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돌봄’으로 장애인 돕는다

[ 아름다운세상 ] 전주예수병원 콜센터, 장애친화사업장으로 지역사회에 자리 잡아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10월 23일(수) 07:00
업무 중 모인 전주예수병원 콜센터 정정숙 팀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직원들.
【 전주=김동현 기자】 많은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그들이 자립할 수 있고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자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 속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과 일의 보람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장애인 일자리는 찾기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주예수병원(병원장:신충식) 콜센터가 세심한 교육과 돌봄으로 장애친화사업장으로 자리 잡아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시작된 전주예수병원의 콜센터는 현재 10명 중 팀장 1명을 제외한 9명 전원이 장애인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지체장애 3~6급으로 구성된 이들은 진료 예약부터 각종 세세한 문의, 민원 응대까지 해야 하는 고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뼈를 묻겠다", "이런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입을 모을 만큼 지금의 일자리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4년차를 맞는 박미현 직원은 지금의 콜센터가 있기 까지 "팀장의 따뜻한 리더십과 병원 측의 배려, 그리고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아는 장애인 동료들의 격려와 지지가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었다"며 "일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병원 초입에서 병원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자부심도 생기고, 실력도 신앙도 한층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 중인 직원들의 모습.
정정숙 팀장.
과거 장애인사업장 두 군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 씨는 "급여나 조건이 괜찮은 다른 장애인사업장들은 대부분 비장애인들과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과 함께 근무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편견이 있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있어도 타 직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꾹 참고 일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며 "지금의 콜센터는 직원 대부분이 장애인이다 보니 서로의 어려움을 알고 의지·격려하며 함께 일할 수 있어 좋다. 병원 측에서도 식당, 엘리베이터 등 이동 동선을 고려해 콜센터를 배치하고, 의자나 책상 높이 등 장애로 인한 불편들을 즉각적으로 조치해줘서 좋다. 우리 콜센터 같은 장애인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애인 직원들로 구성됐지만, 칭찬카드는 물론 직접 콜센터를 방문해 소정의 선물과 함께 감사를 표하는 민원인들도 있을 만큼 서비스의 질은 높다. 인근 지역 기관에서도 탐방을 오는 등 장애인친화사업장의 좋은 사례가 된 콜센터의 비결은 이들이 근로자로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꾸준한 직무교육과 돌봄에 있다.

1984년 병원 교환실 직원으로 처음 입사해 은퇴를 4년여 앞두고 새롭게 출범한 콜센터의 팀장직을 맡아 이끌어온 정정숙 팀장은 이를 "은퇴 전 하나님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섬김의 기회"로 여기며 장애인 직원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와 교육으로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병원은 세심한 배려와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순창에서 진행된 직원 야유회의 모습.
정 팀장이 가장 먼저 힘쓴 것은 직무 교육을 통한 업무 능력의 향상이다. 정 팀장은 "콜센터 업무가 아픈 환자와 그로 인해 예민해진 보호자들을 주로 응대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아 초기에 업무에 익숙지 못했던 직원들이 적응이 어려웠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 측과 협력해 병원 진료과 및 인체 등 직무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원들이 사회생활의 재미를 누리고 직장생활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정 팀장은 "직원들 중에는 직장생활도, 사회생활도 처음인 이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동료들과 부대끼는 직장생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각종 워크숍이나 외부활동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콜센터 팀 모두가 함께하기도 하고, 정 팀장을 제외하고 직원들끼리 단합할 수 있도록 따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작은 모임과 나눔이 모여 직원들은 서로의 마음을 보다 터놓게 됐고, 동료로서 한층 더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콜센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토대가 됐다.

정정숙 팀장(앞줄 가운데)과 콜센터 직원들.
"은퇴를 5년 앞두고 직장에서의 남은 시간 동안 그동안 내가 받아온 것들을 나누며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 기도했었다. 1년간 기도했고 그 응답이 콜센터였던 것 같다. 직장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정 팀장은 올해 11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정 팀장은 "팀장직을 맡기 전 조용하고 내성적인 내가, 또 장애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이들과 함께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함께해주신 하나님과 직원들, 병원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금의 전주예수병원 콜센터는 종종 채용계획에 관한 문의가 올 만큼 지역사회에 좋은 장애인 일자리로 회자되고 있다. 정 팀장은 "지체장애인들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것뿐이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꾸준한 교육과 돌봄이 있다면 이들도 얼마든지 업무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다"며 "교회와 더불어 전국의 다양한 기관들이 좋은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관심과 노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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