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쿠팡 산재 사망자 유가족과 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총회 김보현 사무총장 등 일인시위 동참
교계, 대책위원회 조직해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요구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10월 14일(월) 07:09
고 정슬기 씨 아버지 정금석 장로(가운데)의 1인 시위에 영등포산업선교회 및 교계 기독교인들이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총회 사무총장 김보현 목사가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지난 5월 쿠팡 로켓배송 야간업무로 과로사한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경기노회 수원성교회(이경희 목사 시무) 정금석 장로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본 교단과 교계가 유가족과 연대하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영등포산업선교회(총무:손은정)는 지난 8월 정금석 장로가 연대를 요청한 이후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교계의 관심과 동참에 앞섰으며 지난 9월 30일에는 본교단 사무총장 김보현 목사가 서울 잠실에 위치한 쿠팡 본사 앞 1인 시위에 동참해 '과로사·산재 사망 유족에게 사과할 것'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는 "빠른 새벽배송 뒤에 가려진 가혹한 현실과 안전불감의 문제는 본교단과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생명'의 문제"라며 "기업윤리와 운영 방식 개선을 위해 많은 이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24일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성서한국 등 교계와 시민사회의 30여 개 단체들이 함께하는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 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위원회는 △고 정슬기 씨의 죽음에 대한 쿠팡의 진정성 있는 사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로켓배송(심야노동) 중단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동참 △국회의 쿠팡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며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장로 등 유가족과 함께 연대할 것을 표명했다.

위원회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정슬기 님의 사망 원인은 '연속된 고정 심야노동'이다. 밤 8시 30분부터 최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 6일간 근무해 한 달에 4일밖에 쉬지 못하던 정슬기 님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노동'을 한 것"이라며 "쿠팡이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할 때까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실행할 때까지, 법과 제도를 바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때까지 정슬기 님 아버지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기독교의 본질적 사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0일 고 정슬기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공단은 정 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 전 4주간 1주 평균 약 74시간 일했다고 보고 "야간근무 및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와 마감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이 심혈관의 정상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미쳐 고인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봤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수원성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온 정슬기 씨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4남매의 아버지로, 생계를 위해 배송업무를 시작했다.

정금석 장로는 선교 사역 중 아들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다. 기업 정년퇴직 후 방글라데시로 떠나 수원성교회 미션스쿨 사역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었다.

정금석 장로는 "평생 신앙생활하며 사회적 참사나 약자의 고통을 안타깝게 여기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연대하지는 못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마음뿐이었구나' 생각한다. 언제나 '나와 내 가족만을 돌보는 삶'이었다"며 "나도 언제든 어려운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돌보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장로는 "쿠팡에서 많은 이들이 죽었는데 앞에 나서는 유족들이 없다. 사고 발생 시 빠른 합의로 해결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대책 마련과 구조 변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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