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군선교의 꿈을 꾼다

[ 라떼는말이야 ]

구재서 목사
2024년 09월 25일(수) 13:29
육군훈련소 소장 재임시절의 구재서 목사.
직업군인에게 복무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중의 하나가 진급이다. 진급이 되면 그동안의 노고와 모든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 진급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군은 진급 시기만 되면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진급이 되는 자 보다는 진급이 안 되는 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진급 여부에 따라 정년이 달라지기에 직업적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위는 30대에, 소령은 40대에 전역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개인에 따라서는 상당히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요즘처럼 전역 후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절실하리라 생각한다. 국가에서 조기에 전역하는 군인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2012년도에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했다. 장군으로 진급하고 첫 보직이 육군사관학교에 생도대장이었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보직된 지 3주 만에 생도 상호 간 성폭행 사고가 발생했다. 그 생도는 퇴교 조치 되었고, 관련된 훈육장교와 훈육관들이 처벌을 받았다. 더욱이 학교장께서 이 모든 문제에 스스로 책임지고 전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필자도 당연히 지휘관으로서 지휘 책임을 지고 보직해임이 되었다.

인간이기에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기도와 믿음으로 이 모든 과정을 이겨냈다. 더 이상 정상적인 진급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몇 년 후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소장으로 진급하고 육군훈련소장에 보직되었다. 신앙적으로 전군에서 가장 많은 군인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더욱 소중한 자리였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리라 생각하고 남은 모든 열정을 이곳에 쏟아부으리라 다짐하며 육군훈련소로 향했다.

훈련소장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대장 시절 군종병이었던 옛 전우 몇 명이 찾아왔다. 교제 중에 한 명이 "대대장께서 육군훈련소장으로 갈 것을 알고 있었다"라는 말을 했다. 의아해 하는 필자에게 대대장 시절 사단교회에서 신우부장으로 섬길 때 "매주 토요일마다 군종병들과 함께 군복음화를 놓고 기도했는데, 언젠가는 가장 많은 현역 군인을 만날 수 있는 육군훈련소를 놓고 합심 기도했기에 하나님께서 그곳으로 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인간의 욕심에서 나온 기도가 아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기도는 하나님의 때(카이로스)에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루신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기도하고도 잃어버릴지언정 하나님은 잊지 않으시고 이루어주심을 믿고 더욱 감사했다. 보직해임과 처벌이라는 고난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통로인데, 그 순간에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불평하고 불만을 늘어 놓는다면 하나님께서 그런 우리를 보며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전역 후에 목사가 되어 사회에서 초대교회를 섬기고 있다. 38년간 군에 몸담고 있었기에 군 선교를 향한 마음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선교하는 교회가 되자고 다짐했다. 고아와 과부 이방인, 나그네를 배려하고 돕는 것이 정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이시대의 우리의 손길이 통해서 돕기를 원하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약자는 누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역 내 어르신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 양로원에 계신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고아와 과부, 가정이 해체되면서 많은 성처와 아픔을 간직한 많은 사람들, 탈북자, 미자립 청소년, 외국인 근로자 등 생각할수록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개척한 교회로써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우선순위를 정했다. 다음세대를 키우고 세우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군과 사회를 함께 고려키로 했다. 군은 되도록 최전방의 대대급 이하 교회를 대상으로 하고, 사회에서는 고아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독립해서 나가야만 하는 미자립 청소년 계층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대상자를 정해 매달 일정 금액을 2년째 지원하고 있다. 기간중에 교회에 초청해서 복음도 전하고 추가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1년 전부터 분기에 한번은 전방 대대급 교회를 교인들과 함께 찾고 있다. 갈 때마다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 군선교사들을 많이 만난다. 어느 교회는 간부 교인 하나 없는 곳에서 오직 군복음화에 대한 열정과 사명 하나로 용사들을 위해 애쓰시고 헌신하시는 군선교사분들을 뵐 때마다 존경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깊은 산골짜기에 무명한자 같으나 하나님 앞에서는 유명한자라 생각한다. 정말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귀한 사역 감당하시는 군선교사를 위해서는 교계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기도가 절실함을 느낀다.

구재서 목사 / 초대교회·전 육군훈련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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