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생명과 정의 지향하라"

2024년 기후위기신학포럼 '기후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6월 23일(일) 09:28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 등 3개 단체가 지난 17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기후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주제로 기후위기신학포럼을 열었다.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날, 기후위기에 대한 교회의 신학적 응답으로서 '생태신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생태신학이 태동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살피며 오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신익상)와 과학과신학의대화(대표:우종학), 성공회대 과학생태신학연구소(소장:신익상)가 지난 17일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기후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주제로 기후위기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기후위기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주제로 발표한 송진순 박사(이화여대)는 생명과 생태 문제가 신학의 주요 의제로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하고, 세계를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의 가치에 기초한 복음적 구조로 변혁시켜 나가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강조했다.

송 박사에 따르면, 생태신학은 환경문제가 발생한 이래 인간중심적인 전통 신학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해 우리 세계의 경제적 구조 전반에 대한 성찰로 확장되어 왔다.

송 박사는 생태신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시기를 1960년대로 봤다. 송 박사는 "1960년대는 서구 선진국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며 가파른 성장을 하던 시기"라며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핵 원료나 화학 폐기물 등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생태신학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미국의 사학자 린 화이트다. 그는 1967년 '생태위기의 역사적 기원'이라는 소논문을 통해, 서구의 인간중심적이고 이원론적인 기독교 세계관이 자연을 인간의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생태위기에 큰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린 화이트의 이러한 비판은 기존의 인간중심적 신학에 대한 반성을 가져왔고,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창조세계를 돌보는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청지기론'이 대두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1995년 발간한 저서를 통해 환경 문제와 사회적 정의를 통합적으로 고찰한 생태신학을 제안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환경 파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환경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봤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생태문제와 사회정의가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생태질서와 창조 세계의 균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 박사는 생태신학이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중심으로 에큐메니칼 운동 안에서 적극적으로 실천되어 왔다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WCC는 1975년 5차 나이로비 총회에서 '정의롭고 참여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 프로젝트를 채택한 이래, 오랜 시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2013년 제10차 부산 총회에서는 '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라고 하는 연구서를 발간하고, 현대 경제 체제가 자연과 많은 사람들에게 불평등과 고통을 초래하고 있음을 신학적으로 성찰했다. 이 연구서를 통해 WCC는 세계 교회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경제적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박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WCC의 여정은 "그동안의 경제 구조가 빚어낸 불평등과 부정의에 대해 예언자적 응답을 제시하며,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실천하려는 과정"이었다며 "내적으로는 생태신학적 작업을 기초로 세계 교회에게 생태 인식과 삶의 방식의 변화를 촉구했고, 외적으로는 UN환경기구를 포함하여 국제 사회와 조응하면서 사회문제에 긴밀하게 응답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송 박사는 이러한 WCC의 행보가 개교회까지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고 봤다. 그는 "현장에 있는 개교회에게 에큐메니칼 운동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는지, 역으로 개교회는 교회들 간의 연대와 일치 속에서 생명과 생태 정의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성찰했다.

송 박사는 "환경에 대한 WCC의 지난 여정은 생명·생태의 문제는 정의와 평화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리는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물질적인 축복이 최고의 국가적 가치가 되고 내 공동체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의 세계 속에서, 수많은 약자들과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기후재앙의 최전선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재앙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꿈꾸기 위해,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정의로운 삶을 지향하며 우리 세계가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힘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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