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而不同 시대와 교회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5년 03월 11일(금) 00:00

컬럼니스트 이규태 씨가 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화이부동 시대'라고 규정한다. 화이부동은 논어 자로편에 "자 왈(子曰)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하고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니라"라는 말에서 나온 말로,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부화뇌동만 하고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규태씨는 이 말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서양의 과학 발달사를 살펴보면 예전에는 출중한 천재들에 의해서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변해서 천재나 독불장군의 시대는 지나갔고 '다수의 이질적 요인의 발전적 시스템화가 필요한 시대, 곧 화이부동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화이부동'이란 국에 소금을 타서 맛을 내는 것처럼 이질적인 것들이 합쳐져 창조적 발전을 해나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바로 이와 같은 '화이부동의 시대'에 그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음으로 초강대국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에서는 개척기 이래로 초등학교 때부터 '지네 경기'와 '조정 경기'가 필수 스포츠였다는 것과 이런 일들이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지네 경기'란 두 사람이 세발로 걷는 2인 3각을 확대해서 8명, 10명이 호흡을 맞추어 지네 발처럼 합심 협력하는 '화이부동의 체질화'를 꾀하는 경기요, 조정경기도 보트 양편으로 노를 젓는데, 합심하여 노를 저어야 하는 '화이부동경기'라고 한다. 곧 이러한 시스템을 체질화 시킨 것이 오늘 날의 미국을 건설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다민족 국가다. 이렇듯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미합중국(USA)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듯 제각기 다른 것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룩하는 것이 '화이부동'이라고 한다면, 우리 한국인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 '화이부동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개별적으로는 나름대로 우수한데, 전체가 하나 되는 일에 취약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 국민성의 결정적 약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모래알 같은 민족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다. 이 좁은 땅 덩어리 위에 살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동서간의 갈등, 여야 간의 반목, 노사간의 다툼, 어느 나라 보다 학연, 지연, 혈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 분쟁하며, 당쟁을 일삼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한심한 모습이지 않는가? 요즘도 보면  모든 일들에서 진보와 보수 간에, 지역간에, 계층간에 갈등이 첨예화 되고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되어져 가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 교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수없이 많은 교파분열, 그리고 세상 보다 더한 학연과 지역이기주의에 기초한 교회 정치의 추한 모습들을 교계 안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화이부동 시대'에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특히 우리 기독교는 화이부동의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교회는 '화이부동'의 본거지가 되어야 한다.  바울사도는 로마서 12장 5절에서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즉,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한 지체 의식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네트워크를 잘 형성하라는 얘기다. '화이부동'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고 났더니, 한 국문학 교수가 귀띔해 주었다.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에도 '화이부동의 정신'을 체질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경기가 있다고 했다. '널 뛰기 놀이'가 그렇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그리고 더욱 성서적인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낮아지는 만큼, 네가 높아질 수 있도록 돕는 경기다. 그러면서도 절묘한 균형과 절제,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세트 플레이' 놀이다. '화이부동 시대'를 이 민족이 주도할 수 있도록, '지네경기' 보다 훨씬 차원 높은 우리 고유한 '널 뛰기 놀이를 교회가 널리 전수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각인각색이다. 개성이 다르고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음성이 다르고, 지문이 다르고, 지식, 학식, 개성이 다 제 각기 다르다. 중요한 것은 제 각기 다른 우리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이다. 제 각기 다른 우리가 한 몸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이것은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 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교회가 '화이부동의 시대'에 견인차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임화식 /목사. 순천중앙교회 시무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