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나그네들의 설 명절

[ 교계 ]

김보현 박만서 장창일
2004년 01월 31일(토) 00:00

모든 사람들이 새 희망을 품고 힘찬 출발을 다짐하는 설 명절굨 그러나 유난히 추운 날씨에 불법 체류자 단속 등으로 인해 이방 나그네들은 쓸쓸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안산노동자센터, 광성교회,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등 교회와 기관, 단체 들이 이들과 함께 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설을 보냈다굨<편집자 註>

 설날 연휴를 시작하기 전날 눈보라가 몰아 치는 강추위를 뚫고 경기도 현리에 위치한 새문안교회 수양관에 이방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출신 국가는 달라도 외국인근로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의 특별한 설날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간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유해근목사 시무)가 주최한 '2004 외국인근로자 신앙사경회'에 몽골 인디아 필리핀 중국 이란 등 문화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온 외국인근로자 1백20명과 한국인 봉사자 30명이 참석했다.
 신앙사경회와 함께 국가별 대항으로 진행된 체육대회는 각국의 명예를 걸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를 녹였으며 심사위원을 곤혹스럽게 할 정도로 잘 준비된 찬양대회에서는 몽골과 조선족 이란팀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씨름 대회도 함께 열렸다.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는 매년 설날과 추석 연휴 기간에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소장:박천응)에서는 설날을 맞아 지난 21일 문화축제를 열고 명절에 갈 곳 없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매년 추석과 설날마다 열고 있는 문화축제는 지역주민들에게 해외의 문화를 소개하고 외국인근로자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는 의미있는 행사로 뿌리내렸다.
 올 설날에도 5백여 명의 외국인근로자들과 지역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해 세계음식체험과 문화공연 등의 행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박천응 목사는 "올 설이 유난히 추웠던 데다가 불법체류자 단속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외로움이 더욱 컸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주민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허물없이 어울리고 있어 이곳 안산이 화합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평소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외국인 성도들을 꾸준히 신앙적으로 지도해 정착을 도와온 광성교회(이성곤목사 시무)도 설 명절을 맞아 이들을 초청, 식사와 선물을 나누며 외로운 이국생활을 위로해 주었다.
 현재 동 교회에 등록한 외국인 성도는 대략 1백40여 명, 필리핀 몽골 조선족 한족 등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온 이들은 평소 80여 명이 꾸준히 주일 예배에 참석하고 있으며, 교회는 몽골어와 중국어 영어 등 매주 3개국어 통역 봉사를 통해 교회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왔다.
 원로 김창인목사가 시무 중일 때부터 매 주일 이들을 위해 특별 예산을 집행하며 따뜻한 식사와 친교를 위해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광성교회는 올 설 명절에는 보다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 성도 대부분이 동 교회의 개척교구인 제17교구에 속해 있는데 교구 담당 박성수목사에게 뜻하지 않은 도움의 제의를 받게 됐다. 평소 어려운 이웃들과 해외 선교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동 교회 이기학 집사가 박 목사로부터 이들이 명절을 외롭게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식사 대접을 제의한 것.
 우선 식사문제는 이 집사가 새로 문을 연 대학로 한 식당에서 준비하도록 했고, 이 집사는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 정성이 담긴 머플러도 선물로 준비했다. 교회에서는 담임 이성곤목사가 참석해 간단히 경건회를 인도하고 이국 땅에서 명절을 맞게 되는 이들을 신앙적으로 격려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모임에는 지난 31일 몽골로 단기선교여행 출발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 12명이 동석, 자원 봉사와 함께 간단한 공연 순서를 갖고 함께 말벗이 되어 주는 등 모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총장:림택권) 남자 생활관 한쪽 방에 서로 다른 나라에서 찾아온 신학생들이 특별한 저녁식사를 위해 모여 있었다. 평소 같으면 기숙사 식당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대했을 이들이었지만 이날은 기숙사 식당도 쉴 수밖에 없는 형편.
 이러한 사정을 미리 고려해 생활관장 인유진목사는 학교측과 교섭을 통해 스스로 식사를 준비해 친교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모임을 준비한 인 목사는 "현재 기숙사 내에는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부탄 네팔 13개 국에서 와 석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있다"면서 "명절 때가 되면 국가별 공동체들과 관계를 갖고 있는 이들은 별도의 모임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적적한 분위기 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땅에서 근로자로 혹은 신학생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은 한국사회의 변화나 교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더욱 늘어갈 전망이다. 단순한 위로 차원의 모임도 더욱 소중하지만 찾아온 이웃들과 함께 문화적 경험을 나눌 때 더욱 뜻깊은 교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보현 bhkim@kidokongbo.com
박만서 mspark@kidokongbo.com
장창일 jangci@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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