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신앙

[ 가정예배 ] 2024년 7월 10일 드리는 가정예배

이영 목사
2024년 07월 10일(수) 00:10

이영 목사

▶본문 : 창세기 3장 1~7절

▶찬송 : 457장



인류 최초의 여인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동산을 거닐며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을 때 뱀이 여인에게 다가온다. 뱀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한 존재라고 성경은 말씀한다. 간교하다는 말 자체는 꼭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만만치 않아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이라는 뜻이다. 뱀은 여인에게 교묘한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이 '정말로'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너희에게 말씀하셨느냐?"

질문이란 그저 묻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방향을 제시한다. 그래서 좋은 질문은 좋은 안내자가 되지만, 교활한 질문은 상대방을 그 질문이 짜놓은 틀, 소위 '프레임' 안에 가두어버릴 수도 있다. 여인은 뱀의 말을 정정하며 대답한다. "모든 나무의 열매를 다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자연히 '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뱀의 의도대로 진행된다. 대화의 초점은, 하나님의 풍요로운 선물에서 벗어나서, '먹지 말라'고 하신 단 하나의 나무에 집중된다.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고 하나님 말씀에 자기 말을 덧붙이는 여인의 모습에서, 하나님을 '금지하고 제약하는 분'으로 여기는 마음이 느껴진다. 명령을 주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전혀 질문을 던져보지 않고 그 명령을 불편한 것으로 여기며 자신을 억누르기만 했던 것이다.

주님께서는 말씀에서 무엇을 빼지도 말고 덧붙이지도 말라고 하셨다(계22:18~19). 덧붙임 속에 '원망'과 '자기 의'가 있다. 고무줄을 많이 당길수록 반대쪽으로 더 많이 튕겨 나간다. 여인의 그런 틈을 놓치지 않고 뱀이 비집고 들어온다. 하나님 말씀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먹어도 죽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을 속이 좁은 분으로 매도한다. 그 뒤에는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신이 되라는 부추김이 도사리고 있다. 여자와 남자는 결국 열매를 먹고 만다. 여기서 눈이 밝아졌다는 것은 풍자적인 표현이다. 서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은 세계와 사물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흉내를 내며 만물의 재판관 노릇을 하면서 가치 기준을 스스로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좁고 비뚤어진 시각으로 다른 이를 판단하게 되면서 인간은 불행해진다.

결국 이 사태가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묵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하신 의도를 놓쳤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 말씀을 부풀리며 왜곡하였다. 하나님의 명령을 금지 목록으로 여기며 과민 반응을 했다.

만약 나의 자녀가 신앙인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펄쩍 뛰면서 구석으로 몰아붙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행동의 이면에는, 나 자신도 하나님의 마음을 놓치고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제약하는 분'으로 여기며 내 속에 높은 벽을 쌓는 데에만 골몰하던 '원망'과 '자기 의'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그 높은 벽에 나 자신이 짓눌려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 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 잡고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갈6:1)"

사람이 그 열매를 먹게 된 것은, 하나님 말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씀의 뜻을 묵상하지 않는 자리에, 즉 나태하고 단순한 마음의 자리에, 잘못된 질문이 비집고 들어온다. 신앙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하면서 하나님 마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 믿음의 여정이다. 치열하게 하나님 말씀을 들여다보자.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위해 주님 앞에 건강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그럴 때 성숙한 참 신앙이 뿌리내리고 자라게 된다.



오늘의 기도

선하신 명령으로 저희에게 참 생명의 길을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말씀에 담긴 주님의 마음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질문하는 신앙인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영 목사/남인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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