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줘서 고마워!

[ 미션이상무! ]

김은경 목사
2024년 09월 11일(수) 16:48
군종목사들의 첫 사역지는 대부분 연대급으로 섬기는 교회의 규모가 크지 않고 교회를 섬기는 성도 수도 많지 않다(여기서 성도는 병사를 제외한 간부와 그 가족들을 의미한다).

필자가 처음 임관하여 섬기게 된 교회도 역시나 성도 수가 많지 않았지만, 한 집사님 가정이 열심히 섬겨주셨고 슬하에 두 남매가 부모님을 따라 열심히 교회에 왔다.

어느 토요일,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온 두 남매가 필자의 사무실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남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첫째 아이에게 내가 물었다. "OO야,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겉보기에는 장난꾸러기 꼬마 같지만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에 진학하는 이 남자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이 아이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싶었기에 던졌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말도 많았던 녀석이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다. "아빠처럼 군인이 되는 건 어때?" 방금까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던 녀석이 단칼에 "싫어요"라고 말했다. 난 정말이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왜? 왜 싫은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한동안 망설이더니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죽을 수도 있잖아요."

이 아이의 대답이 무척이나 슬프게 다가왔다. 고작 열한살 밖에 되지 않은 이 아이 마음에 군복을 입고 출근하는 아빠가 어느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말했다. "그렇지. 군인은 죽을 수도 있지. 그런데 아빠 참 멋지지 않아? 죽을 수도 있는데 나라를 위해서, 너와 네 동생,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군인으로 살아가는 아빠가 참 멋지지 않아?." 그 말에 아이는 분명 내 말에 동의하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은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자들이다. 분명 이 일로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제 초등학교 5학년밖에 되지 않는 이 아이도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졌으리라.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있다. 추석 연휴에 휴가 나온 군인에게 "또 나왔어? 벌써 나왔어? 나 때는 말이야. OO개월이었어"라는 말보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덕분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다"는 빈말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가족을 군인으로 둔 군인가족들에게도 "가족을 군에 보내고 마음고생한다. 잘 견뎌줘서 고맙다"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고마움의 표현이 군인들과 군인가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더해 더욱더 강한 군사, 선진 강군 대한민국을 이루리라 믿는다.

김은경 목사 / 8여단 군종장교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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