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 가르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들어야

[ 5월특집 ] 다음세대 신앙전수 이렇게 ④다음세대 위한 콘텐츠, 이렇게

이기둥 목사
2024년 05월 24일(금) 00:00
이기둥 목사(중심교회)는 현재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 6명과 함께 코로나 기간부터 4년째 토요일마다 교회로 와서 주일까지 1박2일을 보내고 있다.
복음은 어떻게 다음세대의 삶이 될까? 어른들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스스로 영적인 결단을 내리는 믿음으로 살아간다고 할 때, 우리의 다음세대가 그렇게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우리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다음세대의 신앙이 자라나도록 돕기 위해 우리는 2가지 방법을 써왔다. 하나는 다음세대 앞에 복음을 들고 서 있는 교역자와 교사들의 전달이었다. "교사가 살아야 교회학교가 산다!"라고 외치며 기도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시대와도 또 학생들의 발달 단계와도 잘 맞는 좋은 콘텐츠를 통한 복음의 제시였다. 좋은 찬양과 영상과 율동과 이야기로 복음이 경험되는 가운데 영적인 깨달음이 생기고 결단에 이르고는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선생님과 콘텐츠를 통해 아직 어린 자녀들에게 복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애써왔다. 그래서 우리의 전도는 어떻게든 교회로 오게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성과에 대한 평가도 출석인원으로 매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에 와있기만 하다면 준비된 선생님과 교역자가 반갑게 맞이하며 분반공부와 설교를 통해 묻고 답하는 가운데 선생님의 인격 속에 깃든 복음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예배를 꾸준히 참석하다보면 찬양, 기도, 설교와 성경공부를 통해 복음을 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메시지의 속뜻도 알게 되어 살아있는 복음을 직면하면서 복음으로 살겠다는 결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두 축이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뉴노멀을 맞이하며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콘텐츠도 결국 교회에 와서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로 모이기가 아예 불가능했거나 제한적이었던 기간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교회에서 교역자와 교사가 담당했던 신앙교육마저도 가정에서 부모들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어졌다. "가정이 신앙교육의 터전이다"라는 말에 신앙 있는 부모라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부모들에게 떠넘긴 건 아닌지, 또 가정의 신앙교육을 확인하기도 어렵다보니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다.

콘텐츠의 상황도 어렵다. 갑자기 맞이한 비대면의 시대에 급조한 콘텐츠들은 스스로 찾아서 볼 만큼의 수준을 갖추기 어려웠고, 그 결과 적당한 압박과 의무감 속에 숙제하듯 시청하는 복음이 되어버렸다. 예배를 대체하는 짜깁기 영상이 이제는 수많은 인기 채널들 속에서 그저 그런 콘텐츠로 적은 조회수와 함께 묻혀버리는 가운데 마치 복음이 세상 속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여주는 듯한 슬픈 자화상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가장 심각한 걱정은 구조적인 고착화인데, 결국 불신 가정 자녀들과 단절하는 담은 높아가고, 기성 교인들만의 공동체와 콘텐츠로 게토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미증유의 교육목회 현실 앞에 이런 고민까지 하게 된다. "그나마 남아있는 믿는 집안의 자녀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부침은 심하고 성과는 바로 보지 못한다 해도 불신가정 자녀들까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적극적으로 복음을 이야기할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도전을 해보았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현재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 6명이 코로나 기간부터 4년째 토요일마다 교회로 와서 주일까지 1박2일을 보내고 있다. 2명의 부모님은 신앙의 배경이 있고, 3명은 부모 둘 중 한 명만 신앙생활을 한다. 그중 한 명은 다른 대형교회로 출석한다. 마지막 1명의 부모는 타종교인이다. 가정예배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대신 남자 중학생 공동체를 세우게 되었다. 토요일이면 목사 전도사와 같이 교회에서 먹고 놀고 공부하고 잠들었는데 기독교방송의 간증 영상을 한 편씩 보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그렇게 4년이라는 절대시간을 함께 했다. 그랬더니 마치 옛적 청년부처럼 탁구실력과 기타실력이 좋아지는 아날로그적인 공동체, '또 하나의 가족'이 탄생했다.

올초부터는 이 학생들과 세례입교교육을 시작했다. 올해로 벌써 5번째 기수가 되는데, 1달에 1번, 1박2일로 1년 동안 교육을 한다. 기수마다 그 기수의 특징에 맞게 콘텐츠를 다르게 구성하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의 상이한 신앙적 배경에 주목했다. 그래서 첫 모임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무신론자이자 사회부기자였던 리 스트로벨의 자전적인 영화 "예수는 역사다"였다. 학생들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세상과 신앙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왔기에 무신론적인 생각과 신앙적인 생각이 뒤섞여있던 터라 자기의 이야기처럼 집중해서 보았고, 또 같이 보았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후 모일 때마다 우리의 스트로벨씨가 쓴 '특종 믿음사건'을 교재로 '믿음을 갖기 어렵게 했던 8가지 질문들'을 한편 한편 신앙의 시각으로 새롭게 이해해나갔고, 같은 주제에 답해주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해당 문항을 증경총회장 정영택 목사와 키즈워십이 제작한 '청소년을 위한 유튜브강의'로 시청한 뒤, 교역자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하나의 신앙고백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아가고 있다.

교회를 떠나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믿는 가정들마저도 신앙의 열정이 식어가는데 다음세대 목회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 시작은 우리에게 맡겨진 다음세대 양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관계 맺는 가운데 자라온 배경을 파악하는 일이다. 우리의 이야기로 그들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 주어야 한다. 양떼에게 부실한 영양분을 알게 되면 콘텐츠의 바다에서 알맞는 물고기를 잡게 되고 또 요리하게 된다. 그렇게 준비되었다면, 다음세대와 우리가 방구석1열에 같이 앉아 함께 시청하고 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 공동체가 된다. 엄청난 예산과 장비와 인력이 좋은 콘텐츠를 담보하는 공식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이야기를 우리가 다함께 집중하며 우리의 이야기로 나누었던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이다.

좋은 콘텐츠를 찾고 공유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말하게 된다면 더욱 좋다. 지금은 소수의 공급자가 모든 TV에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보급하는 시대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크리에이터(Creator)로 제작도 하고 보급도 하는 시대, 보는 사람들 역시 일방적으로 팔로잉하기보다는 맞팔을 통해 영향력을 상호간에 나누며 콘텐츠로 노는 시대이다.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개인들이 온라인에서 상호 연결되고, 그 관계망으로 콘텐츠가 무한 공유된다. 여기에 교회 계정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숏폼으로 만들어 공유하면서 동시에 개인 계정 상호간에 '좋아요~'와 댓글로 풍성히 이어가며 관계들이 촘촘히 연결되고, 그렇게 온라인 관계가 무르익어 오프라인을 기대하게 되고, 이렇게 쌓인 우리 공동체의 이야기가 결국 오프라인 만남의 이야기거리가 되고, 직접 만나고픈 기대를 만들고, 또다시 온라인으로 이어갈 수 있으니 끝없이 이야기가 더해갈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주말을 교회에서 사는 중학생들의 활동을 모일 때마다 숏폼으로 만들어서 교회 계정으로 매주 3~4편씩 올리고 있다. 밥먹고, 운동하고, 찬양하는 영상들로 시작된 우리들의 이야기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서 온라인으로 소통이 이어지더니, 신앙의 이야기와 표현들도 마치 축구를 얘기할 때나 밴드연주를 얘기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반응도 뒤따른다. 이 영상들의 조회수는 수천 회에 이르기도 하는데, 믿지 않는 친구, 초등학교 동창, 심지어 해외로 유학 간 친구까지도 우리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우리의 다음세대에게 알맞는 이야기를 찾아 같이 보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나가야 할 때이다.



이기둥 목사

중심교회

키즈워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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