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와 함께해 온 여성신학...본질적 신앙 문제 성찰해"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여성신학' 100호 기념 좌담회 열어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9월 19일(목) 13:27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 여성신학의 역사를 기록해 온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의 학술지 '한국여성신학'이 오는 12월 100호 발간을 앞둔 가운데, 이를 기념하며 여성신학의 시대적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공동대표:강현미 신혜진)는 지난 10일 새길교회에서 '지나온 100호, 나아갈 100호'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는 다섯 명의 연구자들이 201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여성신학'에 실린 다양한 글들을 심층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여성인권,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 등 사회적 아젠다에 목소리를 내며 약자들과 함께해 온 여성신학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신혜진 박사는 목회와 상담 및 여성지도력, 이주여성과 북한이탈여성 등의 주제를 다룬 연구논문들의 흐름을 소개하며 "수많은 사회역사적 변화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물었던 기독여성들의 '한국여성신학'이 100호를 맞았다. 그동안의 여성의 지적 활동은 여성이자 사회 약자로서 본질적 신앙 문제를 성찰해왔다"고 밝혔다.

기독 여성들이 여성신학을 통해 변화된 삶을 증언하는 '나의 이야기' 기고문을 분석한 이난희 박사는 "여성신학은 다양한 상황에서 억압돼 온 여성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온전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과 남성과 여성 모두의 상호 섬김을 위한 실천을 목표로 해, 삶의 경험을 이야기로 서술하는 '이야기 말하기(story telling)'를 중요한 방법론으로 여긴다"며 "특히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관련해 피해 여성들의 증언에 앞으로 더욱 주목해, 여성들의 주체성 회복과 역사 문제 해결에 함께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자들은 신학적 측면에서 여성신학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성서 연구 글을 분석한 윤소정 박사는 "지난 14년간 여성주의적 성서 연구가 다양해지고 한국의 토양에 맞게 자리잡아가는 흐름을 볼 수 있었다"며 "교회 내 여성 지위 향상 운동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서신학적 이론의 토대가 더욱 탄탄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교문을 분석한 강현미 박사는 "여성주의 설교는 성서 속 여성들이 2000년 동안의 기독교 역사에서 어떤 일을 해냈는지 발굴하고 알려야 한다. 여성문제를 포함하면서도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확장성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의 연대활동을 정리해 발표한 배영미 박사는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공동체적 영성"이라며 "고통당하는 자의 소리를 신원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낮은 목소리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좌담회에 앞서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강현미 신혜진 공동대표는 "교회와 사회 속 무수한 억압 속에서 꿋꿋이 삶을 이어간 한국 여성들의 삶을 여성 신학자와 목회자의 눈으로 담아보고자 길을 떠난 지 44년, 이제 '한국여성신학' 100호를 세상에 내보낸다"며 "여성신학자들은 앞서간 선배들에게 많은 사랑의 빚을 졌다. 숱한 사고들과 재난을 마주하는 오늘날, 교회공동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과 구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한다. 풋풋했던 첫 마음을 잃지 않도록 힘차게 달리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한편 1990년 10월 창간된 '한국여성신학'은 여성신학적 성서연구와 설교 및 논문, 여성들의 삶에 대한 목소리와 현장 상황을 담아 1년에 두 차례 발간돼 왔다.

여성 목사 안수 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이슈화, 호주제 폐지 운동, NCCK여성위원회 및 교회여성들의 연대 등 교회와 사회의 여성 인권 문제를 다뤄 왔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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