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한국교회, 진단과 전망 - (3)한국교회 위기와 극복

[ 교계 ]

안홍철
2002년 08월 24일(토) 00:00

최근 수년 동안 한국교회가 교세 감소와 성장 둔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인 감소나 교회성장 둔화가 위기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피부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이 될 수는 있지만 교회 자체의 위기는 아니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오히려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과 이로 인한 무자격 목회자의 양산, 지도자의 도덕적 해이, 사회적 역사적 책임의식의 부재, 기복주의 신앙, 물량주의와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사회의 냉대와 질시를 넘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를 말하고는 있지만 정작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교회가 이처럼 정체성이 상실되고 무기력에 빠진 것은 단순한 수의 감소현상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정체와 감소에 이르도록 한 한국 교회의 내부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사회의 신망을 잃은 교회 내부적으로 세습이나 도덕성 문제로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고, 교회에 나가는 사실을 숨기고 부끄러워하거나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복음전도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는 공신력을 잃은지도 오래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영적 무기력이다. 그동안 한국교회 성장을 주도해왔던 생동감 넘치는 영성, 뛰어난 지도력, 모이는 열심의 상실이 정체와 감소의 요인인 것이다.

교회성장학자들은 한국 교회 성장 둔화의 요인으로 사회적 요인과 교회 내적 요인을 들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요인으로 고도 경제성장으로 인한 긴장감의 해이, 여가 산업의 발달, 인구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진출을 들고 있고, 교회 내적 원인으로는 교회의 정체성 상실, 목회자의 영성 약화, 미래에 대한 투자 부족, 교단분열과 개교회 분규, 사회봉사의 부족, 이단에 대한 대책부재 등을 꼽고 있다.

영적 무기력과 함께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을 불러온 것은 바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에 기인한다. 영성의 쇠퇴와 문화와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의 부족, 교회 지도력의 결핍 등은 교회의 분열과 신앙 열정의 감소를 초래하면서 청소년들의 교회 이탈, 교회지도자들의 무기력화, 신학적 혼란과 이단의 성장을 부추겨 교회의 지속적인 부흥 열정에 찬물을 끼얹게 되었고, 오늘날과 같은 정체와 감소현상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미래 예측과 준비에 소홀 지난 1997년 '복음에 의한 사회변혁'을 꿈꾸는 목회자 23인이 뜻을 모아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칭: 한미준)을 창립, 회개와 갱신, 복음의 회복, 한국교회 미래를 위한 준비 등 3대 방향성을 가지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창립 발기문을 통해 "지금 한국교회는 심각한 영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점점 강해지는 세속의 물결에 대항하지 못해 교회가 세속화되어 가고 있고, 불신자들을 향한 복음전도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하여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민족과 교회 앞에 우리의 나태와 잘못을 먼저 회개하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가지고 민족과 교회의 부흥을 위하여 다시금 일어서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교회 개혁은 지도자의 영적 개혁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 지도자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교회가 개혁될 길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nda et semper reformanda)"는 종교개혁 정신처럼 교회가 교회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먼저 자성과 개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굳어져버린 부도덕한 과소비 생활을 떨쳐버리고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야한다. 호화로운 예배당 건축, 섬기는 종이 아니라 섬김을 받는 종, 기도와 말씀 준비보다 다른 일에 열중하는 목회자 등 지도자들이 개혁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지도자의 영적 개혁 시급 담임 목사 세습의 경우, 세습 문제가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는 자체가 한국 교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엄밀히 따져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같은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목회직 세습에 사회가 분노하는 근본원인은 신학적이라기 보다는 정서적인 문제에 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결코 평탄하지 않는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아들과 그 아들이 십자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영적 감화와 신앙적 모범을 보여준 아버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사회의 지탄을 받는 목회 세습은 대부분 대형교회이기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세습이 명확하게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는 것이 곧 잘못이다. 이를 극복하고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공신력 있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정과 개혁만이 희망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선거가 일반 사회 정치판의 선거보다 더 혼탁하다는 소리를 듣고있다. 금권이니 부정이니 하는 소리가 예사로 들린다. 모 교단에선 '10당 7락', '7당 5락'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돈이 뿌려지고 있다고 한다. 교단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 후보의 약점이나 비리를 캐내어 전국 교회에 유포하고 자기 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뿌리고 있으니 일반 정치판의 선거보다 더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하다.

경건의 능력 회복하라 수년전 서울지법 민사28부는 교회 선거와 관련, 한 개인이 교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기독교계를 비판한 판결문을 읽어나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교회 분쟁이 일어날 경우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세속 법정으로 문제를 가져올 것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이를 처리해야 한다"고 준엄하게 교회를 비판했다. 마치 폭풍을 만난 배 속에서 잠자고 있던 요나(욘 1:6-10)에게 찾아가 "자는 자여 어찜이뇨? 일어나서 네 하나님께 구하라"고 호통을 친 선장처럼. 신앙인이 세상을 심판해야 하거늘, 불신자가 신앙인을 심판하고 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은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3:1)라고 책망받았던 사데교회와 같다. 특히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딤후 3:5)이 없는 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다.

영적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교회 위기는 지금까지 영성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해 교회 안에 이를 위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교회 개혁의 중심은 하나님의 말씀 선포 기능부터 회복해야한다. 교회의 개혁은 예배와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기능의 회복을 우선 과제로 해야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시대에 내리는 심판이고 잣대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그것은 기회가 될 수 없다.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말과 혀로만이 아니라 행함으로 진실하게' 하나님 말씀에 근거하여 대책을 세운다면 한국교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