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명령 수행 위해 선교사 케어 반드시 진행돼야

[ 힐링이필요해 ] 선교사 멤버케어의 중요성

조정희 목사
2024년 10월 04일(금) 10:27
얼마 전 D선교사 부부는 선교사역을 포기할 시점에 놓여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그들은 선교지로 파송된지 5년을 갓 넘긴 부부였다. 그들은 선교지에서 각종 어려움을 경험하며 부부관계에 적신호가 왔으며, 자녀문제까지 생기면서 진지하게 선교사역을 포기하려 하고 있었다. 선교사경력 20년이 된 P선교사의 자녀는 우울증 약을 수년간 처방받고 있었고, 자살위험군에 분류되며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원인의 많은 부분이 부모였음을 알게 되면서 선교사부부 또한 상담을 진행했다. 이 사례들은 도움 요청으로 인해 극단의 상황을 막아낸 상위 5% 이내의 경우이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자칫 D, P선교사들을 '문제있는 선교사'라는 오해를 할 수가 있다. 이는 선교사가 처한 상황을 모르는데서 기인한다. 선교사들은 파송을 받은 이후, 각종 스트레스(낯선 환경과 문화 충격, 타문화사람들 속에서 사역하는 부담감, 현지인과의 갈등, 선교사들과의 충돌, 후원교회와의 의견차이, 재정적 부족, 영적인 공격, 건강이상, 가족 내 갈등, 자녀교육 등)에 직면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위기(전쟁, 폭동, 자연재해, 질병, 급성전염병 및 풍토병, 비자문제, 추방 등)에 노출되며, 심한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선교사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와 위기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교사들은 '탈진(Burn-out)'한다. 한 데이터에 의하면 탈진을 경험한 선교사는 약 73.5%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탈진이 왔을 때 적절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교사들은 '중도탈락(Giving up in the middle)'을 하게 된다. '중도탈락'이란, '선교사역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으로 '선교사의 선발단계나 훈련단계, 혹은 사역단계에서 좀 더 적절한 준비나 훈련, 지원 또는 효과적인 돌봄이 있었더라면 피할 수 있는 탈락'을 말한다.

제108회 총회 보고서에 의하면 총회파송선교사 33명(18유닛, 전체 파송선교사의 약2%)이 중도탈락을 했다. 이들은 은퇴선교사가 아닌 사역에 매진하고 열매를 볼 수 있는 시기의 현직선교사이다. 물론 모든 중도탈락의 원인을 탈진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선교계는 '탈진에 적절한 대처미흡으로 인한 개인/가정문제, 사역지문제의 발생'이 중도탈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임상보고에 따르면, 중도탈락이 아니더라도 선교지에서 부르심의 역할을 건강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선교사가 3분의 2 정도 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선교사 한사람을 파송하고 지원한 재정과 기도를 생각하면, '잃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선교사'들이다. 게다가 선교연차가 거듭될수록 선교노하우와 전문기술을 보유한 '가치있고 능력있는 선교인력'이다. 그러하기에 중도탈락과 탈진의 문제는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인 '선교사멤버케어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선교사멤버케어'란 '선교사가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생활과 사역을 수행하기 위해 소속 단체와 교회에 의해 돌봄을 받는 것'이다.

세계선교 단체들은 수 십 년 전부터 선교사 멤버케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파송(Send)에서 돌봄(Care)으로 포커스를 옮겨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국내 및 세계선교단체들은 일찌감치 선교사 멤버케어에 주력하고 있으며, 선교사 멤버케어부서 혹은 담당자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교단 세계선교부는 선교단체에 비해서 출발이 많이 늦다. 하지만 고신세계선교회(KPM)는 선교사멤버케어 영역에 있어서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2014년 한국선교평가원)를 받고 있다.

KPM은 '멤버케어위원회'와 '멤버케어원'이 있다. '멤버케어위원회'는 전문가 집단으로 목회자, 의사, 교수, 상담전문가, 선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전적인 선교사케어를 위한 논의와 함께 멤버케어원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멤버케어원'은 선교사의 영적/신체적/심리적/사역적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예장합동측 세계선교회(GMS)의 경우는 '행정부'와 별도로 '선교부'가 있어서, 이곳에서 선교사 멤버케어가 이루어지고 있다. 감리교의 경우는 '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가 있어서 전폭적인 심리적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교단 PCK의 경우, '멤버케어사역위원회'가 창립되었고, 이후 '세계선교협력위원회'로 개명되었다. 교단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선교사멤버케어를 위한 재정확보에 우선권을 두면서, 2023년 3월에 매월 100만원 이상 선교사를 후원하는 교회 담임목사와 선교담당자들을 초청해 '주후원교회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그때 36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하였는데, '멤버케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다고 하면서 질의한 분을 잊을 수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후 여러 문제로 인해 위원회는 답보상태에 머물러야 했다.

필자는 추방선교사의 비애를 경험했다. 그 경험을 가지고 6년전 100여 명이 대거 추방되어나온 C국 선교사들을 섬길 수 있었다. 당시 세계선교부도 갈피를 잡지 못해 선교사들은 큰 어려움과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한 회복과 힐링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선교사들을 지원했다. 이후 타교단에 비해 우리 교단의 C국 추방 선교사들이 빠르게 세계로 재파송되는 것을 보는 기쁨을 누렸다. 이들을 섬기면서 모든 선교사들이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상담/심리케어의 위력을 경험하면서 이 일에 헌신하게 되었다.

선교사상담/심리케어팀(MPCT:Missionary Psychological Care Team)을 조직하고, 멤버케어사역위원회 산하조직으로 허락받았다. 하지만 3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한 선교사의 재정헌신과 상담위원들의 재능헌신으로 선교사들을 섬기고 있다. 멤버케어 전문가들은 선교사멤버케어의 출발은 '심리케어'이며, '심리디브리핑'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집단디브리핑'을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되었고, 총회파송 선교사 200여 명이 이 과정을 통해 치유와 회복, 재충전과 재출발을 경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선교사들의 심리케어를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선교사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선교'하고 있다.

'선교사 멤버케어' 라는 생소한 이 단어가 이제 우리 교단에서도 익숙해지고 애정어린 관심이 쏟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조정희 목사

총회 세계선교부 선교사상담/멤버케어 담당 본부선교사

전 C국·카자흐스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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