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쉬운 '전자총회'

[ 교계 ]

안홍철
2003년 08월 30일(토) 00:00

 제88회 총회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회는 총회기구개혁안 처리, 추첨제(제비뽑기) 연구안, 특별 감사, 이단 사이비 대책, 총회 총대수 산정 개정, 노회 경계 처리, 은퇴 교역자 노후 대책, 하나의 신학대학원 실현을 위한 논의 등이 쟁점으로 부각된다.

 지난 1989년 영락교회에서 열린 제74회 총회의 총대수는 1천2백44명, 총회 사상 최초로 1천명을 넘긴 총회였다굨 총대수를 1천명을 넘기면서 89년 이후 제주영락교회(제75회 총회)를 제외하고 총회는 영락교회와 소망교회, 명성교회 등 서울의 3개 대형교회에서만 개최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그런 면에서 올해 인천 주안교회에서 개최되는 제88회 총회는 13년만에 서울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굨 주안교회는 이번 총회를 위해 지난 1년 간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굨 이미 지난해 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제87회 총회를 개최한 영락교회 준비위원회 팀과 행동을 같이 하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주안교회는 당초 이번 총회 준비를 하며 기존 총회와 차별화 된 전자총회 준비를 했다고 한다. 기존의 오엠알 카드 기표 방식을 통한 투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자투표 방식을 채택하고자 했던 것. 국내 굴지의 모 통신회사와 한 신용카드 업체가 제휴한 이 프로젝트는 1천5백명 총대 전원에게 신용카드 겸용의 아이디 카드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신분확인을 하고 컴퓨터로 후보자를 택하는 방식. 총 30대의 컴퓨터로 1천5백명의 총대가 투표에 소요되는 시간은 25분.

 그러나 이 방식을 올해 채택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먼저 통신회사와 카드업체가 제휴, 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신용카드 발급이라는 영리 목적이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카드 발급을 하는데 시간이 20여일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 또한 이 방식은 미국장로교회총회(PCUSA)처럼 전원이 한번에 버튼을 눌러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50회에 걸쳐 나눠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총대들이 투표 프로그램 사용이 미숙한 경우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무기명 비밀투표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사실 확인은 안됐지만 "전자투표의 경우 투표지 보전이 어려워 안된다"는 아날로그적 사고를 지닌 이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안홍철 부국장 대우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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