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없는 목회가 가능할까?

[ 교회와디지털 ]

최용준 대표
2024년 10월 16일(수) 12:54
/삽화 변세정
일반 대중이 경험하는 공공, 교육, 금융, 문화, 상거래, 외식 등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가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 교회도 목회와 선교의 영역에서 이를 다양하게 적용하고 운영한다. '목회와 선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소재로 한 최용준 박사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카톡없는 목회가 가능할까?(상)



현대인은 초고속 인터넷망 위에서 모바일, 인공지능, 클라우드, 소셜서비스를 사용하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인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는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돼 있고, 네트워크에서 사람과 사물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생활환경을 말한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Six degrees of Kevin Bacon) 법칙'을 보면 대부분의 할리우드 배우는 여섯 단계 이내에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 혈연, 지연, 학연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3~4명을 거치면 연결되며, 2016년 페이스북은 전 세계 16억 명의 이용자들이 3.57단계를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고 했다.

교회에서도 디지털 공간에서 모임, 교육, 상담이 이뤄지고, 실시간으로 예배를 중계한다. 남선교회, 여전도회, 구역, 교회학교, 성가대 등 여러 이름으로 묶인 채팅방은 나름의 결속력과 편리함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 봉헌에 더해 키오스크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세상이 초연결 사회라고 해서 채팅방에 초대하고 소속감을 부여하면 친해지고 결속이 강화되는가? 답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오랜 시간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강화되지만, 낯선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인간 관계가 편안하고 친근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과 눈을 마주하고, 식탁의 교제와 감정을 교감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편이 더 낫다.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약화되고 산만해졌다. 이는 스마트폰의 영향이 적지 않다.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각자 스마트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며 서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검색엔진이나 유튜브와 같은 웹서비스의 최종 목적은 우리에게 양질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수익을 위해선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하고 자극적인 연관 정보를 계속적으로 흘려보낸다. 디지털 소음과 정보 과잉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신앙인 각자가 디지털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마음의 자세이다. 타자를 사랑하고 또한 가르치려면 오래 참음이 전제돼야 하고 타자의 문화와 세계관을 겸손한 마음으로 경청해야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듣기 위함이다. 온라인 포털에서 본 것만 말하고 공유한다면 '나'라는 공유 플랫폼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상업적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놓지 못한다면 나 자신도 웹서비스의 연장일 수 있다.

빠른 전달 방법보다 정확하고 확실한 전달 방법이 중요하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겸손한 마음을 삶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유효하고 필요하다.

최용준 박사 / 열두광주리 대표

최용준 박사는 인사 관리 시스템 개발 업체에서 20여 년 간 일한 경력을 선교 현장에 접목해, 디지털 선교 및 IT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총회 파송 선교사 훈련을 비롯해 KWMA 디지털 선교 정책 개발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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