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는 경솔함

'내가 옳다'는 경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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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준 장로
2021년 06월 30일(수) 09:48
강원도에서 기차를 이용해 서울을 자주 다니면 대부분 청량리역을 이용한다. 역은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에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있다. 나는 청량리역에서 젊었을 때의 부끄러운 추억이 하나 있다.

40여 년 전에는 저녁 8시30분에 고향 영월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그 전 8시에는 안동으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지금은 사전예약을 해 표를 예매를 하고 구입도 하지만 당시에는 미리 나와서 예매를 하던가 아니면 나와서 줄을 길게 서서 표를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날도 고향으로 가기 위하여 줄을 서서 기차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웬 젊은 여자 한 명이 새치기를 하면서 표를 사려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가만히 있었겠는가? 당연히 새치기 하는 것에 대해 나무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분은 새치기한 줄에 서서 표를 사려고 했고, 내가 더 큰 소리로 계속 떠들어 대니 그 여자분은 얼굴이 빨갛게 되어 뒤로 가서 줄을 섰다. 내 마음속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 차례에 기차표를 사고 출발시간이 남아서 광장을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시간이 약간 지난 후에 그 여자분이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역 광장을 돌아서서 되돌아 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에 내 생각에는 내가 타려는 기차보다 30분 전에 안동으로 출발하는 기차표를 사러 늦게 나와서 표를 빨리 사려고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인식됐다.

난 호호백발의 할머니를 모시고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돌아서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마음 졸이며 줄을 서있다가 기차를 타지 못해 처량하게 돌아서는 처자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다. 지금 만나면 용서를 빌고 또 빌고 싶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것이 교육이 되어서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은 일절 나무라는 일이 없다.

젊었을 때, 철 없던 시절에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꼭 옳기만 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처럼 오해와 경솔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판단을 잘못하는 일이 없는지. 내가 배우고 익히고 습관처럼 가지고 있던 것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서야 한다.

기도하며 말씀을 듣고 믿음대로 살아가려고 하는데도 자신과 세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고집을 부리고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인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이렇게 살아가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아집을 반복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을 내려 놓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교회에서 목사와 장로로 섬기는 지도자들도 '내가 옳다'라는 생각으로 내리는 경솔한 판단과 결정 때문에 잘못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남이 하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남이 하는 행동도 눈여겨 보고 고치고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 가져야 하는 우리의 마음과 몸의 다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경솔한 판단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불편을 겪게 하고, 그 후 마음 힘들게 살아갈까?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들보를 먼저 빼고 다른 이의 티를 빼는 믿음의 자세를 가지면서 아름답고 멋있게 주님이 주신 삶을 정리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장도준 장로 / 춘천성광교회·강원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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