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가 바꾸는 아름다운 세상

[ 아름다운세상 ] 대한민국 세계에 알리는 다섯 명의 기독전사 '반크'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3월 15일(화) 00:00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던 망언도 부족해서인지 시마네(島根)현 의회 상임위원회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까지 가결했다는 소식이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는 일본 우익과 정부를 대표하는 공직자들. 이러한 일이 있을때마다 우리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뜻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더 답답하기만 한 '대한민국'의 가슴에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의 활동은 한가닥 빛을 비춰주고 있다.

'반크.' 수많은 언론 인터뷰로 귀에 익숙한 이름이지만 다섯명의 전사들 모두가 믿음과 사명으로 똘똘 뭉친 크리스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직장인들이라면 하루 일과를 끝냈을 시간, 신당동에 위치한 반크 사무실을 찾았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올바로 알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바람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와 비전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반크의 시작은 의외로 평범했다. 박기태단장(다음세대 교회)은 지난 1999년 해외 친구들과 펜팔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현재 반크 단원이 된 이선희(다음세대) 이정애(수원 온누리) 임현숙(온누리) 장성일(남부)씨기 여기에 합류했다.

외국인 친구와 펜팔 교류가 활성화될수록 박 단장을 비롯한 반크 단원들은 점점 당혹감에 빠졌다.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데 언제 독립했니?"
"한국은 도대체 어디에 있니?"
"한국이 오랜 시간 중국, 러시아,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데…"

어처구니없는 질문들이 쏟아졌고 반크의 고민은 시작됐고, 반크 단원들은 대한민국에 대해 바로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지난 2001년 '한국 바로 알리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7년간의 노력들도 차츰 여러 모양으로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해 우리나라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담은 외국 사이트나 출판사에서 3백 여건의 표기 및 내용 등의 오류를 시정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무엇보다 반크의 활동이 크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세계지도에 '동해'를 표기하도록 하는 활동. 인터넷이나 각종 도서 등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지도 99.9퍼센트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 실정에서 반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라이코스, 론리 플래닛 등 세계적인 학술지와 관광 사이트에서 '동해'표기를 결정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교과서 출판사인 '더 돌링 카인더슬리'(The Dorling Kindersley)와 전세계 항공지도를 독점 공급하는 미국 젭슨(Jeppensen)사로부터 향후 출판하는 교과서와 지도에 대해 일본해 대신 동해로 표기하겠다는 공식서한을 받기도 했다.

현재 반크에는 국내 1만5천여 명, 해외 3천2백여 명의 사이버 외교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반키라고 불리는 이들은 인터넷상 오류시정, 해외 학급 교류, 영자 신문 발행, 외신 번역과 같이 가진 소질과 재능을 활용해 한국을 바로 알리기 위해 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다.

박기태단장은 "반크는 한국을 알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분들을 위해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라고 하면서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반키들이 좀더 효과적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도록 동해가 표기된 지도와 스티커,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담긴 엽서 등을 제작해 필요한 곳에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반크는 '겨자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모든 씨앗 중 가장 작지만 성장하면 큰 나무가 되고 공중의 새들까지 와서 그 자리에 깃들게 되듯이 1만5천명의 반키들이 5명의 해외 친구를 사귀면 전세계 8억 네티즌들에게 한국을 올바로 알릴 수 있다는 것.

현재 반크는 20만명이 사이버 외교관 양성을 목표로, 반크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14단계로 구성된 엄격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고등학교 때 선교사에 대한 비전을 품기도 했던 "박 단장은 자신들의 활동이 하나님 뜻 안에서 진행되어 왔다"고 고백하면서 "반크의 활동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선교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있는 인재들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교사에게 겸비되어야 할 영적 능력과 함께 타문화에 대한 이해, 언어적 지식이 반크의 활동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크가 추진하는 겨자씨 프로젝트도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30, 60, 1백배의 결실을 거둔다는 성경적 가치관이 직접적으로 반영돼 있다.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근대화의 물결로 혼돈스러웠던 구한말, 의식 있는 기독교인들은 각 방면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웠던 민족의 지도자였다. 한세기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는 경제문제에 앞서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역사 왜곡이라는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정과 사명을 가슴에 가득 채운 5명의 기독 젊은이 '반크'의 역할이 새삼스레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현재의 우리 모습 미래의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힘이 그 무엇도 아닌 한사람 한사람의 참여에 의한 것이라고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한일간 독도문제가 첨예한 대립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 끈질기게 '대한민국 사랑'을 호소해 온 반크의 외침이 더이상 외롭지 않게 되길 기대해본다.



# 2월 최고의 사이버 외교관으로 선정된 김사란 양

지난달 반크가 선정하는 최고의 사이버 외교관으로 선정된 김사란 양(은성교회)은 친구의 소개로 반크를 알게 됐고,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 오류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게 되면서 반키 활동을 결심했다

명덕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양은 "처음에는 울분이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차츰 감정적인 접근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현실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한달 여의 기간 동안 주어진 과제를 충실하게 소화해 낸 김 양은 반크 가입 이전부터 외국 친구들과 채팅하는 것을 좋아했었다고 한다.

"영어실력보다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사이버 외교관으로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 양은 반크로부터 주어진 기본교육을 받고 오류찾기 분야에서 과제를 수행해왔다. 해외 사이트에 한국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실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우리나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기에 역사공부를 꼼꼼히 하게 됐다는 김사란 양은 앞으로의 꿈도 외교관이다.

사이버에서 뿐 아니라 더 큰 국제무대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알리겠다는 그는 외국인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고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도 반크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는 김 양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나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진은지 jj2@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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