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킹버드 살리기

[ 논설위원칼럼 ]

윤효심 총무
2024년 07월 08일(월) 08:39
"앵무새들은 인가가와(香川)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다.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되는 거야." 미국의 여성작가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내용 일부이다.

소설의 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인데 모킹버드는 사실 앵무새가 아니라 미국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흉내지빠귀이다. 우리말로 옮길 때 앵무새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이미지 혼란을 가져온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소설 내용 자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남긴다. 왜곡된 고정관념과 거짓된 편견에 맞서는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이 소설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이다.

이 작품은 1930년 대공황 시절 미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백인여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흑인남성을 백인 변호사 핀치가 변호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결국 흑인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왜 그런 판결이 내려졌을까? 당시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흑인남성이 백인여성과 함께 있으면 위험하다는 왜곡된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한 고정관념이 흑인을 범죄와 직결시키는 확증 편향적인 군중심리로 왜곡되면서 불의를 정당화시켜 버린 것이다. 모킹버드는 이 소설의 핵심 모티브로서 무죄한 흑인남성을 비유적으로 암시한다.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고정관념은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어떤 현상이나 특정 대상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범주화하는 인지방식이다. 따라서 고정관념이 왜곡되면 그릇된 편견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특정 인물이나 대상, 어떤 상황에 대해 근거 없이 호감이나 적대감을 갖게 된다. 고정관념과 편견의 극단적인 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량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히틀러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남녀차별, 지역갈등, 종교분쟁 등의 저변에는 왜곡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미리암과 아론이 구스 여인과 결혼한 모세를 비방했던 것도 이방여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베드로가 환상 중에 하늘에서 내려온 동물들이 속되고 부정하다고 단정했던 것도 유대적 관습으로 인한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의 영향을 받고 성장하기에 그 누구도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기독교의 가르침은 편견의 장벽을 깨뜨리고 하나님의 진리 안에 머무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그리스도인이 되었음에도 편견이 자꾸만 발생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진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람은 진리를 알게 되고, 진리가 그를 자유롭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한계를 가진 존재임을 인식하고, 진리에 맞닿은 삶을 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군중심리에 의해 무죄한 모킹버드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불의를 정당화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형상을 품은 우리의 양심이 부끄럽지 않도록, 끊임없이 왜곡된 고정관념과 거짓된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중대한 시대적 사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윤효심 총무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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