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신도시를가다/ (12)경기도 구리 신도시

[ 교계 ]

안홍철
2003년 12월 13일(토) 00:00

커힐을 지나 시원스레 뚫린 강변도로를 달리다 보면 드넓은 평원에 우뚝 서 있는 성들을 만나게 된다. 8차선의 넓은 도로에 크고 웅장한 아파트 숲이 건설돼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십자가들이 서있는 모습이 마치 중세의 고성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경기도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서울 강북이나 서북, 강서 지역 변두리보다 훨씬 서울에 가까운 경기 동북부지역의 중심이다.
 워커힐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진 구리시는 주변에 전원 주택형 단독 주택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주거 환경, 생활 편익시설, 교육, 문화혜택이 서울과 동일권으로 수도권 제1의 아파트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단지 내 상가 마다 교회 십자가가 서있고 평일인데도 노방 전도하는 모습들을 간간히 보게 된다.
 구리시는 총 33.3 평방킬로미터로 8개동 5만5천9백33가구에 총인구는 20만명으로 인구증가율은 연 5퍼센트이다. 현재 구리 지역에 있는 교회는 대략 60여 개. 그 중에서 본교단 교회가 30여 개로 강세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 노회인 서울동노회 구리시찰 지역 교회가 26개처, 그 외 평양, 용천 등 무지역노회 교회가 있다. 타교단으로는 합동측 교회와 감리교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상황.
 현재 구리시는 인창, 토평, 교문 등 3개 지역의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창지구는 LG백화점 주변에 위치한 택지개발지구로 97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1만2천세대의 아파트가 입주해 있고 전철이 건설 중에 있으며 편익시설인 백화점, 농수산도매시장, 대형 할인매장, 한양대학병원 등이 들어서 있다. 현재 이 지역은 평양노회 두레교회(김진홍목사 시무)와 면일교회(이병태목사 시무), 서울동노회 동산교회(박재곤목사 시무), 인창제일교회(백남철목사 시무), 천성교회(김재흡목사 시무), 새성(임병근목사 시무), 늘사랑교회(최송규목사 시무)와 용천노회 반석교회(구광태목사 시무)가 위치해 있다.
 평양노회 두레교회의 경우 남양만에서 28년 간 활빈교회를 시무한 김진홍목사가 97년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시작했다. 두레교회는 현재 인창동 상가건물을 임대해 지하를 본당으로 2, 3, 4층은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현재 교육관과 두레마을 자연유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문동 소재 한다리 마을 2천여평 대지 위에 2, 3년 내에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면일교회는 지난해 면목동에 있던 부지를 매각하고 인창지구에 새롭게 교회 부지를 매입, 건축 이전을 한 경우. 대부분 기존 교인들이 이전해 오기도 했지만 1년 동안 1백여명의 새가족이 늘어났다. 동교회는 매 달 넷째주일을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봉사주일로 정하고 약사, 미용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자원하여 지역주민들에게 무료로 법률상담, 미용봉사, 건강상담, 영화상영 등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 오전 호박죽과 주보를 나눠주며 전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박죽 전도대'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동산교회는 1967년 동구능교회로 시작된 원주민교회이지만 91년 현 담임 박재곤목사가 부임한 이후 97년 현 위치로 신축 이전했다. 인창제일교회는 영세교회가 창립25주년 기념으로 지난 94년 개척했으며 천성교회는 94년 상가 2층 30평에서 시작하여 98년 80평 지하로 이전했다가 2001년 현 위치에 부지 1백20평을 매입하고 2002년 교회를 신축, 시찰 내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한 교회로 평가받고 있다.
 토평지구는 교문지구에 인접한 신 주거 타운 으로서 2001년부터 약 6천여세대가 입주, '구리의 강남'으로 불려지고 있는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동쪽으로 왕숙천,남쪽으로 한강 및 그린벨트가 접해져 있고 서울 워커힐에서 구리시 진입시 제일 가까운 지역이며 재래시장 및 상업중심시설로 유동인구가 많은 수택동과 인접해 생활하는데 편리하다. 토평 지구 내엔 평북노회 목양교회(황규현목사 시무), 서울동노회 구리명성교회(조귀채목사 시무), 즐거운교회(전남호목사 시무), 천광교회(김성현목사 시무), 용천노회 성덕교회(하원양목사 시무)와 지난해 연말 개척하여 아직 노회 가입이 안된 동부명성교회(한신국목사 시무)가 있다.
 목양교회는 1984년 12월 30일 첫 예배를 드린 이래 반 지하, 2층 상가, 단독교회의 순으로 성장해왔으며 현 예배당은 2002년 7월에 건축을 완료, 입당했다. 현재 8백여 명이 출석하는 목양교회는 내년 20주년을 맞아 교회 개척을 계획하고 있다. 구리명성교회와 동부명성교회는 명성교회가 상가 보증금과 교역자 사례비를 지원해서 개척된 교회로 비교적 순탄한 시작을 보이고 있으며 즐거운교회와 천광교회는 공히 98년도에 현 담임목사가 부임, 최근 교회를 건축하고 이전,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교문지구는 구리시청 주변에 위치한 택지개발지구로 90년부터 99년까지 1만여 세대의 아파트가 토평지구와 함께 신 주거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주변에 근린상가와 재래시장이 있으며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시청, 소방서, 시립도서관, 체육관, 세무서, 전화국 등이 있다.
 이 지역 교회로는 교문제일교회(이윤식목사 시무), 밀알교회(이석형목사 시무), 교문중앙교회(박석봉목사 시무), 구리영락교회(김성기목사 시무), 세계로교회(김종두 목사 시무), 예중교회(김철현목사 시무), 창성교회(이원규전도사 시무)가 있다. 이 중 교문제일교회가 1961년, 밀알교회가 1983년에 세워진 기존교회이며 나머지 교회들은 대부분 1990년 이후에 설립돼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지역개발과 함께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는 교회들이다. 교세 면에선 밀알교회와 교문제일교회가 규모나 역사 면에서 대표적인 교회이다. 밀알교회의 경우 '세상을 가슴에 품고 복음을 전하는 교회'를 표어로 예배, 교육, 봉사, 전도에 전력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 창성교회의 경우, 최근 남양주지역의 수석중앙교회와 합병하여 새롭게 출발했다. 두 교회 모두 세례교인 30명 이하의 작은 교회로서 어려움을 겪던 중 기존 창성교회의 목회자가 타 지역으로 새롭게 목회를 계획하자 시찰 내에서 두 교회의 합병을 권면, 창성교회를 담임했던 목회자는 아무 조건 없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했고 수석중앙교회 교인들과 함께 창성교회로 부임하게 된 목회자는 건축 준비비를 개척 지원금으로 전달하는 아름다운 선례를 남겼다. 소위 '막후 거래' 없이 원만하게 튼실한 교회를 만든 것.
 서울동노회 구리시찰장인 김일재 목사(아천동교회)는 "신도시 지역의 교회들이 성장 지상주의에 빠져 참된 목양보다는 수 불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공격적인 전도로 지역과 교회에 폐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과 같이 호흡하며 성장하는 목회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목사는 "지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없이 신도시에 대한 환상만으로 개척을 서두르다 보면 난관에 부딪히기 쉽다"며 "현재 상가 2층이나 지하에 있는 교회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천성교회와 같은 '윈윈 전략'으로 교회가 합병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택지개발지구는 아니지만 이곳에 바로 인접해 있는 수택동에도 구리광장교회(김한호목사 시무), 대광교회(한일숙목사 시무), 예평교회(최성호목사 시무), 제자교회(주욱중목사 시무), 주향교회(이승규목사 시무), 평안교회(이광우목사 시무), 행복한교회(임훈식목사 시무)가 지역 복음화에 앞장서고 있다.
 구리광장교회는 광장교회가 창립 45주년 기념으로 2000년 9월에 개척, 부지매입에서 건축 일체를 지원하고 교역자 사례비를 2년간 지원했으며 개척 초기 4개월간 광장교회 남녀선교회 회원 30여명이 매주 예배에 동참하며 교회 부흥을 이끌어 냈다. 한편 예평교회는 담임목사인 최성호 목사가 현직 의사로서 자신이 개업한 '베데스다 기독의원'에 교회를 설립한 케이스. 주중엔 의술을 펼치고 주일엔 목회를 하는 늦깍이 목사로서 치유와 교육목회를 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자교회는 본래 1977년에 설립된 합동 소속 교회였으나 교단 탈퇴를 하며 어려움에 빠져 있던 중 현 담임인 주욱중목사가 1992년 부임, 서울동노회에 가입하고 10여년 사이 지역에서 신망받는 중형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hcahn@kidokongbo.com


● 취재 뒷얘기

 신도시 지역 교회의 형태는 개발과 함께 시작된 교회와, 개발 이전에 형성된 교회로서 개발에 적절히 대처하여 변화에 적응하며 함께 성장한 교회, 그리고 개발 사각지대에 있어 성장이 지체된 교회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현재 이 지역은 본교단 30개 교회 중 1990년 이후에 세워진 교회가 20개처 이상이며 이 중 50퍼센트 이상이 상가 임대교회이며 세례교인 50명 이하 교회가 10여개나 된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상가교회의 목회자는 "시대가 바뀌어 교인들이 상가교회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 "상가지역에 어렵게 교회를 분양받기는 했지만 은행에서 융자받은 대출금 이자를 갚고 나면 목회자 사례비 외엔 남는 게 없어 전도지 만들 형편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 목회자는 "기회가 허락된다면 현 상가를 매각하여 수도권 지역에서 좀 더 떨어진 지역에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을 하겠다"며 교회개척을 준비하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서울 내에서 개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수도권보다는 좀 더 떨어진 지역에서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충고하기도 했다.
 불신자 전도를 통한 성장보다는 교인들의 수평 이동이 심한 것도 신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실 대형교회 차량들이 주일이 되면 아파트 지역을 돌며 교인들을 수송하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지역 내 한 교회가 전도지 전단에 자기 교회를 강조하는 것이 지나쳐 여타교회는 교회가 아닌 것처럼 표현된 문구를 삽입, 물의를 빚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또 문을 닫는 교회들이 생겨나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개 중에는 사전 준비가 소홀한 가운데 오직 믿음으로만 무모한 개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성장 지상주의에 빠져 공격적이고 물량위주의 전도 방법으로 주변의 작은교회들과 '제로섬 게임'을 부추기는 교회도 있다. 신도시 지역의 교회가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는 현실 속에서 대형교회들은 작은 교회를 위해 나눌 수 있을 때 진정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 이뤄질 것이다.
 취재 중 들린 토평지구의 장자못 공원은 본래 오폐수가 가득하여 악취를 풍기던 곳이었지만 호수바닥을 준설하고, 한강물을 끌어들여 지금은 맑은 물가의 산책로에서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지역의 명소가 됐다.
 이 지역의 교회들 또한 장자못 공원처럼 지친 영혼을 변화시키는 쉼터가 되기를 바라며 서울로 돌아왔다.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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