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솔직 토크 '제109회 총회' 방담

[ 제109회총회 ] 핵심이슈 취재부터 뒷이야기까지

한국기독공보
2024년 09월 30일(월) 08:36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9회 총회가 9월 24~26일 창원 양곡교회에서 개최됐다. 개회부터 리더십 문제로 소동이 일어나며 다소 긴장된 상태로 회무를 치르면서 3일 간의 짧은 기간 산적한 현안을 처리했지만 수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제109회 총회 주요결의와 핵심이슈, 남겨진 과제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放談)을 게재한다.



사회(표현모) : 먼저 제109회 총회를 총평하자면, 이번 총회를 보며 우리 교단의 총대들이 지도자들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회기 우리 총회는 리더십의 도덕적 의혹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교계와 사회의 비판으로 교단의 위상이 추락했고, 총회 장소 섭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물론, 총회 개회까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 했었지만 총대들은 비윤리적 의혹이 있는 리더십에 대한 단호함을 보여주고, 결국 교회와 사회 앞에 사과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윤리위원회 설치 약속까지 이끌어냈다. 한마디로 이번 총회는 우리 교단의 영적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총회였다고 평가한다. 개회 전부터 관심을 모은 사안이 많았다. 총대들은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가?

최은숙 :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던 헌법 제28조 6항(목회지대물림금지법) '삭제'요청이 부결되면서 총대들의 분명한 뜻이 전달됐다. 제109회 총회를 앞두고 헌법위원장 7인이 세습방지법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헌법위원회가 개정안을 청원하자 교계 안팎에서는 "이것이 과연 예장통합 총회 총대들과 총회원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일치하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었다. 침묵했던 총대들은 이날의 표결 결과로 답을 전했다. 661명이 '삭제'를 반대하며 이 법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개교회의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총회의 정서는 여전히 '교회의 공교회성'이 더 먼저라는 무언의 메시지일 것이다.

임성국 : 재판국 보고는 뜨거운 감자였다. 총회 재판을 두고 노회와 갈등의 골이 깊었다. 총대들은 행정재판에서 '권징재판' 판결을 한 재판국의 오판을 명확히 지적했고, 재판국도 실수를 인정한 모양새였다. 그런데 총회장 요청에 따른 총회 법률자문위원단의 자문을 통해 헌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난상토론이 한순간에 종결되며 갈등과 문제를 해결한 집단지성이 빛난 순간으로 평가한다.

최샘찬 : 해외목회(선교) 및 다문화선교 관계자들의 숙원이 해결됐다. 해외에 '선교노회 설립'이 가능해졌다. 헌법 제73조(노회의 조직) 4항에 '권역별 선교위원회'가 '해외에 선교노회'로 개정됐다. 선교노회를 통해 한인교회가 보다 명확한 PCK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항존직 임직이나 사역자 수급도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또한 세계선교부 운영규정이 개정돼 '이주민선교사'가 신설됐다. 그동안 선교사는 타문화권·해외한인목회·에큐메니칼·전문인·본부 등 선교사역에 따라 4가지로만 구분해왔다. 이주민 선교사는 국내에 들어온 25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을 섬기는 선교사다.

최은숙 : 별정직 관련 규칙은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안건이 올라왔다. 총대들이 지난해에 이어 똑같이 부결을 결정한데는 그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후에라도 이 건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별정직 직원이 연임 청원시 4년 임기가 남지 않으면 퇴직을 해야 하는데 정년의 나이가 너무 앞당겨진다. 또한, 별정직 직원이 되는 나이가 대부분 50대 후반인데 보다 소중한 교단의 인재들이 안정적인 직무 수행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 : 교단 총회가 눈앞의 위기에만 매몰되며 예언자적 대응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며 변화와 혁신의 총회가 요청된다.

신동하 :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책문서로 채택된 '생명문명 생명목회 순례10년 선언문'은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총회 정책의 신앙고백적 실천이 개교회 현장에까지 확산되고 목회영역으로 접목될 수 있도록 계속적인 총회의 지도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최은숙 : 총회가 부채 해결을 위해 차용을 결정한 사회봉사부의 재난적립기금 15억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교인들이 재난구호를 위해 모아준 기금인 만큼 총회는 모금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이를 최대한 빨리 갚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재난은 일상화 대형화 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긴급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급한 불을 껐다고 상환에 대해 미온적으로 변하면 안된다.

최샘찬 : 재난구호기금에서 차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매월 발생하는 이자를 막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훌륭했다는 생각도 든다.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건축 부채 15억 원에 대해 매월 600여 만 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자, 총대들이 재난구호기금에서 차용하기로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

남기은 : 총대들은 목사나 장로뿐 아니라 모든 교인을 대표한다. 이번 총회는 평신도 관련 논의가 거의 전무했다. 특히 교인 감소와 청년들의 교회 이탈 등 교회의 미래와 관련한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이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정년 연장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다음세대를 키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 : 총회만 열리면 '단골'로 격론이 벌어지는 사안이 있는데, 이번에는 무난히 넘어가기도 했다.

신동하 :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연구결과가 격론 없이 모두 채택됐다. 이번에는 자의적 성경 해석의 오류에 빠진 목회자들에 대한 지적과 연구결과가 다수를 차지했다.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목회자와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목회자의 구별점을 이번에 제대로 알렸다.

임성국 : 연금재단 보고 후 많은 박수가 나왔다. 예년과 달리 잡음과 갈등이 없었다. 추락했던 신뢰도를 회복해 나가는 모양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고, 그동안 큰 리스크와 복합적인 문제 발단으로 여겨 폐기한 기금의 관리 및 운용 규정의 '직접운용'도 다시 삽입해 개정했다. 총대들의 허락 결정은 연금재단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결단으로 해석된다.



사회 : 이번 총회에서는 '윤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리더십 윤리부터 시작해 인공지능 윤리까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상실이 계속해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최은숙 : 증경총회장으로서의 김의식 목사의 예우 문제는 예상됐던 논란이었다. 총대들은 직전총회장으로서의 권한과 증경총회장으로서의 직무에서 김의식 목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의 공공성과 도덕성을 수호하기 위해서 중대한 책임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유무를 떠나 지난 제108회기의 논란들은 한국교회에 큰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목회자는 세상의 기준보다 더 높은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목사는 인간의 영혼과 삶을 다루는 영적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임성국 : 한국교회 교단 최초로 '인공지능(AI) 시대 목회자 윤리선언'이 채택됐다. 급변화하는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 대처하는 장자 교단의 수준을 가늠케 했다. 하지만 좋은 지침이 마련된 것처럼 현장 체감도도 높을지는 미지수다. 문서로 받은 윤리선언의 핵심 가치가 사장되지 않도록 지침을 이행하는 것은 전국교회의 몫으로 남게 됐다.

신동하 : 요즘 사회문제로 '딥페이크' 범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저연령층의 가담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공지능 윤리가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회학교 아이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지침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교회학교 학생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책임적인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교단 전반적인 분위기가 동성애 반대 의식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총회장·부총회장 후보자, 목사고시 응시자가 동성애 반대 입장을 의무 제출하는 규칙이 신설됐다.



사회 : 제109회 총회를 지켜본 결과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느꼈는가?

김동현 : 평신도위원회 보고에서 아쉬움을 발견했다. 평신도들을 대표해 나온 여전도회전국연합회와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임원들이 인사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하단했다. 폐회 전 주요 회무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촉박함이 있었지만, 타교단 인사에게도 10분씩이나 허락된 발언의 기회가 늘 수고와 헌신으로 우리 교단을 뿌리부터 지탱하고 있는 남선교회와 여전도회 대표들에게 단 1분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회가 필요할 때면 평신도들은 물질로, 봉사로 교회를 위해 헌신해왔다. 그런 평신도들을 대표해 총대들 앞에 선 이들에게 "중요한 회무가 남아있으니 얼른 인사만 하고 사진 찍고 들어가라"는 일부 총대들의 발언은 아쉽기 그지없다.

신효선 : 영상 촬영을 위해 앞에 나가보면 총대 1500명 중 여성총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까지의 총회는 '남탕' 같았다. 심지어 여성총대의 발언은 한 건도 없었다. 할 말 있으면 나가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총회에 여성이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총회의 여성총대 수는 43명, 전체의 2.9%가 채 되지 않는 수인데 "그래도 매년 최대치 갱신"이라는 의미 없는 자평, 여성안수가 허락되지 않는 교단과 비교하며 "우리 교단은 나은 편"이라는 말이 올해도 어김없이 나와 부끄럽다. 여성위원회에서는 '총대를 10인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최소한 여성총대 1인 이상을 파송하도록 헌법을 개정할 것'을 청원했다. 여성안수 30주년을 맞는 해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결과가 주목된다.

남기은 : 정회나 예배시간에 총대들의 이석이 너무 많은 점이 아쉬웠다. 정성으로 예배를 준비한 이들의 눈앞에서 총대들이 자리를 뜨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둘째 날 저녁 청년회전국연합회 청년들이 전국에서 모여 찬양인도를 했는데, 이 시간 저녁예배에 총대들은 극소수만 남아있었다. 둘째 날 오전회무를 마치며 진행된 여전도회찬양단의 찬양시간 또한 마찬가지였다. 회무를 처리하느라 지친 총대들의 노고는 이해하지만, 준비된 모든 순서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기를 기대한다.

김동현 : 한국교회가 통계상 전체적으로 침체기다. 올해 보고된 교세통계에 따르면 예장통합 9만 4000여 명, 예장합동 10만 1000여 명, 예장고신 6800여 명 등 주요 장로교단에서만 약 20만 명의 교인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 제109회기가 '성령의 능력으로 부흥하는 교회'라는 주제 아래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게 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보고를 시작하기도 전 유인물로 받자는 동의·재청이 나오는 등 부흥을 위해 추진할 각 부위원회의 사업과 방향성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아보였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회무를 처리해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각 교회와 노회의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성숙한 논의가 이뤄지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일시 : 2024년 9월 27일

장소 : 본보 회의실

참석자 : 표현모 편집국장직무대행(사회) 차유진 최은숙 이호정 신동하 임성국 신효선 최샘찬 김동현 남기은 기자



<제109회 총회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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