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음'과 '좋음'

[ 독자투고 ] 109회 총회 참관기

왕보현 장로
2024년 09월 30일(월) 09:42
발언하는 왕보현 장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의 의견이 충돌하거나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면 누군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로 상황종결을 모색한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말고 '은혜'로 넘어 가자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거나 시간이 촉박할 경우 '좋은 게 좋은 것'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과연 '좋은 게 좋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사회는 물론이고 공교회에서 조차 "원칙을 어떻게 모두 다 지키겠느냐"며 '옳음'과 '좋음'이 충돌할 때 '좋음'을 택한다. 좋음과 옳음은 다르다. 좋다고 옳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음은 편리함이다. 복음은 '옳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좋음'의 편을 택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교회가 '좋음'을 선택한 것을 많이 본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아픔인 신사참배 역시 '좋음(편리)'을 택한 것이다. 좋고 편리한 것을 하는 동안 복음은 훼손되기 때문이다.

전 총회장 논란 등 교계를 흔드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이런 저런 상황에서 필자는 '좋음'과 '옳음'이 충돌되면서 아무도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광경을 목도했다. 여러분들이 처음부터 "이게 세상 법적인 문제일까?"라며 고민하며 '옳음'을 선택할 것을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못했고, 총회 개회 당일까지 혼란이 빚어진 광경을 보고있자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전 총회장의 예우 문제까지 총회 석상에서 논란이 됐다. 증경총회장으로서의 중대한 직책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총대들은 "그것이 총회의 공교회성과 도덕성을 수호하기 위해 직전 총회장에게 중대한 책임을 더 이상 맡길 수 없고 증경총회장으로서의 직무에서 배제해 줄 것"을 청원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총회장 유고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고, 선출직 지도자들이 성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치리할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윤리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문제 발생시 개인의 판단이나 선처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제안했다.

총회장이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공표했다.

109회기 총대 1500명은 많은 '좋음'중에서 중요한 일들에서 '옳음'을 선택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동안 연구되어 온 공유교회의 설립이 법적으로 보장받게 됐고 재판국원들이 잘못된 판결을 할 경우 제재할 수 있게도 됐다. 부총회장 후보는 노회장을 역임해야 한다는 원칙도, 일명 목회지 대물림 방지법으로 불리는 헌법 제28조 6항도 현행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총회 100주년 기념관 건축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봉사부 긴급재난 적립기금에서 15억 원을 차용하기로 하는 등 이번 총회에서도 '옳음' 보다는 '좋음(편리)'을 택한 결정도 다수 있어 아쉬움은 있다.

총회장 리스크로 총회장소 선정의 어려움과 개회도 불투명한 가운데 시작된 109회기 총회가 모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파장을 이겨내고 교훈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109회기 총회의 준비과정부터 모든 것을 백서로 남기는 것은 어떨까. 기록을 남겨 '지난 일을 교훈 삼아(前事不忘 後事之師)'한국교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총회가 되는 것도 장자교단으로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왕보현 장로/서울노회 남대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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