교와 부사관)와 가족들이 출석하는 교회이다. 1층은 성당이 사용하고, 2층은 교회가 사용하는 건물로써 낡고, 비좁고, 비효율적인 건물이었다. 몇 년 전부터 건축의 소망을 간직하고, 몇 안되는 성도들이 몇 년에 걸쳐 헌금을 하여 약간의 건축비를 비축해 두고 있었다. 이미 전임 목사에 의해서 건축 설계가 이뤄졌고, 국방 예산이 반영된 상태였다. 부지도 교회는 있던 곳을 헐고 다시 그 자리에 세우고, 성당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까지 합의가 돼 있었다. 이제 할 일은 옛 성전을 헐고 새로 건축하는 일만 남았다.

과연 교회에 부임해서 보니 정말 처절했다. 곧 다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몇 년간 보수공사를 하지 않아 더욱 초라한 꼴이 돼 있었다. 문제는 건축비였다. 24억원 넘는 건축비를 마련하는 것은 실로 큰 부담이었다. 기도하는 가운데 당회원들과 몇 가지를 결정하였다. 첫째는 가능한 우리 교인들의 힘으로 짓는다. 군 교회라고 민간교회에 협조를 부탁하는 일은 가급적 자제한다. 둘째는 가장 정성을 들여 부실공사가 되지 않도록 짓는다. 셋째는 모든 교인들이 동참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10여 명의 장로들이 먼저 1천만원 이상의 헌금을 하거나 작정을 했다. 사실 현역 혹은 예비역인 장로와 교우들에게는 실로 부담이 되는 일들이었다. 교회 담임목사인 필자 역시 교회에 건축 헌금을 해야 했다. 아내와 상의를 했다. 경남 진해에서 11년 탄 르망을 폐차시키고 서울에서 새 차를 구입하려고 돈을 좀 모았다. 유지비가 싼 경유차를 사기로 결심했었다. 서울에는 대중교통 제도가 잘 발달되었으니 차는 다음에 사기로 하고 1천만원을 작정했다. 모아놓은 돈 5백만원을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30만원씩 월급을 받으면 드렸다. 목사가 솔선하니 교인들도 적극 동참하여 주었다. 다른 해군, 해병교회에서도 동참하여 건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해 12월 10일, 옛 성전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서 기공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이듬해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갔다. 철거를 하니 당장 예배 드릴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새벽 예배는 군아파트의 노인정 방에서, 주일학교 학생들은 수병 내무대의 한쪽 창고에서, 주일낮예배는 부대의 강당을 이용하여 옹색하게 예배를 드려야 했다. 때마침 부대의 본청이 완공되면서 강당이 생겨 예배 장소의 문제가 해결되어 여유 있는 마음으로 공사의 진척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건축위원들은 부대에서의 전문성을 살려서 분야별로 임명을 할 수 있었다. 건축위원장은 현역 때 대형 부대공사의 책임자로 있어서 경험이 풍부한 해군 소장 출신 예비역 장로님이었다. 시설 장교 집사님, 통신 장교 집사님, 재정 장교 집사님들이 건축위원으로 수고하여 그들의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었다. 나는 열심히 현장을 드나들면서 독려하고 위로했다. 교회는 건축 중임에도 부흥 발전해, 부임할 때 1백70여 명이 모이던 교회가 2백50명으로 성도들이 늘었다.

지난 13일 드디어 헌당 및 임직 감사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명성교회 김삼환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해주셨고, 많은 해군ㆍ해병목사, 예비역 장로들과 여러 교회에서 축하해 주었다. 비록 정산하지 못한 약간의 건축비가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올해 안으로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해군본부 군종감실의 허락을 받고 헌당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본당과 비전홀, 교육관을 포함하여 4백50여 평의 성전을 하나님께 봉헌할 수 있었다. 재삼 건축함에 여러 가지로 참여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어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그동안 형편없는 글이지만 읽고 관심을 보여주신 여러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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