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은 '핼러윈' 아닌 거룩한 승리 '홀리윈'

종교개혁기념 진정한 의미 반추하는 시간으로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24년 10월 21일(월) 10:12
매년 10월 31일이 가까워지면 '루터'와 '호박'으로 상징되는 두 문화를 접하게 된다.

교회 안팎은 종교개혁기념일과 핼러윈데이로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다. 엄숙히 묵상하며 내적 갱신을 수련하는 전자와 대조적으로 후자는 상업적인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직 믿음'의 종교개혁 기치를 되새기며 경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의 문화는 너무나도 달콤하고 현란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교계 전반적으로 10월 31일을 세속의 '핼러윈'(Halloween)과 구별되는 승리의 '홀리윈'(HolyWin)으로 지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며 비텐베르크 성채 교회 정문에 '95개조 논제'를 내건다. 이는 종교개혁을 촉발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후 전 세계 개신교는 10월 31일을 종교개혁기념일로 지키며 각 시대마다 개혁해야 할 과제를 회개하며 거듭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락적 성향의 핼러윈이 10월 31일을 대표하는 문화처럼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부터 젊은세대가 꼭 지켜야 할 문화로까지 인식된다.

전 세계적 행사인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축제 '사윈'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는데,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핼러윈데이가 되면 호박에 눈, 코, 입을 파서 치장한다.

이러한 문화 현상 앞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생명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능동적 대처가 필요한지, 우리만의 경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

교회사와 기독교문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라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묵상하며 세상과 구별된 시간을 보내면서 삶의 중심을 그리스도께로 더 까가이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종교개혁기념일을 맞아 하나님을 경외하며 예배자로 바로 서는 훈련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 운동이 곳곳에서 활발하다. 특히 다음세대가 무분별하게 세상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신앙으로 양육되길 바라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기독교교육 단체인 좋은교사, 한국교역자선교회, 기독교사모임 등이 협력하는 '2024 기독학생대회'가 올해는 10월 31일 신일고등학교에서 '홀리윈데이'를 주제로 열린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의 목적에 대해, "세상에서 예배자로 승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회 청년회전국연합회(회장:이중지)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간에 기독청년들의 종교개혁 연합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26~31일 전국 8개 권역에서 진행된다.

청년회전국연합회 이중지 회장은 "핼러윈데이를 기념하고 지키는 것이 아닌, 청년들이 연합해 홀리원데이로 하나님만 높여드리는 연합예배가 계속 세워지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몇몇 교회들을 중심으로 거룩한 종교개혁기념일을 지켜내기 위한 기독교대안문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한인교회에서 이러한 운동이 시작돼 국내 교회에서도 전도 잔치 등을 통해 대안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 하지만 끊임 없는 갱신과 성화가 종교개혁기념일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나타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평 교수(평택대 교회사·전 한국교회사학연구원장)는 "그리스도인들이 종교개혁의 정신인 '오직 믿음'을 자신의 죄를 초기화시키는 값싼 구원론으로 변질시키곤 한다. 주중에 마음껏 죄를 짓고 주일에 교회 가서 회개하면 모든 죄가 용서받고 죄를 리셋할 수 있다는 현대판 면죄부의 왜곡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루터가 '오직 믿음으로'를 강조한 것은 죄의 무게를 그만큼 크게 느꼈던 것이고, 그런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을 진정한 신앙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교수는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성도들에게 다시 알리면서 올바른 회심을 회복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회심은 삶의 길을 완전히 돌이키는, 다시 말해 저절로 돌이킬 수밖에 없는 그런 큰 은혜를 체험하는 것이다"라며 "사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일이라고 인정하는데서 종교개혁의 진정한 가치가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종교개혁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관행과 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개혁과 갱신의 목소리를 높인 종교개혁의 문화가 쾌락과 미신의 세속적 문화를 넘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는 교인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신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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