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명령,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

[ 주간논단 ]

유재봉 교수
2024년 03월 12일(화) 08:00
교회의 본질적 사명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이 땅에서 묵묵히 구현하는 일, 즉 제자삼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제자 삼는 일을 단순히 성경 지식과 정보를 가르치는 것이나,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교수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 하나님께서 일반은총으로 주신 교육관련 학문을 열심히 공부하고 익혀야 하지만, 주님의 제자를 삼는 일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 일에는 진리의 영이신 성령의 조명이 요구되고, 따라서 교육자는 주님의 제자를 삼는 일을 함에 있어서 인간적인 방법보다는 언제나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

주님의 지상명령에 관해서 또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일에는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는 데, 하나는 제자 삼는 일을 선교 혹은 전도하는 일, 세례 주는 일, 가르치는 일 등과 분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을 개 교회당 안에서만 행하는 것이다. 세속적인 교육에서와 달리, 교회가 제자 삼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내 제자를 삼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님의 제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일에는 선교 혹은 전도, 세례, 제자 삼는 일이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제자 삼는 일은 또한 교회당 안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간,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님은 단지 교회당 안의 주인만이 아니라 온 세계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지상명령을 좁게 해석하는 것은 그것이 가진 유기적이고 총체적 성격을 보지 못하게 하고 모든 영역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제한한다.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인 교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제자 삼는 일을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거나 내 혹은 우리 교회당 안에서 행하는 것이라는 개교회주의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교회는 기독교학교뿐만 아니라, 기독교학교연구소,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등 여러 기독교 학술단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힘써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관들은 대부분 교회의 관심사 밖에 있거나 교회가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 학문과 교육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교회 혹은 세계 교회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교회는 자신이 소속된 교회를 넘어서 미자립 교회, 농어촌 교회, 유학생교회 등에 관심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열악한 미자립 교회나 농어촌 교회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곳곳마다 주님의 교회를 든든히 세워가며, 주님의 제자로 양육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로 유학 온 외국학생들을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세례를 주고, 양육함으로써 귀국 후 본국의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게 하는 일을 하는 유학생 교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성균관대학교 유학생 교회(ISC SKKU)는 서울과 수원 두 곳에 있다. 수원의 유학생 교회는 13년 되어 다양한 국가에서 온 많은 유학생들을 지도자로 세우는 등 전국 유학생 교회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설립 4주년이 되는 서울의 유학생교회는 주로 중국 유학생들이 출석하고 있다. 이 교회에서 4년 동안 세례 받은 유학생이 23명에 이르고 있으나, 인적·물적 자원은 늘 부족한 실정이다.

교회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실행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교회는 단기간에 그 성과가 눈앞에 드러나는 일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관점에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 데 유익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영역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킬 수 있는지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중요한 일을 하지만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기관과 영역에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유재봉 교수/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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