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의 식탁을 통한 선교

[ 주간논단 ]

박보경 교수
2023년 12월 19일(화) 08:00
필자가 마련한 산 속 공간인 '아둘람의 집'에는 6~8인용의 기다란 식탁이 있다. 이전 집주인께서 필자가 환대의 식탁을 하도록 남겨주신 것이다. 환대의 공간 가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이 환대의 식탁은 필자가 꿈꾸는 선교, 즉 '사람을 향하는 나다운 선교'를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이 환대의 식탁은 아둘람의 집을 찾아온 영적 구도자들의 이야기가 서로 공명되는 곳이기도 하다. 환대의 식탁에서는 아둘람의 집을 찾아온 손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서로의 이야기가 공명된다. 트럭 운전하며 개척교회 목회를 이어가다 과로로 쓰러져 53세의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목사의 이야기, 남편의 유일한 유산을 아둘람의 집을 위해 쏟아부은 과부의 이야기, 28세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암 발병으로 가던 길을 멈추어 서서 하나님의 뜻을 물어야했던 젊은 청년 이야기, 안정적인 제도권 교회의 사역을 내려놓고 자발적 궁핍을 선택하며 주님이 주신 치유찬양사역을 이어가는 찬양사역자들의 이야기, 갑작스러운 해고 소식에 좌절했으나 다시 일어나 주님의 뜻을 묻는 평신도 선교사 이야기, 자신의 은사와 재능을 따라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포부가 현실의 차가움 속에서 흔들리는 이중직 목회자 이야기,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환대의 식탁에서는 계속 공명된다.

환대의 식탁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삶 안에서 신비한 방식으로 역사하신 그리스도를 목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치 엠마오로 가든 제자가 저녁식사 시간에 둘러앉아 함께 떡을 뗄 때, 여정 내내 그들과 함께 있었던 그 낫선 사람이 바로 부활한 예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환대의 식탁에서는 이야기가 공명되면서 우정이 발생한다. 아둘람의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각자의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비정기적으로 환대의 식탁을 찾는다. 방문이 이어지면서 이들에게 환대의 식탁은 더 친숙한 공간이 되고, 반복되는 식탁교제로 인해 우정은 깊어지게 된다. 함께 둘러앉아 식탁교제를 하면서, 위계적인 관계는 서서히 친구로 변한다. 환대의 식탁에서 한때 손님이었던 존재가 이제는 또 다른 손님을 환영하는 환대자가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랫동안 공유된 이야기들은 우정의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환대의 식탁은 열린 우정(open friendship)이 있는 곳이다. 이 우정은 환대의 공간에서 경험되는 신적 코이노니아의 핵심이다.

필자가 환대의 식탁을 아둘람의 집 사역의 핵심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필자가 지난 20년간 진행한 신학교육 현장에서의 경험과 관련있다. 필자는 종종 학기말이 되면 학생들을 필자의 작은 아파트로 초청해서 식사대접을 하곤 했다. 그것은 정서적으로 여전히 배고픈 고단한 신학도들에게 잠시라도 따뜻이 밥이라도 해먹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졸업한 이후에도 학생들은 필자의 집에서의 식탁교제의 경험을 잊지 못했다. 교수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한끼 밥을 해주었던 기억은 오감으로 생생하게 각인되어 그들의 기억에 남은 것이다. 바로 이 경험이 지금의 환대의 식탁을 운영하도록 이끌었다.

환대의 식탁을 통해 아둘람의 집을 찾아온 하나님의 일꾼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선교, 그것이 필자가 지금 감당하는 '사람을 향하는 나다운 선교'이다. 이것은 상처 가득한 오늘날의 시대에 지친 영적 구도자들을 향해, 나만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나다운 선교'이다. 환대의 식탁에서 오감으로 경험하는 코이노니아, 서로의 이야기가 공명되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 이 작고 평범한 실천을 통해 필자는 오늘도 가장 '나다운' 선교를 이어간다. 환대의 식탁을 찾아온 영적 구도자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라고 여전히 자신을 여전히 부르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조용히 권면하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감당하는 '나다운 선교'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에게로 향하는(towards people) 나다운 선교'를 각자가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교의 실천을 통해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향하는 나다운 선교'의 실천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정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우정은 마침내 신적 코이노니아를 일으키는 에클레시아를 만든다.

박보경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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