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임파워먼트’를 실현하는 정치

[ 주간논단 ]

조영미 박사
2024년 03월 19일(화) 08:00
지금 대한민국은 선거로 뜨겁다. 국회의원 선거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연일 언론에서는 공천과 당내 갈등을 조명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어느 지역의 판세가 유리하며 어느 지역이 승부처인가를 분석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선거철이 되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던 것 중 하나는 18세 선거권이었다. 18세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청소년, 10대, 교복을 입은 청소년이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많았다. '청소년이 정치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은 여전히 미성숙하다'는 것 등이 반대 이유였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은 청년 의원 비율이 25%를 넘어서고 있다. 국회의원 비율이 10%를 넘는 국가들은 이미 18세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도 시민이라는 것, 그리고 시민참여인 선거에 청소년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이 찬성의 이유였다.

오랜 논의 끝에 2019년 12월, 18세 선거권을 담은 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 후, 피선거권에 대한 논의도 확대되면서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출마 가능 나이도 만 18세로 낮춰졌다. 정당 가입과 활동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결국 정당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현재 정당 가입 연령은 만 16세 이상이며,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정당의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청소년, 청년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2022년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약 9명(85.7%)은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여성가족부, 2023).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독 청년들의 약 74.6%는 한국 정치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5%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청년 국회의원 비율은 OECD 37개국 중 최하위인 약 4%대이며 다양한 차별적 구조는 여전히 청년의 적극적 참여와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어렵게 하고 있다.

임파워먼트는 자기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에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변화시키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내외부의 힘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 내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증진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집단의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의 정치 참여는 자기 삶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권리로 볼 수 있다.

하트(Hart)는 참여 사다리(The Ladder of Participation) 모델을 통해 청년의 역량, 연령, 문화적 가치, 자질 등을 고려하여 청년의 특성에 맞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년의 참여가 명목화나 장식화, 배타성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소모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참여는 공동의 협력과 권한 이양의 단계로 나아갈 때 가능하다. 임파워먼트는 하트의 참여 사다리 중 자발적, 실질적, 주도적, 완전한 참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삶 그 자체이다. 청년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재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동시에 청년 세대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 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사회적 주체로서의 청년의 요구와 관심사가 정치적 의제에 반영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청년의 시각으로 제안된 다양한 의제들이 기성정치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인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 상징적으로 머물러 있는 청년들을 주체적 참여자로 이끌어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청년의 정치 참여와 임파워먼트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참여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과정에 대한 교육과 경험 확대, 참여의 장벽을 낮추는 정책, 그리고 청년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거 때만 이러한 논의가 전개될 것이 아니라 교회를 포함한 일상적 청년의 참여 공간을 넓혀야 한다. 더 나아가 실질적 참여, 적극적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조영미 박사/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CCA 실행위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