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1999특집/ 가족도사회도외면하는독거노인들의 현주소

[ 교계 ]

안홍철
1999년 11월 27일(토) 00:00

노년의 문제는 사회, 더 나아가 교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누구나 평화롭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불
안감과 고독감은 이 사회가 노인들을 멸시하고 심지어 버리고 싶은 헌짐짝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생긴다.

노인이 버림 받는 최고의 사례는 늙은 부모를 내다버리는 `고려장'일 것이다. 이것이 남몰래
한 짓이 아니라, 공공연한 사회 제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지금도 `현대판
고려장'이 제주도 같은 곳에서 가끔 일어난다.

많은 교회들이 십여년 전부터 노년에 관심을 두고 선교전략의 한 방편으로 노인학교를 운영
하고 있다. 그런 한편 교회 부설의 양로시설을 운영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회
예산 가운데서 가장 빈약한 분야가 노인사업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인학교 운영비만
해도 1백명 기준으로 연간 1천만원 안팎의 예산이 있어야 하며, 노인 시설의 경우는 상주하
는 식구들이므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교회가 많다.

실제로 주 1회의 점심 제공과 노인학교 프로그램을 하는 교회에 나오는 노인학생들은 천당
에 가는 듯한 기쁨과 활기를 띠고, 적어도 1주일에 2~3개의 다른 노인학교에 출석하곤 한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활기찬 이러한 노인들 뒤에 보이지 않는, 아니 나다닐 여건이 못되는
다른 세계의 노인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서울의 한 교회는 이런 사각지대의 독거노인들에게 사회봉사국 주관으로 한 달에 2회씩 반
찬을 만들어 가지고 그분들을 찾아가 함께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반찬
보다 더 반가운 것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노인은 온 몸의 아픔을 잠시라도 잊을 수가 있고, 외로움을 덜어주며, 병이 치유되기도 한
다. 이것은 노인 방문 상담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서울시 중계동의 한 복지관은 노인들에게 매일 점심 한끼를 대접한다. 그 점심을 드시기 위
해서 노인들은 아침 9시부터 문 앞에 와서 기다린다. 그분들의 하루 식사는 그곳에서 주는
점심 한끼뿐이므로 이 점심시간을 놓치면 하루종일 굶게 되기 때문이다.

샬롬노인문화원에서 그곳의 노인들께 `사랑의 무릎 덮개'를 전달한 적이 있는데, 예쁜 색의
무릎 덮개를 서로 골라 집는 해맑은 웃음은 정말 `천사의 미소' 같았다. 그리고 하루 한끼의
점심을 감사하며, 매우 달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세끼를 먹으면서도 불평이 많은 우리 자신
들을 돌아볼 때 부끄럽기만 했다. 또한 이들은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 축에도 들
지 못한다. 독거노인은 부양가족이 없는 생활보조 대상자로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에서
생활보조금을 받게 되지만, 이들은 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가족이 하나쯤 혹처럼 달려 있어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아무런 보조가 나올 데가 없다.

◈버려진 사람들

이러한 처지의 노인들이나 움막 같은 곳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을 그 누가 우리 삶의 자연
법칙 현상이라 하겠는가? 이것은 비극일 뿐이다. 그들도 힘들지만 보람있는 삶을 살아 왔을
것이며, 자신을 버려둔 채 들여다 보지도 않는 자식들을 원망은 커녕 오히려 그들의 행복을
위해 매일 기도드릴 것이다. 따라서 그들도 행복한 하나님의 자녀가 될 권리가 있는 것이
다.

송파구에서는 방이 4~5개 달린 집을 매입하여, 가족이 없는 노인들이 함께 사는 `노인의 집'
을 작년부터 여러 채 마련해가고 있다. 식사를 도와주는 봉사자, 목욕, 미용과 이발, 산책 등
을 도와주는 봉사자, 정기적인 의료팀, 때로는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기동 봉사대가 노년의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느라 바쁘다.

교회도 사회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즐거운 노년의 집'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러한 계획은 물론 봉사자 훈련과 예산이 필요하다. 교회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해외 선교
비로 연간 몇 억원씩 쓰는 것보다는, 교회 옆에 아담한 집을 구입하여, 그분들이 하늘나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교회를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게 한다면, 교회는 진정한 의미의 구
원의 집이 될 것이다. 교회가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아주 이상적인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몇 해 전 일본 하마마스의 세이레이 노인복지사업단을 방문하던 길에 나고야 한인교회(황의
성목사 시무)를 들렸다. 20여 년 전만 해도 조용한 주택가 속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교회였
는데, 이번에 다시 방문했을 때 그 교회의 변한 모습에 필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
다.

지상 8층 지하 1층의 붉은 벽돌 건물 위에 십자가가 드높이 빛나는 그 교회는 `영생원'이라
는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모든 노인을 인격적으로 모시면
서 서로 마음의 대화를 나누고 편안하게'를 모토로 지난 85년 10월 나고야시가 건축비를 부
담하여 지은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유치원, 노인 데이 케어 센터, 노인 양로홈 그리고 교회
와 강당이 있다. 일본 나고야시가 한국인교회에 사회복지 시설을 위탁한 것을 보면, 한국인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도의 규모라면 한국에서도 구청 등의 위탁을 받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텅 빈 관광
용의 큰 교회당 보다는 하나님의 백성들로 꽉 차서 삶의 기쁨을 찬양하는 알찬 예배당이,
바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현장이지 않은가. 윤경남/샬롬노인문화원장·안동교회 권사


◆ 기관탐방. 영락노인복지센터

"기름이 말라 등불이 희미해져 갈 때 기름을 치면 불이 서서히 정상으로 밝아지지 않습니
까?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노인들이 밥도 먹지 못하고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방법도 없이
사경을 헤맬 때에도 우리는 결코 `케어'(돌봄)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영락노인복지센터 원장 임종락 장로(영락교회)는 "노인복지센터에 수용된 노
인들의 평균 연령은 우리나라 국민 평균 연령인 74세보다 10년 이상 높은 84.4세로 장수하
는 셈"이라며 "그 이유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케어' 때문"이라 말한다.

1952년 전후의 시대적 사명과 함께 영락교회 원로목사인 한경직 목사에 의해 설립된 동 센
터는 양로시설(영락경로원), 요양시설(영락요양원), 재가복지시설(영락재가복지상담소) 등 3
개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경로원은 만 65세 이상된 생활보호대상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원으로서 노
인문제 상담, 집단 활동 및 치료, 여가선용을 위한 취미활동 및 교양 교육, 의료 서비스, 신
앙지도를 하고 있다. 요양원은 치매, 중풍, 외상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생활보호
대상자를 대상으로 재활 치료를 하며 특히 말기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도 병행하고 있다.
전체 1백5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이중 70명은 건강한 편이고 나머지 80명은 환
자.

이와 함께 상담소에선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생활보호대상 노인(저소득층 노인)들에게 계속
가정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인 가정봉사원을 파견하여 돌보고 있는데 현
재 이 서비스를 받는 재가 노인 수도 1백50명 선이다.

현재 동 센터는 시설 부족으로 더 이상 노인들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
다. 동 센터가 위치한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산 33번지 일대는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증개축
이 어려운 상황. 부지는 1만평 가까이 되지만 건물을 지을 수 없기에 현재 1백50명에서 멈
출 수밖에 없는 딱한 실정이다. 상담전화: 0347)792-2155.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