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될 겁니다

[ 목양칼럼 ]

강명훈 목사
2023년 11월 22일(수) 09:35
언젠부턴가 말씀을 전하기 전에 함께 나누는 인사가 있다. "모두 옆 사람과 인사 나누겠습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될 겁니다." 선하신 주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믿음으로 선포하는 고백이었다.

그런데 이 고백을 해야 할까 고민했던 때가 있다. 바로 물난리가 난 직후의 주일이었다. 범람한 강물이 모든 것을 휩쓸어 가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교회당 바닥에 비닐장판을 깔아 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성도들의 얼굴빛은 어둡기만 한데 이런 상황에서도 "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될 겁니다" 인사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내 마음에 울리는 주님의 감동은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믿음으로 고백하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언제나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될 겁니다" 인사를 나누었다. 성도들의 얼굴에 그래도 소망의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간절하게 선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바라보는 고백이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이다. 이 말씀을 쉽게 해석하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다 잘 되는 것이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그 말씀을 따라 순종하는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좋은 것이고, 잘 되는 것이고, 선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망한 것도 잘 된 일이고, 실패한 것도 잘 된 일이고, 아픈 것도 잘 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이 말씀이 잘 적용되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예수를 믿고 오랫동안 교회를 충성되게 섬겨오셨던 나이가 많으신 집사님께서 이젠 교회를 쉬시겠다고 하셨다. 사랑하는 아들의 가정이 이혼으로 깨어지고, 본인의 몸은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힘들어졌고, 그런 상황에 물난리까지 나서 가게의 모든 물건이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인생의 어려움은 이처럼 정신 차릴 틈도 없이 휘몰아 쳐왔다. 수십년간 믿음으로 사셨던 분인데, 연로한 몸에도 불구하고 새벽기도회도 빠지지 않고 나와서 기도하셨던 분인데 쉴 세 없이 들이닥친 시험과 고난 앞에서 그 믿음은 고장 나고 말았다. 그 집사님 앞에서도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잘 될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기도하셔야지요" 말씀 드렸지만 결국 집사님은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끊으셨다. 아마도 목사로써 가장 가슴 아플 때가 이럴 때일 것이다. 믿음으로 살아오셨던 성도가 시험을 이기지 못하고 믿음을 놓아 버릴 때, 주님의 손을 거절해 버릴 때, 그 동안의 모든 수고와 열심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아니 간절하게 믿고 싶다. 집사님은 주님의 손을 놓아 버리셨는지 모르지만 우리 주님은 결단코 그 집사님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언젠가 주님의 때에 다시 믿음을 고백하며 "주님께서 인도하시니 잘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될 겁니다." 고백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하여서 한국교회가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교인수가 급감하고, 그로 인한 사역의 동력들이 크게 상실되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믿고 있다. 아니 간절하게 믿고 싶다. 우리 한국교회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결단코 우리 교회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위기의 때에, 이처럼 어려운 때에 "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될 겁니다" 믿음으로 고백하며 다시 일어난다면 반드시 이 나라, 이 민족, 우리 한국교회 위에 큰 부흥의 역사가 일어날 줄로 믿는다.

강명훈 목사 / 대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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