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 '영원한 백성'이라는 나의 이름

[ Y칼럼 ]

권영민 청년
2024년 01월 18일(목) 10:56

권영민 청년

성경에는 수많은 이름이 등장한다. 그 이름마다 하나님의 비밀이 담겨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직접 이름을 붙여주시고 기존의 이름을 바꾸시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브람은 아브라함으로, 야곱은 이스라엘로, 시몬은 베드로로. 이들의 이름을 고치실 때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의 존재의 본질 또한 고친다는 것이다.

나의 이름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 영원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라는 의미에서 '영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사실 어렸을 적 나는 '백성'이라는 소박한 이름의 뜻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흔히 사극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이 백성이고 동화 속 내용만 봐도 가장 보잘것없는 것이 백성이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인 이유 또한 있었다. 형의 이름은 영원히 하나님을 찬양하리라고 해서 '영찬', 여동생의 이름은 예수님의 지혜를 닮으라 해서 '예지'이다.

사람은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진짜였을까? 나의 형은 정말 하나님은 찬양하는 뛰어난 찬양인도자가 됐고 내 동생은 꽤 지혜로운 면모를 갖췄다. 그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이름을 따라 찬양인도자가 됐고 예수님의 지혜를 닮으라 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됐는데 하나님의 영원한 백성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많은 시간이 지나고 경건의 생활을 시작한 후에야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백성은 왕의 통치를 받는 자이다. 하나님의 백성이란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자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사탄이 통치하는 이 세계에서 그리스도인들의 받는 고난과 핍박에 대해 나와 있다.

그리스도인이 겪는 불합리한 일들은 이미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와 친한 동생은 코로나 시기 군대에서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밝히고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내 친구는 회사에서 퇴사를 강요당했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다. 그 순간마다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살아가기에 유리하겠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곤 한다.

하지만 온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나를 살리셨다. 그 은혜를 도저히 갚을 길이 없어 나의 삶을 드린다. '자녀들아 너희는 하나님께 속하였고 또 그들을 이기었나니 이는 너희 안에 계신 이가 세상에 있는 자보다 크심이라(요일 4:4).'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세상에 들고 나아갈 때면 두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말씀을 되새긴다. 내 안에 계신 이가 세상보다 크다. 나는 이 세상에 잠시 들렀다가 가는 존재이다.

하나님 나라와 세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게 한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한국 사람이 미국에 놀러 가서 집을 사거나 땅을 사지 않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살 필요가 없다. 그 말씀을 듣고 깨우친 것이 있다면 하나님께 속한 내가 이 땅의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돌아갈 곳은 하나님의 통치가 있는 땅이고 지금 이 세상은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라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을 바로 잡아주었다.

청년부 저녁 기도회 시간에 나오는 '나의 하나님'이라는 찬양이 있다. 이 찬양의 가사를 묵상할 때면 큰 은혜를 받는다. '주님의 나라와 뜻이 나의 삶 속에 임하시며 주님 알기를 주만 보기를 소망해 거룩히 살아갈 힘과 두렴 없는 믿음 주실 나의 하나님 완전한 사랑 찬양해, 찬양하리 만군의 주 영원히 함께 하시네 존귀하신 사랑의 왕 영원히 통치하시네' 이 찬양의 고백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영원한 하나님의 백성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이 예수님이 우주의 한쪽에 건설해 놓으신 신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곳이면 어디서나 천국임을 하나님이 백성인 내가 있는 곳이 천국임을 이제는 깨닫는다. 나의 삶 속에 임하실 하나님의 통치를 기대한다. 이 세상의 어둠은 더욱 깊어가지만 나는 생명의 빛을 들고 나아간다. 자랑스러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지극히 낮은 곳에서 하나님을 높여드리길 소망한다. 부끄러웠던 나의 이름이 이제는 그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내 인생의 첫 선물로 '영원한 백성'이란 이름을 선물해 주신 아버지 권일 장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권영민 청년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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