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청빙의 공정한 절차...'교회 프로필' 어때요?

공적 신학과 교회 연구소, '한국교회, 목회자 청빙의 공공성을 말하다' 세미나 개최
이상조 교수, '독일 개신교회, 미국과 호주 장로교회'의 청빙절차 분석 ... 한국교회에 대안 제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10월 21일(월) 11:10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는 지난 18일 장신대 소양관에서 '한국교회의 목회자 청빙 절차, 공정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독일 개신교회, 미국과 호주 장로교회의 청빙 절차를 통해 본 한국교회 목회자 청빙 절차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대한 발제와 논찬이 이어졌다.
목회자 청빙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목회자의 전문성 검증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교회 프로필' 혹은 '미션 스터디'와 같은 교회 보고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비전의 관점에서 교회 보고서를 작성해서 후임 목회자와 교회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자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18일 장신대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가 '한국교회의 목회자 청빙 절차, 공정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독일 개신교회, 미국과 호주 장로교회의 청빙 절차를 통해 본 한국교회의 목회자 청빙 절차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대해 발표한 이상조 교수(장신대 역사신학)는 각 교단의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실제 한국교회 현장에서 생겨나는 청빙 과정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교회 보고서'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독일 교회는 '교회 프로필' 혹은 '요구 사항'을 작성하고 미국 장로교회는 '미션 스터디'를 작성한다"며 "교회는 '교회 프로필'을 지원자에게 보내고, 지원자는 프로필을 보고 자신과 맞다고 생각이 들면 청빙 지원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교회와 목회자가 서로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상호 간 필요와 비전에 적합한 목회자를 찾는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교회 프로필'이나 '미션 스터디'는 교회의 역사적 배경과 교인 통계 등을 포함한 개요를 설명하고 교회의 사명, 비전, 장기 목표를 통해 신임 목회자의 사역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의 예배 일정, 교육 프로그램, 사회봉사와 선교 활동 등을 서술하며 교회의 조직 구조와 재정 상황, 물리적 자산 상태도 알리고 교회가 직면한 문제와 향후 목표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청빙 과정에서 '교회 프로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작성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임자에 대한 평가가 담길 수 있고, 회중 사이에 분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회중교회식의 조합교회 운영방식을 취하는 한국교회에서는 쉽지 않다"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적합한 목회자를 청빙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자신들이 놓인 상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이 교수는 "'교회 프로필' 없이 후보자에게 '목회 계획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은 교회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뜬구름 잡는 식의 목회계획서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훌륭한' 목회자라도 교회에 적합한 목회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 과정 없이 청빙 지원 서류를 받는 것 자체가 쌍방간에 공정하지 않은 '절차적 공정성'에서 벗어난 모습이라는 의견이다.

전문적 평가를 위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설득력이 있다. 이 교수는 "적어도 후보자의 역량 평가만큼은 비전문가가 아닌 목회 전문기관의 협조를 받도록 하자"며 "목회자의 설교, 신학적 견해, 목회 철학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청빙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전문성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개체교회 주도의 '경쟁설교'를 실시하지 말고 한 명의 후보자만 회중에게 추천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노회나 목회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청빙 위원회는 각 후보자와 개별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교회 회중에게는 한 명의 후보자만을 추천하는 전통이 장로교회를 포함한 개혁교회 전통이며 회중의 마음이 나뉘지 않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득했다.

독일 스위스 프랑스 호주 미국 등 대부분의 개혁교회 전통과 장로교회에서는 개체교회 주도의 경쟁설교가 허용되지 않는다. 노회와 협력하여 청빙위원회는 각 후보자와 개별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회중에게는 한 명의 후보자만을 추천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회중은 청빙 위원회가 선택한 후보자에 대해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에 참여한다.

이 교수는 "이런 모습이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을지 모르나, 칼뱅 이후 개혁교회는 대의제 방식의 교회 정치체제를 발전시켰다"며 "청빙위원회가 최종적인 한 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절차까지 전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여러 명의 후보자를 회중 앞에 세워 설교하게 하는 방식은 개혁교회 전통에서 빗나간 모습이라 여겨진다"고 짚었다.

이상조 교수의 발표 후에 주교돈 교수(설교학)와 최형근 교수(역사신학)의 논찬이 이어졌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에 생겨나는 갈등과 위기의 원인 중 의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목회자 청빙이라는 중요한 현실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물론, 교회가 제도적으로 깊이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해외 교단들의 실제 헌법 규정과 시행안들을 통해 조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연구였다"고 평했다. 최 교수는 "교회 프로필 제도가 한국장로교회에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한국교회의 특수한 상황(전임자 평가 문제에 대한 찬반, 한국의 온정문화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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