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 주간논단 ]

정 우 목사
2023년 12월 26일(화) 08:00
엊그제 인터넷에서 본 글이다. 부부와 자녀 둘이 사는 어느 가정의 이야기이다. 그 가정은 해마다 '우리 집 10대 뉴스'를 선정한다고 한다.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은 12월 20일이다. 그래서 그날부터 연말까지 가족별로 중요했던 일들, 기억에 많이 남는 일들을 작성한다. 나는 가계부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가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낸다. 남편은 직장과 가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또 군대에 가 있는 아들은 군 생활하면서 일었던 일들을, 그리고 공부하는 막내는 막내대로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는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점검함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이 일은 벌써 여러 해 전부터 계속하고 있는 가족행사이다.'

이런 작업은 몇 가지 점에서 유익한 것 같다. 첫째, 한 해 동안 가정에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게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둘째는 가족 간의 대화와 결속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는 대화가 단절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비단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족 간에도 대화의 시간이 점점 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그것들이 여러 해 모아지면 그것은 단순한 기록 정도가 아닌 그 가정의 역사책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가정은 참으로 아름다운 가정이다.

국가도 연말이 되면 언론사들마다 국내, 국제 10대 뉴스를 발표한다. 생생한 뉴스들이다.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뉴스를 대할 때마다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울하고 가슴 아픈 소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도 10대 뉴스를 선정하면 좋겠다. 이런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10대뉴스선정위원회'를 설치한다. 둘째, 교회 내의 여러 기관들, 교회학교, 남녀선교회, 찬양대, 제직회, 당회 등에서 한 해 동안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선택하여 선정위원회에 제출한다. 셋째, 선정위원회는 그것들을 취합하여 교인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방식은 선정위원회가 취합한 항목들을 게시판에 붙여놓고, 교인들로 하여금 스티커를 붙이게 하여 스티커 순으로 선정할 수도 있다. 넷째, 주보에 광고하고, 게시판에도 게시한다. 이런 과정은 교회의 소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는 은퇴한 지 1년이 되어간다. 현직에 있을 때는 수첩에 하루하루 일정을 기록하며 살았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수첩 대신 핸드폰 캘린더를 이용한다. 꽤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일 년의 캘린더를 살펴보았다. '누구를 만났는지, 또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지출은 얼마나 했는지?' 다행히 지출은 핸드폰의 카드 명세서에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내가 누구를 대접하기보다는 다른 이들로부터 대접을 더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반대로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둘째, 봉사의 삶이 적었다는 점이다. 35년 전이다. 연세대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당신 딸이 고등학교 시절 독일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딸 또래의 독일인 집에서 지냈다. 다음 해에는 반대로 그 학생이 한국에 와서 당신 집에서 1년간 머물렀다. 그런데 딸 친구는 토요일 오후면 늘 혼자 어디를 다녀오곤 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주말이다. 딸이 그 친구에게 물었다. "네가 주말마다 어디를 갔는데, 이제 마지막 토요일이니 오늘은 나와 함께 갔으면 좋겠다." 그 친구가 허락했고, 함께 간 곳은 고아원이었다. 그녀는 지난 1년간 주말마다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또 용돈을 아껴서 학용품까지 사다 주었던 것이다. 딸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했다고 한다. 마땅히 한국 사람인 자기가 찾아보아야 하는데, 독일인 그 친구가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김 교수님의 가족들은 성탄절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2023년 성탄 이브이다. 많은 생각들이 든다. 내년에는 우리 집도 10대 뉴스를 선정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중 첫 번째 뉴스는 '우리 온 가족이 언제, 어디에서, 이렇게 봉사했다' 는 것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정 우 목사/미암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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