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 크리스찬,세계를보다 ] (3)변화하는 국제환경 속 남북관계

윤은주 박사
2024년 07월 24일(수) 00:31
71년 전 7월 27일은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날이다.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전쟁을 일단 멈춰 세우고 정치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한국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정전협정은 확전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통일문제’를 ‘외국군 철수’ 논의와 함께 협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다분했다. 휴전에 반대하던 이승만 정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직후였기에 더욱 그렇다. 엄청난 무기를 쏟아붓고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은 아직도 마무리 안 된 채 어정쩡하게 남아있다.

남북 모두 승자 독식, 제로섬 방식의 통일론을 주장하다가 벌어진 전쟁이었다. 전쟁 수습과정에서 차라리 두 국가 해법을 모색했다면 어땠을까. 소련과 미국 군정하에서 탄생한 남북 정부의 실체를 어느 한 편이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했더라면 어땠을까. 중공군을 투입하면서 노골적으로 밝힌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북한을 향한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나타낸 심리가 미국과 소련의 대한반도 정책에도 반영됨이 분명한데 처음부터 일방적인 통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남북 내에서는 통일문제가 정권 획득 혹은 유지와 밀접해 국내 정치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 분단구조의 층위는 크게 삼분(三分)된다. 국토의 분단, 정권의 분단, 그리고 민족의 분단. 분단의 골은 처음부터 상호 반대 방향으로 파이기 시작했다. 전쟁 이후 남과 북은 사실상 적대적 국가관계를 유지해왔다. 냉전이 끝나면서 남북교류가 본격화했어도 국가 대 국가의 기능적 관계가 민족의 특수성을 압도했다. 1991년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은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하는 장치였다.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고 해서 휴전선 이북으로 남쪽 군대를 파견하면 국제법 위반이 된다. 북에 대한 남의 영토권은 국제적으로 무효하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국제관계 변화에 발맞추어 민첩하게 대응했을 때 남북관계는 유연하게 펼쳐졌다. 노태우 정부 때가 대표적이다. 탈냉전기로 돌입하던 당시 국제 정세를 발빠르게 읽었던 우리 정부는 소련, 중국과 수교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도출하고 유엔에도 가입했다. 군부정권이 앞장선 일이었기에 국내 저항도 없다시피 했다. 유연한 남북관계가 국제관계를 선도하기도 했는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정상회담과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북핵 위기 국면에서 일정하게 관리 통제 역할을 했다.

2017년 북미 갈등이 최고에 달하다가 극적인 타결 국면으로 전환될 때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수포가 됐지만, 상대하기 어려운 두 정상을 테이블에 앉게 한데에 문재인 정부가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표적인 네오콘 존 볼턴은 회고록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쇼였다고 비난했다. 볼턴은 정상회담이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됐다“고 까지 한 것이다. 트럼프는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한 볼턴 때문에 회담이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국제관계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냉전 시대에 이은 탈냉전 시대가 가고 다시 새로운 국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단일패권 국제 질서가 바뀌면서 미국은 프리미엄을 더 이상 누리기 어렵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 중동과 ‘글로벌 사우스’ 등 미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다극화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탈냉전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30년 넘게 대한민국의 시장이었고 공장이었다. 러시아에선 한국 선호가 두드러진다. 북쪽을 향한 우리의 눈이 북한을 뛰어넘어 마땅하다.

북한에는 살길이 열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러시아와 밀접하게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2018년 6월 싱가포르선언을 토대로 다시 협상이 시작될지가 관심사다. 물론 몸값이 높아진 북한은 빅딜(Big deal)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탈냉전기가 도래하면서 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지 않는 평화협정체결을 제안했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있어야 중국, 러시아에 대한 협상 카드가 생기기 때문이다. 북미 수교가 추진된다면 그 과정에서 종전협정이 나올 것이다. 우리의 자리매김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윤은주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외교광장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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