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운동의 힘"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5년 03월 15일(화) 00:00

교회는 극소수의 성직자와 대다수의 평신도로 구성된 신앙공동체이다. 성직자는 나름대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교회를 성장시켜 왔다. 무엇보다도 성직자는 성경을 편집하는 대업을 이루었으며, 성경을 강해하고, 복된 말씀을 증거하고, 교회를 치리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517년, 마틴 루터는 종교를 개혁하고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함으로써 평신도들은 물론 누구나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종교개혁 이전에는 성직자들만이 성경을 소유하고 해석하는 특권을 누렸었다. 루터의 종교개혁 덕분에 우리는 성경을 읽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만인 사제론까지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평신도들은 그들의 신심에 따라 교회에 출석하고 자발적으로 헌금하며, 각종 선교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교회성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교단에서는 성직자의 폐단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 성직 자체를 아예 두지 않고 있다. 모두가 평신도로써 함께 신앙을 고백하고 성도의 교제를 돈독히 하고 있다. 아무리 유수한 신학교에서 훌륭한 신학 공부를 마쳤어도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로써 신앙공동체가 바르게 유지되는 데 일익을 담당할 뿐이다. 그리하여 교단 자체가 평신도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은 세계 어디라도 분쟁이 있는 곳이면 먼저 찾아가 화해와 일치와 협력을 이끌어낸다.

한편, 평신도들에 의해서 시작된 YMCA와 YWCA 운동은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사회선교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 또한 에큐메니컬운동의 중추적인 인물을 많이 배출해 낸 평신도운동체로서 크게 평가받고 있다.

평신도 아카데미운동도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반목과 증오를 대화와 상호 이해를 통해서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어 낸 대표적인 평신도 운동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제네바 근교의 보세이 인스티튜트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도자들을 배양하는 평신도 운동으로 시작하였다. 세계교회협의회가 창설되기 두 해 전인 1946년에 이미 개설되었으며 지금까지 그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교회의 절대 다수인 평신도들이 교회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영성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물론 큰 교회들은 이미 산수 좋은 곳에 기도원들을 앞다투어 지어 놓고 교회의 연장으로서 기도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평신도들이 진정한 영성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본보기는 프랑스의 테제공동체(The Taize Community)와 같은 곳이 아닐까. 테제공동체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영성훈련공동체이지만 원래는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마련되어졌다고 한다. 이 공동체 안에 둘러 앉아 짧막한 성가를 함께 부르노라면 마음의 평화와 기쁨이 저절로 솟아나게 된다. 이어서 성경 구절을 읽고 이를 묵상하고 다시 성가를 부르게 되면 때묻은 생각과 더럽혀진 마음의 텃밭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이오나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신뢰와 해방을 맛보게 하는 평신도 영성훈련의 이오나공동체는 개인, 가족, 친구들이 모여 새로운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공동체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곳에서는 꼭 필요한 출판물을 꾸준히 발행하므로써 우리 삶을 위협하는 핵무기, 인종차별, 빈곤, 환경파괴, 성차별 등 온갖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아울러 지속적인 영성 훈련을 통하여 화해케 하고, 치유되며, 해방감을 맛보는 등 사람의 마을을 가다듬고 생각을 바꾸어 놓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테제공동체나 이오나공동체와 같이 평신도들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운동이 활발하게 퍼져나가야 한다고 본다. 평신도들의 신앙의 자질과 인격적 완성을 위해 교회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이 일에 성직자의 남다른 지도력과 결단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지구의 미래가 암담한 요즘, 환경보호운동, 정의평화운동, 인권화해운동, 치유회개운동이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신도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평신도운동의 활성화야말로 교회와 사회를 환히 밝힐 수 있는 횃불이요, 생명의 근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웅 /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총무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