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전성시대’,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목데연·기아대책·월드비전, ‘한국교회 트렌드 2025’ 출판기념회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10월 05일(토) 16:38
지난 1년 사이 종교 유튜브 시청 경험(종교별).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한국교회 트렌드 2025 조사'.
목회데이터연구소, 희망친구 기아대책, 한국월드비전은 지난 9월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트렌드 2025'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가족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 가정주부인 A권사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설교를 틀어놓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기독교방송채널에서 방영하는 아침설교를 듣곤 했지만, 요즘은 유튜브만 이용하고 있다. TV 아침설교는 방송사가 선정한 설교자들의 설교만 들을 수 있지만, 유튜브는 평소 듣고 싶었던 설교자나 좋아하는 설교자를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주일에 2~3번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던 B집사는 코로나19 이후 새벽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대신 같은 시간에 유튜브로 설교를 듣고 기도하고 있다. B집사는 "새벽기도회에 나가도 똑같이 설교를 듣고, 개인기도 시간을 갖는다. 장소만 다를 뿐 집에서 유튜브로 홀로 새벽기도를 하는 것도 은혜가 된다"고 말한다.

오늘날 유튜브는 우리 일상 전반에 자리 잡으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인 오늘, 교회와 신앙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며 유튜브로 인해 신앙생활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 이하 목데연),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최창남), 한국월드비전(회장:조명환)은 지난 9월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트렌드 2025(규장/지용근 외 10인 지음)' 출판기념회를 가지고, 향후 한국교회의 주요 트렌드를 반영한 키워드들을 발표했다.

'한국교회 트렌드'는 목데연이 매년 각종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주요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트렌드 분석서다. 2023년 '플로팅 크리스천'과 2024년 'OTT 크리스천'에 이어, 2025년의 주요 트렌드로 '유반젤리즘(You-vangelism)'이 선정됐다.

'유반젤리즘(You-vangelism)'은 유튜브(YouTube)와 복음을 뜻하는 '에반젤리즘(evangelism)'의 합성어로, 유튜브가 복음 전파와 신앙생활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현상을 가리킨다. 비슷한 개념으로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유행한 텔레비전을 통한 복음 전파 활동을 가리키는 '텔레반젤리즘(Tel-evangelism)'이 있다.

목데연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종교 콘텐츠를 시청하는 비율이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종교 유튜브 시청 경험'을 묻는 설문에서 기독교인의 64.8%가 유튜브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불교인(39.7%)과 가톨릭인(31.4%)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기독교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2시간가량 기독교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며, 특히 60대 이상이 평균 2.2시간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기록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5(규장/지용근 외 10인 지음)'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튜브 콘텐츠는 설교(58.6%)였으며, 찬양(52.9%), 성경공부 세미나와 성경읽기(22.6%), 간증(18.9%), 성경 역사 및 성지 순례(17.9%)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기독교 유튜브 이용자의 약 93%가 '유튜브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해, 기독교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반젤리즘에 대해 연구한 목데연 연구위원 김영수 목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튜브의 영향력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 이전에는 유튜브의 주된 이용자들은 젊은 세대였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전 세대가 유튜브에 친숙하게 됐다"며 "이제 예배, 성경공부, 찬양, 신학 등 신앙생활의 대부분을 유튜브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일부 기독교인들에게는 교회가 더 이상 신앙생활을 위한 필수사항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유반젤리즘이 반드시 교회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김 목사는 유튜브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교회의 본질적 사역을 대체할 수는 없음을 강조하며 그 대표적 예시로 '성도의 교제'와 '교회학교'를 꼽았다. 김 목사는 "유반젤리즘 시대, 유튜브가 대체할 수 없는 교회 본연의 사역들에 집중하며 유튜브를 잘 활용한다면 더욱 신앙의 풍성한 열매들을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목사는 유튜브를 선교의 도구로 적극 활용할 것은 주문했다. 김 목사는 "유튜브는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평신도들에게 파급효과가 더 큰 매체"라며 "유튜브는 연령과 성별을 초월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현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선교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거리 전도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유튜브 콘텐츠 하나가 더 영향력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교회는 유튜브를 선교에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한국교회 트렌드 2025'에는 유반젤리즘 외에도 △ 멘탈 케어 커뮤니티 △포텐셜 레이어티 △오소프락시 △패밀리 크리스천 △스피리추얼 Z세대 △싱글 프렌들리 처치 △시니어 미니스트리 △솔트리스 처치 △미션 비연트 트래디션 등이 키워드로 선정됐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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