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악법과 북한 선교

[ 독자투고 ]

한국기독공보
2024년 10월 09일(수) 17:16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 특히 한류를 철저하게 차단하려는 목적의 이른바 '3대 악법'을 잇따라 제정했다. 이들 법은 모두 외부 자유세계의 정보와 남한 말투를 비롯한 문화 전반에 대한 전면적 통제와 처벌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국제인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강력하게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모든 사람은 모든 매체를 통하여 정보와 사상을 받아들이고 전파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역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한 여러 법과 관행을 재검토할 것"을 북한 정부에 촉구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북한의 3대 악법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처럼 사상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향한 선교 사명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지난 2019년 미·북 간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내부적으로 사회풍조를 다잡기 위한 방도로 2020년 12월에 제정했다. 기대했던 회담은 노딜로 끝나고, 항상 그러했듯이 위기 때마다 궁여지책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때마침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자 그 여파로 경제난까지 가중되었다. 이에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정보 유입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고 사회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이름조차 괴이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공포했다. 이 법에는 외부로부터 유입되거나 유포되는 방송, 영상, 도서, 정보통신 등의 매체와 관련한 강력한 처벌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또 다시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함으로써 주민 통제의 강도를 높였다. 북한 청년들을 체제에 적합한 인간상으로 바꾸지 않으면 통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초조감에서 궁여지책으로 한층 더 처벌 규정을 강화한 법을 만든 것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에 배급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소위 장마당 세대는 아무리 당에서 사상교육을 강화해도 세뇌가 어려운데다가 비판의식과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세대라는 점을 독재권력이 인지하고, 법으로 엄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중추 세력인 청년들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하고, 독재 권력에 순응하도록 거듭 강력한 법을 제정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그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국에 파견된 근로자들이 최근에 일으킨 초유의 집단 소요사태 양상이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북한 독재정권은 기존의 법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듯 누더기 옷에 낡은 천 조각을 덕지덕지 덧붙이듯이 또 다시 일명 '오빠 호칭 사용 금지법'으로 불리는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제정, 극약 처방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독재 권력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제1조를 보면 "괴뢰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이어서 2조에는, "괴뢰말은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어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써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여친', '남친'은 물론이고 '이례적', '파격적', '차원', '퍼센트', '전전긍긍'까지 괴뢰어로 규정하고, 심지어 '~세요', '~게요', '~거야', '~드립니다'로 끝맺는 말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악법으로 인해, 최근에는 USB에 담긴 남한 노래를 들었다는 죄목으로 어린 중학생들을 공개 총살했다는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전대미문의 잔인무도한 악법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며 통제하는 상황에서 삼엄한 북·중 접경 지역의 경비망을 뚫고 설령 탈북에 성공하여 중국으로 넘어간다 할지라도 중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도로나 대중교통 시설에 구축된 첨단 디지털 감시 장비에 의해 이동이 극도로 제한됨으로써 사실상 탈북의 길이 거의 막혀버린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형편에서 북한 선교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대북 선교방송 등의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북한 내부로 한류 및 외부 세계의 정보와 더불어 복음을 전파해야 할 것이다. 정보유입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지난 7월 9일 미 하원 인도태평양 담당 소위원회가 주관한 '탈북민들과의 대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일관되게 증언했다. 외부 정보와 더불어 한국의 많은 성도들이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 편에 서서 기도하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원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전달 매체를 통해 꾸준하게 알려야 한다. 이는 북한 선교와 통일 이후 사회 통합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다음으로 북한 독재 정권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고, 그로 인해 갑작스런 통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같은 민족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복음에 기초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전에 필자가 소속한 기관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그와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이제는 통일 이후 전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서 한국 교회가 연합하여 복음에 기초한 통합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통일 이후,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며 함께 소통함으로써 화합하고 하나 되기 위해선, 독재 정권 치하에서 입은 상처를 복음으로 치유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 외에 달리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밝아오듯이, 탈북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데다가 '3대 악법'으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수록 그만큼 통일의 새벽이 밝아오고, 통일에 대한 하나님의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기도해야 한다. 또한 하나님이 통일의 문을 열어주실 때까지 북한 내부로 한류를 비롯한 자유세계의 정보와 아울러 복음을 전파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는 한편, 통일 이후를 대비하여 온 교회가 기도하며 전체 북한 주민 대상의 통합 프로그램을 미리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박0하 목사(북한선교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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