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존중, 생명 풍성하게 하는 일에 전념하길"

[ 특별기고 ] [특별기고] 교회협 100주년을 맞으며

안재웅 박사
2024년 09월 23일(월) 00:20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이하 교회협)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매우 감격스럽고 축하할 일이다. 교회협은 일제의 강점기 때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교단과 기독교기관들이 뭉쳐 연합공의회로 출범했다. 지난 100년의 교회협은 민족수난의 역사와 함께 선교적 역할을 감당해 왔다. 바라기는 교회협이 그 명성에 부합하는 기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교회협은 교회의 일치와 갱신, 선교와 봉사, 친교와 나눔, 화해와 영성, 생명과 복지, 정의와 평화, 남북의 통일,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 등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다. 교회협은 국내외 에큐메니컬 기구와도 손색없는 연대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100주년을 맞이한 교회협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권모술수를 없애야 한다. 교단적인 카르텔을 배제해야 한다. 오로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로 선교적 과제를 밀고 나가야 한다. 교회협은 회원 교단뿐만 아니라 타교단과도 협력해야 한다. 이웃 종교와 시민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 세대간의 갈등도 잘 풀어가야 한다. 다문화 가족들과 편견 없이 상생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크게 진보적인 경향과 보수적인 입장으로 갈라져 있는데 교회협은 진보적인 에큐메니칼 기구로서 그 사명을 잘 감당해왔다. 지난 100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교회협은 반외세, 반독재에 저항했고 그리스도인의 신앙적 자세를 분명하게 표현해 왔다. 참과 거짓,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옳고 그름에 중립적인 입장이란 있을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악귀 혹은 악마의 세력을 제압한 사건에 주목해 왔다. 악마의 계략으로부터의 해방이 선교적 과제라는데 집착해 왔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고자 나름 열정을 쏟아왔다.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남북교회 대표들과의 만남과 교류를 주선함으로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아오고 있다. 선도적인 경험이다.

오늘의 세계는 전 지구적 파국을 초래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환경위기, 전쟁위기, 탄소위기, 핵 위기, 저출생 위기, 경제위기 등으로 갈등사회로 위축되고 있다. 또한, 생명을 경시하고 폭력을 일삼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종교의 가치를 멀리하고 쾌락을 일삼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는 속수무책으로 고귀한 정체성을 일어가고 있다. 교회협은 소외된 이웃에게 친구가 되어야 한다. 돌봄과 섬김의 사역을 실천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도피처(sanctuary)가 되어야 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생명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올인 해야 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치유의 복음을 이웃에게 증거하고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 익숙해 있지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전혀 다른 세상이 전개되는데도 구태의연한 삶에 머물러 있다. 로봇기술의 발달, 무기의 첨단화, 정보비밀, 위치추적 등 가공할 만큼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위협받고 있다. 교회협은 이와 같은 현상을 직시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위원회를 정비해서 활성화하고 중지를 모아 교회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교회협의 100년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내실을 가득 채워준 저수지라 하겠다. 이제 정의, 평화, 생명, 그리고 사랑이 넘쳐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하나님의 크신 축복과 인도하심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안재웅 박사

한국YMCA 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

전 CCA 총무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