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대한 소문

[ 목양칼럼 ]

고병호 목사
2024년 01월 25일(목) 08:44
우리 교회에서 주일마다 차량봉사 하는 집사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차를 이용하는 교인 중 한 분이 지인에게 주일에는 교회에 가야한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지인의 아들이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 묻기에 방축리에 있는 발안반석교회를 다닌다고 답했더니 "아, 그 교회 좋은 일 많이 한다면서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떤 집사님이 모처에 갔는데 일련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교회 이야기를 시작하더란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귀담아 들었더니 '발안반석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교회'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또 어떤 집사님이 다른 교회를 다니는 친구하고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발안반석교회를 칭찬하더란다. 그러면서 '나도 발안반석교회를 다니고 싶은데 지금 다니는 교회가 있어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필자가 교인들로부터 들었던 우리 교회에 대한 소문 몇 가지다.

우리 교회는 매월 셋째 주 오후예배 대신 마을로 내려가 청소를 한다. 예배가 삶이요, 삶이 곧 예배여야 한다는 실천사항 중에 하나다. 비가 와도, 날씨가 더워도 한다. 코로나 때도 했다. 만일 전체가 모여 하기 힘들면 가정별로 집 주변을 청소하도록 안내한다. 우리 교회를 알리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그냥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우리가 사는 동네를 섬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깨에 우리 교회 이름이 새겨진 띠도 두르지 않고, 흔한 현수막도 만들지 않았다. 읍사무소와 연계하여 지정해주는 곳으로 가서 청소한다.

시작한지 꽤 오래되었다. 처음엔 두 달에 한 번씩 하다가, 몇 년 전부턴 한 달에 한 번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매번 다음세대와 장년들을 합해 100명 내외가 모인다.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고, 주의사항을 듣고, 흩어져서 청소하고, 다시 모여 기도하고, 인증샷을 찍고, 음료를 나누며 경축하고 흩어진다.

마을청소는 우리 교회가 시행하는 '지화자'사역의 한 활동일 뿐이다. '지화자'는 '지역사회를 화평하게 하는 자, 지구를 화평하게 하는 자'의 줄임말이다. 본 사역에는 청소 이외에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모든 공적 활동과 이웃을 섬기는 모든 공적역할을 포함한다.

우리 교단은 제108회 총회에서 "공생, 공공, 공정의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서의 esg, 곧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운영) 목회 전략"을 채택했다. 우리 교회에선 2021년 정책당회에서 esg를 목회전략을 위한 핵심가치로 채택하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실제를 정하고 실천하려 노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지화자'사역이 시작된 것이고, 그 출발점이 바로 마을청소였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선 'esg'에 대문자 'G'를 더한다. 곧 'esgG'다. 'G'는 'God(하나님)', 'Grace of God(하나님의 은혜)', 'Glory of God(하나님의 영광)'을 뜻한다. 교회가 아무리 선한 사역을 해도 그 모든 사역이 하나님의 은혜에 기반을 두지 않고, 그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에 있지 않다면 교회는 한낮 사회봉사기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크지 않은 교회이지만, 마을청소를 비롯하여 지역사회를 섬긴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우리의 의도와 달리 이래저래 좋은 소문이 나고 있다. 그렇게 소문난다고 해서 갑자기 숫자가 크게 부흥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하나님의 뜻에 따라 우리 할 도리를 할 뿐이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면 그만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채우는 것', 필자가 교인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는 바다. 이웃이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면 된다. 그것이면 족하다.



고병호 목사 / 발안반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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