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나로부터

[ 주간논단 ]

채승희 교수
2024년 10월 22일(화) 07:00
개신교 종교개혁 507주년이 다가온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을 때 개혁의 정신을 회복하고자 의욕을 다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자성의 목소리만 있었을 뿐 가시적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이구동성으로 개혁을 이야기한다. 과연 개혁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나인가? 교회인가? 교단인가? 다음으로 개혁의 대상은 무엇인가? 나인가? 교리인가? 교회인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개혁의 주체는 '나', 개혁의 대상은 교리나 교회의 부도덕성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의 주체와 대상은 나 자신이다.

16세기 개신교 종교개혁의 봉화를 올린 루터는 교회의 문제가 '교리의 일탈'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교리의 개혁에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의 반동 종교개혁자 '예수회'의 창시자 이냐시오 로욜라(Ignatius, Loyola, 1491-1556)는 교회의 문제가 교리의 일탈이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과 전통으로부터 일탈한 개인에 있다고 봤다. 따라서 로욜라는 교회의 개혁은 개인의 개혁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개인의 개혁은 인간 의지의 극기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봉사와 자신 및 타인의 구원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그는 교회의 전통적인 신앙을 고수하면서도 철저한 영성 훈련을 통해 그 당시 만연했던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개혁하려고 했다.

개신교 종교개혁 507주년에 가톨릭 종교개혁에 앞장선 예수회를 언급하는 것이 뜬금없이 들릴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회복과 개혁의 본질을 숙고한다면 예수회의 정신에서도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수회는 개신교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침체된 교회에 영적 생기를 불어 넣었다. 중세의 영성이 공동체적이고 명상적이었다면 로욜라의 영성훈련인 '영신수련'은 개인주의적이고 행동주의적이었다. 교회의 공적인 예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개인의 내적인 종교체험을 중요시했다. 영성의 내면화, 개인화는 능동적인 삶으로 연결되었다. 믿음과 행위의 도덕적 결합, 사랑의 실천, 철저한 순종, 타인을 위한 봉사, 교회 갱신, 선교적 열정 등이 실례이다. 그는 예수회 수도승들에게 훈련을 통해 개인의 삶에 부여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가르쳤다. 궁극적으로 로욜라의 개혁 정신은 그리스도를 향한 '나' 한 사람의 철저한 영적 훈련과 실천에서 시작됨을 말했다.

로욜라의 '나'의 개혁은 곧 전체 가톨릭교회 개혁의 이상이 되었고 개신교의 공격으로부터 가톨릭 교회를 지켰다. 교리 개혁을 외쳤던 개신교는 뿔뿔이 흩어졌지만 개인의 개혁에 주력한 예수회 운동은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주도하였고, 그들을 다시 결속시켰다. 예수회는 가톨릭교회가 재기하는데 지렛대가 되었다.

가톨릭교회를 옹호하거나 그들의 개혁만이 옳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그저 한국 교회의 개혁의 방법과 출발점을 16세기 종교 개혁의 역사에서 다양하게 찾아봤으면 한다. 진정한 한국교회의 개혁은 '나' 한 사람의 영적 갱신과 개혁으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종교개혁 507주년, 로욜라가 강조한 나 한 사람의 영적 갱신과 개혁에서 희망을 찾자. 개혁,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나부터.

채승희 교수/영남신학대학교·한국교회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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