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안과 탄식은 '치유와 회복의 갈망'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폐막, "예술은 기독교 신앙을 위한 질문의 공간 만들 수 있어"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10월 21일(월) 10:17
지난 17일 영화 '희생' 상영 후 시네토크가 진행됐다.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스틸컷.
인간의 갈망과 실존적 고민에 대한 성찰을 담은 제2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가 지난 20일 폐막했다.

올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신촌 필름포럼에서 '갈망(Loinging for)'을 주제로 진행돼, 14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엿새 동안 이어진 영화제는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롬8:22)' 말씀을 바탕으로 깨어짐과 무너짐 속 피조물의 탄식 소리, 그 너머의 치유와 회복을 기다리는 인간의 갈망을 이야기하는 작품들로 구성됐으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평론을 통해 신앙과 영화를 잇는 '시네 토크'가 매일 진행됐다.

개막작으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앞두고 사람들의 두려움과 갈등, 기다림과 순종의 시간을 그린 '저니 투 베들레헴;이 상영됐다.

이후 강압과 통제 속 자유와 사랑의 언어를 경험하는 내면의 변화를 다룬 '타인의 삶', 장애 아이를 둔 엄마의 삶을 통해 사회적 편견의 문제를 보여주는 '그녀에게', 대한민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 교수의 이야기를 빌려 자연과 건축, 삶의 조화를 살펴보는 '땅에 쓰는 시', 공동체 의식을 다룬 '닥터 코토 진료소' 믿음의 문제를 다룬 '오, 주님'과 '대답' 등 기독교인의 신앙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들이 이어졌다.

또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신앙적 가치관이 투영된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과 '희생',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의 '세 가지 색' 시리즈 등 감독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특별전을 통해 예술의 깊이를 더했다.

지난 20일에는 영화제를 폐막하며 C.S.루이스와 무신론자인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가상 대화를 통해 신에 대한 믿음과 무의식의 영역, 트라우마와 불안을 다룬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이 상영됐으며 영화제 전반을 아우르는 시네토크가 진행됐다.

이석준 배우와 추상미 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20일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상영에 이어 시네토크를 진행했다.
이날 추상미 공동집행위원장과 이석준 배우는 시네토크에서 이번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주제와 의미를 돌아보며 기독교 신앙의 깊이를 더하는 예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추상미 위원장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들의 믿음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예술은 그 과정에서 어떤 의심이나 질문도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중간지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추상미 위원장은 "연극과 영화, 그림과 음악을 통해 진리를 단호하게 전하되 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할 이유, 그것이 나의 삶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의심과 질문을 안전한 공간에서 마주하고, 성찰하고 풀어내며 우리만의 해답을 갖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국제사랑영화제의 의미일 것"이라며 "이것들은 교회 안에서 할 수 없는 것이며, 문화예술의 역할이자 힘"이라고 전했다.

이석준 배우는 "예술은 제작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어떠한 색을 덧입혀 전하는 것이다. 2020년 '프로이트와 라스트 세션' 연극에서 C.S.루이스 역을 맡으면서, 대학로의 중심에서 비기독교 연극을 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예술의 형식을 빌려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늘 영화제와 같은 자리들이 높은 완성도를 갖고 더 앞서나가는 좋은 크리스찬 콘텐츠들을 만드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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