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부모의 마음

[ 주간논단 ]

손화철 교수
2023년 11월 14일(화) 09:00
주일 아침이면 한동대학교 기숙사에서 학교 안에 있는 예배당으로 가는 학생들의 긴 행렬을 볼 수 있다. 필수로 들어야 하는 주중 채플 예배도 아니고 잔소리하는 부모도 없는데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예배당을 향한다. 물론 모두가 예배를 사모해서 가는 건 아닐 것이다. 부모가 묻기 때문에, 주일 아침 습관이어서, 짝사랑하는 친구를 만날 기회를 엿보러 가는 경우가 왜 없겠는가. 학생들에게는 가서 앉아 있다고 예배가 되는 건 아니라고 잔소리도 하지만, 그래도 자기 발로 예배의 자리에 나아오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나 같은 사람이다. 흐뭇해하기에는 한국 교회의 상황이 너무 열악한데, 일단 예배당으로 나가는 청년만 보면 그만 안심이 된다. 한동대학교의 주일 아침 풍경이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거대한 착시효과라면, 얌전히 예배에 참석하는 자녀나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청년 몇 사람은 부모와 교역자가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작은 예외 사항이다. 전국 교회 청년부에는 사람이 없고 있어도 소수이며 그 소수마저 제대로 된 돌봄과 가르침을 받고 있지 못하다.

한동대학교에는 목회자 자녀를 비롯해 기독교인 가정 출신의 학생이 많다. 그런데 이들 중 기본적인 신앙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교회의 예식과 언어, 찬양과 절기에 익숙하지만 복음에 무지하고 자기 신앙에 대해 고민한 경험이 없다. 대표 기도는 유창하게 하는데 성경을 제대로 읽거나 공부한 경험도, 성례의 의미를 배운 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틴 루터와 마틴 루터 킹을 구별하지 못하고 신구약 성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들과 같이 앉아 책을 읽고 성경을 공부를 하다보면 보람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도대체 우리의 가정과 교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가장 당혹스러운 경험은 학생이 자기 신앙을 깊이 고민하다가 예배를 중단하기로 결심하는 경우다. 방학에 집에 돌아가서 주일 예배 참석을 거부하면 가장 흔한 부모의 반응은 "알겠으니 일단 오늘 예배에 참석하라"이다. 목사 장로의 자식이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체면이 깎이니 예배당에 가 앉아 있으라는 것이다. 이미 성인인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전도다. 신자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예배를 거부하는 것은 부모에게 두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신앙의 무게를 인정하는 진지함의 표이기도 하다. 그런 심각한 도전을 한낱 체면의 문제로 격하시키다니! 하늘 아버지는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데 후진 지상의 부모는 자식의 몸이 예배당 안에 있는지에 더 신경을 쓰는 셈이다.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과거 군부대에서 비신자인 병사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강제하여 억지로 예배에 참석하게 한 것도, 우리 학교를 포함해 여러 전통적인 기독교 대학이 채플 예배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하는 원리상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기독교 학교의 전통을 잇고, 예수를 모르는 학생이나 병사에게 복음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과 결정이 아닌 예배를 반복하게 하는 것이 선교와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나아가 청년의 예배 참석이 확정 상태에서는 청년이 와서 배우고 싶은 예배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높다.

내 자녀가 주일 예배에 불평 없이 참석한다고,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채플 예배에 학생들이 저항하지 않는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몸이 예배당에 있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그런 기성세대의 안이함과 형식주의 때문에 청년들의 마음이 한국 교회에서 떠난다. 청년 세대의 부흥을 원한다면 그 예배와 모임이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관찰하고, 그들의 고민과 질문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격려하고 가르치는 데 시간과 물질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그나마 주일 아침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한 줌의 청년마저 놓치게 될지 모른다.



손화철 교수/한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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