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다 느끼는 '하나님 숨결'

기독교 문화예술공간 '멍때림'...음악과 묵상 통해 치유 전해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5월 13일(월) 08:37
멍때림채플 전경. 왼편 벽에는 정경미 작가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빛을 담고 있다.
정소진 멍때림채플 상임 오르가니스트가 지난 12일 채플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
사색하기 좋은 봄날, 잠시 세상의 소리를 잊고 자연 속에서 고요한 쉼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

기독교 문화예술공간 '멍때림(대표:임재훈)'이다.

인천 강화군의 마니산 끝자락,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에 폭 둘러싸여있는 현대적 건물들과 넓은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새문안교회 설계자 이은석 건축가가 디자인한 '멍때림'은 인천 부평 산곡장로교회 임재훈 원로목사가 20여 년간 준비해 2020년 완공한 문화선교지이기도 하다.

공간 운영을 담당하는 지옥정 전도사는 이곳을 '치유, 회복, 구원'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크리스찬은 하나님께로 마음을 조율하는 시간을 누리고, 비크리스찬은 자연 속에서 생각을 비우고 음악을 통해 복음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과 갤러리, 소그룹실과 카페가 있는 멍때림 건물.
'멍때림'은 예배당이자 연주홀인 채플, 단체 방문자들을 위한 소그룹실, 작은 도서관, 기도실, 카페와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간인 멍때림 채플은 모두에게 열린 교회로, 매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오후 오르가니스트 초청 연주회가 열린다.

신앙의 침체기를 지나는 이들에게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함께하는 특별한 예배로 회복의 시간을, 발길을 따라 들른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음악 경험을 제공한다.

콘크리트 안에 매장된 형태의 독특한 파이프오르간은 연주자들이 꼭 한 번 연주해보고 싶은 홍성훈 오르간 제작자의 악기로 올해 연말까지 연주 일정 예약이 마감됐다.

현재까지 150회 이상 이어온 오르간 연주회에는 매 회 수십 명의 청중들이 찾아와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320개의 파이프를 통해 전달되는 울림이 고요한 공간을 채우며 순례자의 묵상을 돕는다.

지옥정 전도사는 "파이프오르간으로 단순하게 드려지는 예배, 본질만이 살아있는 예배를 통해 신앙을 잃어버린 이들이 복음을 깊이 경험하고 회복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멍때림 도서관.
'신선한 표현의 교회'를 추구하는 멍때림은 소리와 빛을 담는 공간으로 디자인됐다.

하늘을 향해 열린 창과 정갈한 벽, 빛과 십자가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단순하고 깨끗하게 머릿속을 비울 수 있도록 돕는다.

작은 도서관에는 기독교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신간들이 비치돼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간을 찾아온 이들을 위해 같은 책을 두 권씩 배치해 둔 점에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공간과 공간 사이, 건물 곳곳에는 자리에 앉으면 시야에 하늘만 담아 '멍 때릴 수 있도록' 비스듬히 누운 의자들이 놓여있다.

단체 방문자들을 위한 소그룹실과 기도실, 펜션을 리모델링한 카페 또한 숲에 둘러싸여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릴 수 있다.

멍때림채플로 2023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이은석 건축가는 한 인터뷰에서 "현대 종교건축의 화두는 이웃을 향한 개방 공간과 열린 태도"라며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까지 포용하고 환대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을 담은 멍때림의 모든 열린 공간들은 연중무휴로, 혼자 또는 함께 언제든 방문해 머물 수 있으며 기도실과 소그룹실 등은 전화와 인스타그램을 통한 사전예약 후 무상으로 이용 가능하다.

주 3회 오르간 연주회와 오는 7월 협연 등 채플 연주회 소식은 인스타그램(@mung_chape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옥정 전도사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마음을 비우고,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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