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생·고독사 문제, 핵심은 정의의 회복"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5월 12일(일) 22:23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지난 10일 은혜광성교회에서 월례 발표회를 가졌다.
최근 젊은 층의 고독생·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사회·경제적 공평 및 정의 정착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임석순)가 지난 10일 은혜광성교회(박재신 목사 시무)에서 '위태로운 다음세대 해법은 있는가'를 주제로 월례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곽혜원 교수(경기대 초빙·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는 오늘날 젊은 세대 고독생·고독사 문제의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곽 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 고독생·고독사 증가의 원인으로 급격한 사회변화를 꼽았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사회의 빠른 변화가 청년 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의 합작으로 이미 현 시대는 문명의 대전환 시대에 진입했다. 4차 산업혁명 단일 요인만으로도 너무나 버거운데, 팬데믹이 합세해 문명사적으로 격변기에 들어선 것"이라며 "특별히 청년세대가 문명 전환의 위기 국면에서 불투명한 장래로 인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현재 청년 세대가 △정보기술(IT)에 정통한 디지털 신인류로 지칭되는 세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세대 △인공지능 네이티브 세대 △역사상 최고의 스펙을 쌓은 집단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최악의 경기불황으로 신빈곤층으로 전락한 세대 △절대 다수가 실직 상태이거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일하는 빈곤층'인 세대 △기성세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즉, 경제불황과 치솟는 주거비용, 불안정한 고용시장 속 무한경쟁체제에서 급격한 사회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세대가 오늘날의 청년세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에서는 유능한 사람만이 이상적 인간형으로 부각되고,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은 실패자·낙오자·패배자로 인식된다. 이는 결국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사회의 양극화는 또 '인맥의 양극화'를 불러온다. 돈이 없으니 사람 만나기를 꺼리게 되면서 인간관계가 점차 좁아지는 것이다. 곽 교수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지공동체가 사라지면서 고독사를 일으키는 물리적 토대가 형성된다고 봤다.

곽 교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가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의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가정해체·사회해체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경제적 공평 및 정의를 정착시키는 일은 한국교회에 명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일 뿐 아니라, 오늘날 한국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제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과제"라며 "사회 약자들이 한을 품고 세상을 등지는 상황 속에서 사회구성원 상호 간에 생존과 협력을 독려하면서 공평과 정의를 정착시키는 일은 21세기 한국교회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이 된 한국 기독교가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면, 공평과 정의는 종국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막대한 물적·인적·시설 자원을 가진 공동체로 급성장한 한국 기독교는 이런 사역을 감당할 만한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곽 교수는 한국교회의 또 다른 과제로 '상생·연대하는 공동체의 재건'을 꼽았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경제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하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전통적 공동체가 와해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고독사는 이로 인한 공동체 파괴의 극단적 결과"라며 "한국교회의 역할과 사명은 개인적 내면의 돌봄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치유 사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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