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 목양칼럼 ]

우기식 목사
2024년 10월 09일(수) 14:35
27년간 공군에서 20대에서 50대까지의 세대를 대상으로 주로 사역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60세 이상이 다수인 교인들과 함께하는 목회를 하게 된 지 7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 세대에게서 반복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있다. 요지는 장수의 삶을 사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장수의 기준이 80세를 넘기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면서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건강 및 각종 복병이 찾아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을 두려워하고, 알맞게 하나님이 불러 주셔야 된다고까지 말씀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이분들을 만나면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사람의 표현으로 한다면 "하나님 참 억울하시겠다"라는 생각이다. 이전에는 어르신들이 있는 곳에 심방을 가게 되면 반드시 힘을 주어 "하나님 장수의 축복을 주시옵소서!"라고 정말 정성을 다하여 간절히 기도드렸고, 그렇게 기도를 드리면 어김없이 모두 크게 "아멘"으로 화답을 했었다. 그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이루어 주시기 위해서 하나님은 온갖 환경들을 개선시켜 주시고 다양한 분야를 발전시켜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장수의 시대가 열리게 해주셨는데 이것을 감당 못해서 이렇게들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니 말이다.

어린 학생 시절, 청년 선배들과 어른 집사님들을 따라 철야 산 기도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늦은 밤에 산을 오르는 수많은 분들을 보았고, 그분들의 기도도 들었다. 그분들의 많은 기도 제목 중에 나라를 위해 드리는 기도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또 다른 분들이 하시는 대로 필자도 조금만 힘을 주면 뿌리째 뽑혀 나올 것 같은 만만한 나무 한 그루를 붙들고 "이 나라를 도와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한 경험이 있다. "그렇게 해 주셔서 이 나라와 교회가 열국을 섬기는 나라와 교회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기도하면서도 필자는 믿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무지 이 나라가 세계적인 나라가 되고, 선진국이 될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힘이 있는 교회를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하나님은 이렇게 의심이 가득했던 필자의 기도까지 포함하여 들어주셨다. 기도를 반드시 들으시는 하나님이 정말 놀랍고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기도 한 상황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두렵다. 정말 이 나라와 교회가 세계를 제대로 섬기고 있는지, 필자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억울하심'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몹시 두렵고 부담이 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목회현장에서 강조해서 이야기 드리는 것이 있다. "하나님은 기도를 반드시 들으신다"라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양질의 기도를 아주 많이 드려라"고 강조하며 "일단 기도부터 시작하시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역량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린다. 축복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제대로 된 축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드린다.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은 유리그릇과 같아서 온 정성을 다하여 관리하고 발전시켜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이런 묵상들을 모아 '하나님이 사람을 사용하시는 네 가지의 단계'를 구성해서 설교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꿈을 주시는 단계'이다. 하나님은 지목하여 부른 주님의 자녀에게 소망을 주신다. 일종의 비전이다. 그런데 그 비전은 내가 "하고 싶습니다"라고 고백을 해야 시작된다. 그러면 두 번째 단계로 가게 된다. 그런데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은 내가 현재 가진 역량과 환경으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목표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해야만 한다. 그러면 세 번째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그것은 '치열한 준비'이다.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치면 하나님이 '폭발적'으로 사용하시게 된다. 이 네 단계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담아낼 수 있는 사역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우기식 목사 / 주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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