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 신도시를 가다/(1)"그 총성없는 복음의 전장터를 가다"

[ 교계 ]

안홍철
2002년 09월 14일(토) 00:00

 본교단은 지난 1992년 총회 창립 80주년 당시 교회수 5천45개 처, 교인 수 1백98만9천9백65명의 교세로 한국교회 장자교단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제77회 총회는 이에 머물지 않고 교단 창립 1백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 교회수 1만개처, 교인수 4백만 명으로 배가시키는 1백만 교회 4백만 신도 운동(만사운동)을 결의했고 이에 따라 총회 전도부는 만사운동본부를 조직하고 전국 주요지역 개발계획에 따른 신도시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전국교회에 시달했다. 이후 총회 산하 노회와 교회에서 교회를 개척할 때는 신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됐고 그 결과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세워진 1천7백여 교회 중 신도시 지역에 세워진 본교단 교회 수가 1천여 개 처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신도시들이 처해 있는 선교 현장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전국 복음화, 민족 복음화를 향한 선교의 비전을 이루는 데 일조하기를 원하며 의욕적으로 '선교현장, 신도시를 가다'라는 새로운 기획을 준비한다.
 무엇보다 신도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내외 유통업체의 격전지를 방불케하는 할인점과 백화점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는 등 상업지역과 근린생활 시설 지역이 주거지역과 혼재돼 있다는 것. 수도권의 대표적 신도시들은 아파트에서 쇼핑매장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우며, 거주지 어디서나 자동차나 전철을 이용한다면 10분 내에 당도할 수 있다.
 이러한 신도시에 상주하는 교회들의 선교전략은 당연히 남다를 수밖에 없다. 풍요로움이 넘실대는 도시로 일별되는 신도시는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과 같은 곳이다. 자칫하면 "부요하여 내가 주를 모를까"(잠30:8)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드는 곳이다.

 신도시는 실제로 뛰어난 주거환경이라는 지리적 입지조건의 환경요인에다 생활수준이 비교적 높은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어 신도시 교회들의 초기 선교전략은 '심령을 부흥케한다'는 신념이 강했다.
 물론 신도시 입주 이전, 대부분 기존 교회들이 군소 단위로 선교를 감당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미자립교회인 경우가 많아 "신도시 입주민들의 눈높이와 자라온 생활환경의 패턴이 신도시 개발 이전, 기존의 교인들과 너무나도 상이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다.
 신도시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발빠른 정보입수와 함께 공격적인 선교전략을 감행했다는 것.
 교회들 스스로 새로 입주하는 입주민들의 동호수를 정확히 파악한 후 전도를 시행한다는 것과 엘리베이터나 거울 등 게시판이나 공공기물을 기증해 교회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마치 판촉에 가까운 이런 전도방법은 아파트가 신축되는 지역이면 어디서나 시도하는 고전이 됐다.

 이러한 선교전략은 1990년대 중반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척박한 토지에 씨앗을 뿌린다는 개념의 선교가 비교적 탄탄한 열매 그대로의 '옮겨심기형' 개척 모델로 전향됐다는 사실.
 이같은 현상의 특징은 이미 자리를 잡은 교회가 새로운 교회의 개척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과 독자적인 개척이 아니라 일부 성도들까지 개척멤버로 분양하는 등 미리 일정규모의 공동체를 이루어 시작한다는 두 가지 양상을 띠게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 경제적 여건에 시달리는 교회들의 복음전도 사역이 생존차원으로 전락해 교회의 상업화를 부추기는 데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군소교회 등 미자립교회의 교인들까지 대거 빠져나가게 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또한 새로 건축된 대형교회들 중에는 주변 입지의 환경을 고려치 않았다는 평가와 더불어 거주지역에서 다소 벗어난 곳에 위치, 지역민들과 유기적인 함수관계를 형성치 못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신도시는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소문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교회 수가 증가, 한 골목에 교회 첨탑이 10여 개나 위치하는 아이러니를 양산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건물신축이나 임대가 용이하며, 전출입이 잦은 아파트주민들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벌이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교회들은 다른 주택가보다 교회수는 많으나 교회당 평균 신도수가 적고 개척교회가 많으며, 대부분 넓은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지나친 교세확장과 교인확보 경쟁, 비싼 임대료로 인한 자금난 등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교회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회 개척의 황금어장으로 보이는 신도시, 그곳에도 분명 빛과 그림자가 있다. 본보는 향후 4명의 기자로 구성된 특별 취재팀을 통해 장장 2년 간에 걸쳐 신도시의 선교적 비전과 명암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선교현장으로서의 '신도시'
 창문을 열면 옆 집 창문이나 답답한 담벼락이 보여 마음대로 창문도 못 여는 곳, 자동차 매연과 소음으로 숨 가쁘고 어수선한 곳. 도심 속에 사는 현대 가정의 모습이다.
 이와는 달리 현관을 나서는 순간 만나게 되는 푸른 녹음과 산책로, 시내 중심과 2~30여분 거리의 지리적 여건 등을 두루 갖추며 쾌적한 환경과 편리한 생활로 대변되는 신도시는 도심 속 생활에 찌든 이들이 꿈꾸는 주거 타운이다.

 본래 신도시(뉴타운) 정책이란 합리적인 도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건설정책으로서 19세기 말 영국의 E.하워드의 전원도시론에서 비롯됐다. 이후 영국이 뉴타운법에 의한 정책을 국가적으로 채택함으로써 세계적인 도시 정책이 된 것.
 뉴타운은 계획인구의 상한선(보통 2만~25만명)을 둠으로써 대도시와 같은 무제한 팽창은 하지 않으며, 다른 대도시 주변의 위성도시처럼 의존성 경제구조를 가지지 않고 독자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이 모두 도시 안에서 고용되고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이 특징.

 한국에서도 서울을 위시한 대도시의 인구 및 산업집중방지책으로 위성도시의 건설과 지방공업단지의 조성 등이 실시됐는데 이것 또한 신도시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공업이나 행정 기능을 갖춘 성남, 안산, 과천 등이 대표적인 신도시에 해당하며, 최근에 건설한 일산, 분당, 평촌 등의 주거 단지는 베드타운형 신도시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도시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분별한 신도시 재개발 정책, 특히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지방 신도시의 경우 지역거주민에 대한 배려와 지역시민들에 대한 삶의 질적인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신도시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것이 교회 개척이다.

 신도시에 진입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교회의 십자가다. 신도시 계획 단계부터 종교부지를 대토 혹은 분양받아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교회들이 있는가 하면 신도시가 완성된 이후 막차를 타고 합류한 교회들도 있다.
 또한 넓찍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같은 상가에 한 층 건너 교회가 밀집해 있는 경우도 있다굨
hcahn@kidokongbo.com

◆新都市 교회개척의 세 가지 유형 급변하는 신도시 지역의 교회들은 짧은 기간 내에 교회의 정착과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늘 목회자의 뒤를 따라다닌다. 일반적으로 신도시에 자리한 교회들은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신도시 개발 이전 원주민들을 중심의 교회가 적응해 자리를 잡은 경우, 둘째, 신도시 개발에 즈음해 별다른 후원처 없이 교회를 개척한 경우 그리고 셋째, 신도시 복음화를 목적으로 기존교회가 부지를 확보, 교역자를 파송한 경우 등이다.
 이 가운데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신도시 지역의 목회자들은 부담을 갖고 교회 개척, 혹은 선교에 임하기 마련이다.

 우선 후원교회의 지원없이 목회자가 직접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2년 전 수지지역에 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성공적인 목회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김재남목사는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목회자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처음 가졌던 열정들이 사라지고 교회 개척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신앙적인 열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김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계속적으로 자신에게 신앙적인 열정을 부여하고 다른 교회와 비교하지 말며 말씀 사역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개교회가 후원해서 개척한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재정적인 어려움은 극복될 수 있지만 후원교회의 간섭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짧은 기간 내에 교회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개교회의 후원으로 신도시에 교회를 개척했지만 수도권이냐 아니면 지방 중소도시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총회 전도학교 강사인 김경호목사(대전동안교회)는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철저한 준비기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지역적인 특성과 현지에 대한 실제적인 연구를 기초로 해서 교회 개척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도시 교회 개척의 모델로 대두되고 있는 일산광성교회 정성진목사는 "일반적으로 신도시 교회 개척에는 교회 건물과 타이밍보다는 오히려 목회자의 열정과 설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척 교회들이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지 않으려면 개교회가 건축을 지원하거나 개교회가 힘들 때는 총회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서 교회를 개척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성진 ksj@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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