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공적 역할 감당해야"

기독교학문연구회 제40회 연차학술대회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3년 11월 21일(화) 08:41
"한국 개신교가 기존의 성장주의 패러다임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교회가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며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이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가 지난 18일 '공공선·공동선과 기독교인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열린 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김태황) 제40회 연차학술대회에서 한 주장이다. 이날 정 교수는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한국교회가 한동안 공적 역할을 감당하는데 소홀했음을 반성하는 한편, 공동선을 이루는데 있어 교회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독교신앙을 개인의 사적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으로 표출되어야 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기독교 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세워진 공동체'라며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성서에 나타나는 공동체들이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 밖의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풀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 공적역할을 감당하는데 소홀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회복지 활동에서 타 종교 기관에 비해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등 그동안 시민사회 속에서 여러 형식과 방법으로 사회참여를 해왔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지만, 그것이 교회의 일반 구성원들 보다는 목회자들과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이고, 풀뿌리로부터의 실제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들이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는 사회"라며 "한국교회가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소통하며 공적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에 머물러 있는 구성원들이 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교수는 종교 공동체로서 교회가 사회에서 무시되고 있는 도덕의 차원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들여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는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 규범뿐만 아니라 그 사회가 존속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도덕과 정의의 원천이 되어 왔다며, 사회가 변하고 삶의 기준이 되는 규범이 흔들려서 가치 판단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더욱 종교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즉, 사람들은 정의롭지 못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종교가 기준점이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 교수는 교회의 공적 역할은 공공 영역에서 도덕적 차원을 논하며 사회구성원들이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갖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사회로부터 외면 받는 그들만의 종교집단이 아닌, 공공 종교로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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