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가능성 누리도록 지도해야"

[ 2월특집 ] 청년을 위한 교회 역할 ①대학에 진학하는 청년들을 위한 교회 역할

이상욱 목사
2024년 01월 25일(목) 13:54
한국교회는 장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가장 큰 약점을 보이는 영역이 대학생 선교라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교회는 20대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일에 실패했다. 각종 통계를 분석해 보면 이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10대까지 교회를 다녔던 이들 중 50%는 20대를 지나며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이 실패를 인정하고, 대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3월 개강 시즌이 되면 새내기들이 대학으로 몰려들 것이다. 대학은 어떤 곳인가? 어떤 사람들은 대학이 개인주의와 인본주의로 가득한 곳이어서 기독교인이 살아가기에 부적합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 교회지도자들은 강한 보호본능이 작동해, 기독교인 학생들에게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마!"라며 주의사항을 잔뜩 주입한다. 물론 기독교인들이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기에 대학사회가 안전한 곳은 아니다. 분명 대학사회에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이 위험성은 비단 대학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을 비롯해 사회 어느 영역에나 있으며, 심지어는 교회 안에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교회가 대학에 대한 이런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가능성의 공간'이며 동시에 '열린 공간'이다.

대학생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본전만 찾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학이 요구하는 학점을 이수하고 무난하게 졸업한다. 조금 열심인 학생들은 좋은 학점을 받고, 원하는 곳에 취업한다. 두 번째는 본전도 못 찾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학생활에 실패한 학생들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며 친구 맺는 일에도 실패하고, 게임과 각종 중독에 빠진다. 이들에게 대학생활은 시간낭비다. 세 번째는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학의 가능성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대학은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봉사를 해볼 수도 있고,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어학연수를 통해 글로벌 사회를 경험할 수도 있다. 미래의 가능성을 점검해볼 수도 있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도 있으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 기회도 있다. 그리고 대학은 이런 기회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며 학생들을 돕는다.

필자는 우리 예수 믿는 대학생들이 바로 이 세 번째 부류의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교회 지도자들과 부모들은 학생들이 적극적인 대학 생활을 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교회 예배와 모임, 기도회에는 성실히 참석하고 있지만 대학이 주는 기회는 놓치고 청년들이 많다. 대학이 주는 가능성과 기회의 정보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교회생활은 성공적으로 하고 있어도, 대학생활에는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생활에 실패한 사람은 졸업 후 직장에서도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직장이나 가정 문제 등으로 30대가 되면 교회에서 볼 수 없는 사람이 돼 버린다.

우리 믿음의 자녀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하게 할 것인가?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신앙의 수준, 장래 비전의 다양성, 개인의 성장배경 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에 있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교회 지도자들은 대학생들과 열린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 스스로 대학생활에 대해 토론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개학 전 많은 교회에서 각종 수련회를 한다. 수련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대학생활에 대한 워크숍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성경적인 대학생활, 바람직한 대학생활을 대학생 스스로 그려보게 하는 것이다. 수년 전 '학과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1박 2일 워크숍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당시 학생들 스스로 멋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 대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창의적이다. 지도자가 조금만 도와주면 얼마든지 그들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대학생활에 대한 그림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교회지도자가 있다면, 학기 초에 대학생활에 관련된 과제를 학생들에게 던지고 주일 소그룹이나 성경공부 시간에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학과에 친구나 교수 중에 그리스도인이 있는지 알아보기, 그 친구와 식사하며 대화해 보기, 그 친구와 기도 제목을 나누기, 대학의 비기독교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내가 도와야 할 친구가 있는지 살펴보기, 우리 학과를 위한 기도제목 나누기,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기 등등 수많은 과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과제를 통해 대학에 대한 관심과 대학생활에 대한 열정을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탁할 것이 있다. 필자는 대학 사역을 하면서 대학 선교 관련 세미나와 워크숍에 많이 참여했다. 이런 행사에는 단골메뉴가 있다. '어떻게 하면 청년대학부가 성장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선교단체가 부흥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교회와 선교단체가 윈윈(WIN-WIN) 할 것인가?' 많은 행사에서 이런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한다. 결론은 늘 '화이팅! 할 수 있다!'로 정리되고,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논의의 자리에 앉아 있다보면 슬픔이 느껴진다. 사실 교회와 선교단체의 '윈윈관계'는 허상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교회와 선교단체가 인적 자원을 얻기 위해 '윈윈'하는 것이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 자녀들이 4년 동안 교회와 선교단체를 위해 헌신하다가 대학생활의 다양한 기회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논의의 주제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한 명의 기독교인 대학생이 바른 길을 가도록 도울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독교인 대학생이 대학이 주는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자녀가 대학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게 할 수 있을까?' 등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 학생을 중심에 두고 그 학생의 영성·지성·품성 그리고 미래를 키워나가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 과감하게 과거에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들이 인내하며 한 사람을 키우기 시작할 때 한국교회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이상욱 목사/경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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